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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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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재정문제를 안고 있는 이탈리아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그간 이탈리아 오성운동과 동맹 연립정부가 재정적자를 GDP 대비 2.4% 근접해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자국 내에서 관철시켰다.

지오반니 트리아 재무장관이 2% 이하로 결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두 정당의 협의를 통해 결국 2.4%로 정해진 것이다.

이탈리아가 3년간 연간 재정적자를 이 수준으로 유지키로 하면서 향후 이 문제가 유로존 내에서 어떻게 해결될지 여부 등이 관심사가 됐다.

■ 적극적 재정역할에 무게둔 이탈리아 연정

재정적자 2.4%는 지오반니 트리아 재정장관이 내놓은 목표치인 1.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는 그간 이탈리아 정부가 2%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과도 어긋나며, 이전 정부가 구상했던 0.8%와는 더 큰 차이를 보인다.

오성운동은 '시민을 위한 결정'이라며 이번 결정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로존 내에서 GDP 대비 정부부채 규모가 큰 대표적인 나라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이같은 결정이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다.

이탈리아 예산안 계획은 다음 달 EU 집행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탈리아의 파퓰리스트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한 좋은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유럽과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각각 반체제 정당, 극우 정당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는 오성운동과 동맹은 지난 6월 1일 연정을 출범시켰다. 출범 직후 두 정당의 지지율은 각각 30% 내외로 둘이 합쳐 60%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오성운동은 빈민층에게 대략 한국 돈 기준 100만원에 해당하는 월 기본소득 제공, 연금수령 연령 하향 등의 모토를 내걸면서 국민의 마음을 샀고 동맹은 난민단속 강화, 소득에 따른 단일세율 부과 등을 공약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했다.

이런 공약을 내걸었던 만큼 두 당의 연정 출범은 재정적자 확대의 소지가 컸던 게 사실이며, 결국 재무장관이 방어선을 쳤던 재정적자 목표 수준도 무너진 것이다.

이번 결정 이후 이런 정당에 속한 국회의원들이 감성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금융시장의 반응 따위는 신경쓰지 않으며, (유럽 최고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와의 금리차 역시 상관없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 재정적자 확대안, 포퓰리즘 정당들 갈라설 위기 넘겼으나 EU와 협상 과정 남아

최근 2019년 재정적자를 GDP의 2~2.5%로 설정할 것이란 얘기가 있었던 만큼 27일의 결정이 놀랍지 않다는 평가도 보였지만,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오성운동 대표 루이스 디 마이오는 이번 예산안 합의 도출 뒤 "역사적인 날"이라고 평가했다. 오성운동은 이미 재정적자 룸 확대를 통한 정책 패키지 등을 거론한 바 있다.

예컨대 세금을 낮추고 부가세 인상분을 되돌릴 수 있으며, 시민들을 위한 소득 개혁을 할 수 있다고 것이다. 아울러 재정적자 확대는 두 정당이 주장하는 개혁 뿐만 아니라 정권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도 있긴 하다.

이번 조치로 두 정당이 갈라설 우려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적어도 연내에 연정이 깨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10월 15일까지 이탈리아는 보다 상세한 예산안 내역을 담은 예산안 초안을 EC에 제출해야 한다. 이탈리아는 지난 2017년 재정적자가 GDP의 2.3%에 달하고 올해는 1.7%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줄어들던 적자폭이 내년에 다시 늘어나는 것이어서 이는 결국 향후 공공재정 악화를 의미할 수 있다.

유럽연합이 바라는 점진적인 재정적자 축소를 통한 정부 부채규모 감축과는 꽤 거리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이탈리아를 재차 긴축 재정 쪽으로 몰아넣는다면 두 포퓰리즘 정당이 유로존 시스템 내에 머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낼 수도 있다. 따라서 다음달 초 유럽연합 쪽에서 이번 결정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놓을 지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포퓰리즘 정당들이 출범 당시 내걸었던 이른바 '개혁과제'를 빨리 실행에 옮기려고 한다면 이탈리아와 유럽연합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

■ 재정적자 확대문제, 경제지표와 함께 봐야..독일국채와 스프레드 주시

노무라증권의 치아라 잔가렐리 유럽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발표와 관련해선 예산 적자 전망과 함께 성장률 등 거시전망을 같이 봐야 한다"면서 "만약 두 정당의 안이 단일세나 소득 지원과 같은 자신들의 공약 이용을 위한 것이라면, 이탈리아가 GDP 대비 부채비율을 줄이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느슨한 재정정책이 이어지면 투자자들은 이탈리아 국채에 대해 더 많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탈리아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어 "향후 2년간 계속해서 성장률이 낮아진다면 늘어나는 재정적자는 더 지속하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발표될 경제 데이터 상의 악화 징후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초 이탈리아 재무장관의 공언보다 재정적자가 크게 늘어나게 됐지만, 일단 이탈리아가 안정적인 연정을 이끌 수 있는지 봐야 한다는 진단도 보인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탈리아의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와 관련해 2%를 안도하는 수준으로, 2.5%를 넘어가면 우려가 깊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는데 2.4%로 합의되면서 우려 확대가 제한되고 불확실성 제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탈리아-독일 10Y 스프레드는 235bp 수준까지 확대됐으나 예산안 합의로 추가 확대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정 내부의 정치적 수습 과정이 무난히 마무리될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유로화, 이탈리아 재료와 그 밖의 요인들 봐야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 실권자들의 입맛에 맞는 예산안이 도출된 가운데 유럽연합이 상당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3% 안쪽에서 재정적자 규모가 설정된 측면도 있다. 다만 이미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는 GDP의 130%를 넘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정치 불확실성으로 이탈리아물(주식, 채권) 가격이나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향후 EU, 국제신용평가사 등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

이런 가운데 당장은 이탈리아 정치 불확실성이 유로화 약세 요인이 될 수 있으나 다른 복합적인 요인들을 감안해야 한다는 조언도 보인다.

BOA메릴린치는 "단기적으로 볼 때 우리는 여전히 이탈리아 재정문제와 무역 분쟁 이슈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유로/달러가 더 하락할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고 밝혔다.

BOA메릴린치는 그러나 "달러 강세는 상당부분 실현이 된 상태이며 이번 가을에 유로화에 대한 롱 기회가 올 것"이라며 "ECB의 양적완화가 올해 종료될 것이다. 미국의 재정부양에 따른 성장 효과는 내년말에 종료될 것인데, 이 부분 역시 시장이 반영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무역갈등이 궁극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이 부분 역시 유로화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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