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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4년래 최고 근처로 올라선 유가..'100불 간다' vs '레인지 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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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자료=코스콤 CHECK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최근 국제유가 급등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0달러대 중반 수준까지 올라 거의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는 공급 감소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간의 무역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크게 뛰었다.

WTI는 사흘 연속 오르면서 배럴당 75달러를 상향 돌파했다. WTI는 1일 2.8%(2.05달러) 급등한 75.30달러를 기록해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최근 이란의 원유 공급 우려가 큰 상황에서 사우디의 증산 능력이 의심을 불러 일으키면서 유가 상승을 견인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2.25달러(2.72%) 뛴 배럴당 84.98달러를 나타냈다.

WTI는 8월 중순 한 때 65달러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60달러대 후반에서 지지를 다진 뒤 70달러를 돌파했으며, 이후 70달러대 중반까지 오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가를 비난하고 있으나 이란 경제제재 이슈가 재부각되면서 정치적 갈등이 이어졌고 공급 사이드에선 만족할 만한 증산 플랜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가는 더 상승압박을 받았다.

■ 원유가격, 수요 대비 공급 부족에 올라

유가가 최근 크게 오른 데는 원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선 OPEC이 증산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수요는 견조한 모습을 보여 유가 상승을 견인했다.

지난 6월 OPEC 정례회동에서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은 기대를 밑도는 100만 배럴 증산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9월 하순 산유국 회담에선 회원국들이 추가 증산을 거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압박 등으로 OPEC이 6월에 증산에 합의했지만 이후 산유국들은 미국의 비위를 거슬렸다. 이제 세계1위의 산유국이 된 미국이 원유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주변국에선 기대 만큼 원유 생산을 늘리지 않았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제재 이슈, 베네수엘라의 생산 감소 등으로 공급 사이드의 상황은 계속 여의치 않다. 이란의 8월 생산량은 350만 배럴로 2016년 5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란의 석유 수출물량은 최근 일일 180만배럴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4월의 280만 배럴에 비해 35%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란산 원유의 최대 고객인 인도의 수입액은 올해 상반기 일평균 60만배럴을 넘었지만, 지금은 30만배럴 대다. 중국도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수입을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의 생산량은 8월 일평균 124만배럴로 역대 최저치로 줄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연말까지 베네수엘라 생산이 100만 배럴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부족분을 채워줘야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제금융센터의 김희진·오정석 연구원은 "사우디 등의 여유생산능력은 8월 기준 일일 139만배럴 정도로 150~170만배럴로 추정되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공급부족분을 상쇄하기에 역부족"이라며 "미국은 운송인프라 부족으로 당분간 원유생산 증가세가 둔화될 여지가 있고 러시아도 현재 최대로 설비를 가동하고 있어 증산여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은 "OECD 원유 재고는 지난해 8월 30억배럴에서 올해 8월 28.12억 배럴로 감소하며 과거 5년 평균(28.55만배럴)을 4,300만배럴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공급 쪽에서 문제를 나타내고 있지만 수요는 견조하다. 미국의 1~9월 원유수요는 전년동기대비 2.6% 늘어나 지난 해 같은 기간(+0.6%)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에 따라 미국의 원유재고는 9월 21일 현재 3.95억배럴로 3년 7개월래 최저치다.

중국의 8월 원유수입이 전년 동기에 비해 12.9% 늘어나는 등 주요국들의 원유 수요는 견조하다.

결국 이같은 분위기 속에 최근 WTI는 지난 7월 10일 기록한 최고치 73달러를 뚫고 올라섰다. 중요한 레벨인 70달러대 중반선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이목이 집중돼 있다.

■ 유가 하락 요인과 그 한계..'유가 100불 간다' vs '지금이 박스 상단'

이런 가운데 신흥국 경제 불안, 미중 무역분쟁, 미국의 금리인상 등은 유가 상승을 제어할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환경은 위험자산인 원유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달러 강세와 무역분쟁이 심화될 경우 중국과 인도의 연간 수요 증가폭이 2018년 일평균 91만 배럴에서 2019년 64만배럴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기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OPEC의 원유 증산을 요구해 왔다. 아울러 필요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금센터 김희진·오정석 연구원은 "미국은 10월과 11월 1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할 예정이며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추가 방출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다만 "미국 비축유 방출 카드의 시장 안정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공급 측면에서의 상방압력이 우세한 상황에서 신흥국 불안 등 하방요인이 유가를 추세적으로 끌어내리지는 못할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여유생산능력이 2007~2008년 유가 대급등(Super Spike) 수준으로 감소한 가운데 세계 수요는 견조세를 유지함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유가 100달러 상회 전망도 점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가를 끌어내릴 요인도 있긴 하지만, 공급 차질 쪽에 힘이 쏠리다보니 연말까지 계속 오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이란 원유수출 감소와 베네수엘라 감산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올랐으며, OPEC이 기존 원유 증산량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OPEC의 원유 여유생산능력 부족 이슈도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가는 원유 공급 차질 이슈로 연말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달러 강세와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 전략 비축유 방출 가능성으로 가격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란 재제의 충격 등을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으며, 세계 1위의 산유국으로 올라선 미국의 증산 등으로 일방적 유가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도 보인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예정된 이란 제재 적용일은 11월 5일이며 원유선물 11월물을 중심으로 유가는 상승하고 있다"면서 "원유 공급부족이 개선되기 쉬워 보이지 않지만, 상황이 극단적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OPEC이 증산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증산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방적 유가상승이 나타날 상황은 아니다"면서 "4분기 국제유가는 여전히 박스권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4분기 유가 밴드를 65~75달러로 보면서 현재 수준에서 더 올라갈 가능성을 낮게 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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