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연이틀 금리 반등..총리가 강화시킨 금리인상 경계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한국금융신문

자료=코스콤 CHECK



국고3년물(KTBS03) 수익률이 1.90%대 중반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최근까지 이어졌던 악재부재 심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국고3년물 금리는 1.893%까지 내려가면서 1.90%를 뚫어냈다. 이 레벨은 대략 1년 전인 작년 9월 하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당시 신인석 금통위원이 물가 수준을 볼 때 금리를 인상할 때가 아니라고 하면서 매수세에 힘을 보태주기도 했다.

하지만 레벨 부담이 한층 커진 상황에서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서서 금리인상 필요성을 거론하자 매수 우위 심리가 타격을 받았다.

A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낙연 총리의 발언 이후 시장 심리에 금이 좀 갔다"면서 "아무래도 지금 레벨은 금리를 한번 인상하면 불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 총리 발언, 금리인상 경계감 이끌어내

최근 신인석 금통위원의 조속한 금리 인상은 불필요하다는 발언에 이은 국무총리의 금리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발언, 여기에 이날 아침 윤면식 한은 부총재의 "금통위는 특별히 구애받지 않고 중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채권시장 종사자들은 이런 당국자들의 발언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다시 생각해 보기도 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무총리의 금리 발언이 채권시장에 약화됐던 연내 금리인상 기대감을 되살리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둔 시점에 나온 총리의 발언은 원론적 수준 이상으로 정책적인 견해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낙연 총리의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유출이나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가계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현재(부동산)와 같은 문제가 계속될 수 있다'는 언급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당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의 금리인하 등 과도한 저금리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졌다는 관점을 노출하면서 이 총리에게 질의를 했다.

공 연구원은 "총리 발언이 부동산 대책 발표를 바로 앞둔 시점에서 나왔다. 즉 크게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타이밍에 나온 것"이라고 주목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아침 한은 부총재가 '금리는 금통위가 결정한다'고 했지만, 부총재의 발언도 금리인상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B 증권사 관계자는 "부총재는 한은이 중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고 했지만, 신 위원의 물가 발언(물가가 낮아 당장 금리를 올릴 필요없다)은 개인의견이라고 못 박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총재가 부동산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동시에 한은이 그간 주택가격이 급등한 만큼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보고 있다고 했다. 경기, 물가와 함께 부동산이 금융안정에 주는 영향도 종합적으로 감안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냉정히 보면 부총재의 발언도 금리인상 기대를 누그러뜨렸다기보다는 금리인상 기대를 강화시키는 쪽이었다"고 풀이했다.

금융당국이나 정부 관계자의 말들이 오가면서 투자자들은 금리 동결 자신감을 마냥 내세울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C 운용사 관계자는 "자신있게 저가매수를 못하는데, 일단 그 동안 너무 과했던 (금리동결) 기대감이 사그라드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고 풀이했다.

■ 일부 외국계, 신흥국위기 한국물 악재 가능성 제기..외평채 발행 등 감안시 설득력 낮아

이런 상황에서 어제와 오늘 외국인이 선물을 팔면서 뭔가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인식도 있다. 선물 만기시즌을 맞아 일단 외국인은 이틀간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금리 반등에 일조하는 모습이다.

D 선물사 관계자는 "어제 총리 발언이나 오늘 한은 부총재 발언 이후에 변곡점이 생긴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면서 "때 마침 외인이 어제, 오늘 선물을 매도하고 있고 물량이 더 나올 수도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주가지수가 반등하고 있는 가운데 외인 선물 매도가 나오면서 위축된 심리에 좀 더 영향을 줬다는 진단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그간 신흥국 위기가 안전자산선호로 인해 한국 채권에 강세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다소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 외국계는 한국으로 신흥국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계인 노무라증권은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신흥국들은 유연한 환율제도 도입, 외환보유액 확충,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대외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한국의 민간부채 급증, 부동산시장 과열, 대규모 외국인투자 유입 등에 따른 위험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노무라는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대외건전성이 개선됐지만 대외금융자산($1.5조)과 비례해 대외금융부채($1.2조)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면서 "신흥국 위험 확산시 자본유출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간 한국의 경우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 안정적인 단기외채 비율, 풍부한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할 때 신흥국 위기 전염 가능성과 거리가 먼 나라로 인식이 됐다. 여전히 이런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이날 새벽 한국은 성공적인 외화외평채 발행을 마쳐 일부 외국계의 주장은 다소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인식도 주고 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10억불 규모의 외화 외평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외평채 10년물 5억불을 미국채+60bp, 즉 3.572%에 발행했다. 30년물 5억물은 미국채30년물+85bp, 3.957%에 발행했다.

기획재정부는 외평채 발행에 대해 "발행 주문이 증가하면서 최초 제시된 금리 조건이 두 번이나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접수된 투자자 주문은 발행물량 대비 사상최고치인 5.7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금리조건이 두 번이나 인하된 것은 정부ㆍ민간을 포함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물 외화채권 발행시 최초의 사례였다.

황재철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외평채가 최초 가이던스 대비 10년물 30bp, 30년물 25bp 축소됐다"면서 "금년 첫 AA등급 소버린 달러표시 채권발행에 대한 높은 관심 속에 중앙은행 등 글로벌 우량 투자자들이 고르게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흥국 불안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은 우수한 대외건전성,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신용등급 등을 바탕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높은 수요가 창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신흥국 불안에도 불구하고 발행 스프레드가 대폭 축소된 것은 한국 대외건전성이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데다 대북 리스크 경감에 따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한국 채권금리가 오른 것은 주가 상승 등 위험선호가 다소 강해진 영향이며, 신흥국 위기는 여전히 호재에 가깝다는 평가들도 많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는 "당국 쪽에서 금리인상 기대감을 살려 놓은 데다 주가가 오르는 가운데 외국인이 팔면서 장이 밀린 것"이라며 "외평채 발행에서도 봤지만, 신흥국 불안을 한국 채권의 약세 요인으로 보긴 어려운 것같다"고 말했다.

아무튼 현재는 적극적인 저가매수 보다는 일단 후퇴하면서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F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선물 매도로 나오면서 다들 일단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라며 "금리인상 기대감이면 플랫될 듯한데, 커브도 스팁되고 있다. 예상과 달리 움직이고 있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