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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국무총리의 금리인상 필요성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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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사진=이낙연 국무총리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제374회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이낙연 총리가 한 금리 발언이 채권시장의 약세를 초래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금리 인상을 심각히 생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는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 답변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금리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견해를 묻은 데 대한 답이었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금리 정책(인하 지속)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고 했으며, 이 총리는 "금리정책에 대한 여러 고민이 없지 않았지만,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총리는 당시 금리인하에 대해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빚으로 집을 사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가계부채를 크게 증가시켰다는 입장을 보였다.

채권시장은 총리까지 나서서 금리정책을 문제 삼는 듯한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전날 고용지표의 연이은 쇼크와 양호한 국채50년물 입찰, 신인석 금통위원의 금리 인상할 때가 아니라는 발언 등 호재만 접하다가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나온 총리의 발언에 크게 긴장했다.

■ 낯선 풍경..국무총리의 금리인상 필요성 언급

전날 금통위원까지 나서서 금리인상 할 때가 아니라고 한 상황에서 권력 2인자의 발언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었다.

이주열 총재 연임 뒤 정부는 한은의 독립성 보장에 대해 자신한 바 있다. 하지만 여당 의원이 정치인에게 금리 정책의 적절성을 묻고 국무총리가 또 거기에 대해 답을 하는 익숙지 않은 풍경이 연출되면서 시장이 긴장한 것이다.

이 같은 반응이 일어난 데는 여전히 정치권이나 정부의 입김에 금리 정책이 흔들려왔다는 시장의 인식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어제 국고50년 입찰이 무난하게 잘 끝났다"면서 "마치 약속한 듯이 그 다음날 총리가 나와서 금리인상 필요성을 말했다. 단순 실수로 볼 수도 있지만, 행정부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한은의 독립성에 대한 의심은 늘 있었고 이주열 총재는 좋은 말로 정부와 조율, 나쁜 말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익숙했다"면서 "시장의 반응은 자연스럽다"고 했다.

국무총리가 금리에 대한 질문에 큰 뜻 없이 언급했다는 지적들도 보인다.

C 은행의 한 관계자는 "총리와 의원의 질의응답 사이에 자연스럽게 오간 질문과 답변을 정책방향과 연결 짓는 게 맞는지 의문스럽다"면서 "이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한은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자신하지 않았나"하고 되물었다.

하지만 시장은 일단 긴장하는 모습이다.

D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국무총리가 금리인상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어제 (신인석) 금통위원은 금리인상을 해선 안 된다고 했다"면서 "여기에 고위관계자라는 인물까지 등장해 총리 발언이 정책방향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뭘 하자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한은 총재가 그간 너무 시그널을 주지 않았는데, 일단 비판이 한은에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향후 부동산 정책과 시장 반응에 쏠린 눈

최근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동산이 사회문제가 되다시피 했다.

한국의 심장부 서울에서 아파트 소유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무주택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에서 자가를 보유한 사람은 절반이 되지 않는다.

채권시장 관계자들 중엔 그러나 한은의 금리인상에 대해 '이미 실기했다'면서 최근의 고용지표 등 안 좋은 경제지표에 집중하는 경우도 많았다.

다만 참여정부 후반부를 기억하는 채권 매니저들 사이엔 당시 부동산 급등으로 한은이 금리를 뒤늦게 올릴 수 밖에 없었다는 기억도 남아 있다.

E 은행의 한 딜러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 실기에 대한 강력한 추억이 있다. 경제지표는 물론 안 좋다"면서 "하지만 부동산 정책이 계속 먹히지 않아 금리를 올리라고 압박하는 사회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에서 한은이 과연 초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무튼 사람들은 국무총리라는 권력 2인자의 금리정책 발언이어서 무시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F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고위관계자가 총리 발언에 대해 정책에 관한 언급이 아니라고 했지만, 총리를 능가하는 고위관계자는 대통령 밖에 없지 않느냐"면서 "총리의 발언에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부터 화폐발행액이 급격히 늘었다. 과잉 유동성이 계속 문제가 됐는데, 한은이 이를 방치하면서 문제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시장은 곧 나올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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