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 임신은 여성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다. 학업이나 직장을 그만둬야 할 수 있고 불안·우울증 등으로 폭음·흡연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급기야 낙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국내에선 연 100만 여 건의 낙태 수술이 이뤄진다. 그만큼 원치 않는 아이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원치 않는 임신을 막고 계획적인 임신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피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피임 실천율은 34%에 그친다. 제대로 된 피임법을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오는 26일은 세계 피임의 날이다. 한국의 피임 현황과 피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인포그래픽으로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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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피임법은 월경주기법과 콘돔 사용, 질외사정법 순이다. 하지만 이들 피임법의 성공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월경주기법은 75%, 질외사정법은 78%, 콘돔은 85%다. 10명 중 2~3명은 임신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피임 확률이 높은 피임법은 경구피임약, 자궁 내 장치, 난관·정관 수술 등이다. 피임률이 98~99%에 이른다. 그중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경구피임약 복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구피임약 복용률은 세계 최저 수준(2%)이다. 피임약에 대해서만큼은 극히 거부감을 보이는 나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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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부작용에 대한 오해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흔히 떠올리는 부작용은 ‘향후 임신이 잘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이는 전혀 근거가 없다. 피임약 복용자 그룹과 비복용자 그룹을 나눠 2년 후 가임률을 살펴본 연구에서는 오히려 복용자의 가임률이 조금 더 높았다. 살이 찐다는 것도 오해다. 약 복용 초기에 호르몬 성분이 몸속 수분 함유량을 증가시켜 일시적으로 살쪄 보이는 것뿐이다.
‘여드름이 난다’ ‘기형아 출산을 늘린다’는 것도 근거 없는 얘기다. 피임약을 먹으면 오심이나 두통 등이 심하다고 알려져 있기도 한데, 이도 그렇지 않다. 30~40년 전에는 피임약의 호르몬 양이 과도했다. 지금은 딱 피임이 될 정도로 작용하는 양만 넣었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
물론 무조건 약을 먹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지인산부인과 김정연 원장은 “약을 먹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자궁 내 장치’ 등 다른 피임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자궁내장치란, 한 번 시술로 5년까지 피임(성공률 99.8%)이 가능하며 제거하면 바로 임신이 가능한 장치다. 전문의와 상담 후 맞는 피임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이동윤 교수는 “피임은 임신만큼 중요한 것”이라며 “향후 원하는 때에 소중한 아이를 낳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방식으로 피임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인포그래픽=김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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