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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다가온 금리인상과 발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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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사진=이주열 한은 총재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최근 금리인상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용지표 부진이나 설비투자 감소 등 경기에 대한 우려를 더하는 지표에도 불구하고 서울 부동산 문제 등으로 금리인상이 힘이 실리고 있다.

대외 쪽에선 미국이 꾸준히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금리가 급등했다. 일반인들은 납득하지 못하지만, 그간 국내 물가가 '안 올라서' 금통위는 금리를 인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유가도 크게 뛰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75 달러를 넘어서 근 4년래 최고치로 뛰는 등 유가 고공행진 역시 한은의 금리인상 시점이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징표라는 진단들도 보인다.

■ 이주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4일 경제동향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금융불균형을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등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성장잠재력과 일자리 창출능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9월 FOMC의 금리인상 뒤에도 금융불균형 축소 필요성을 거론했다. 지난 27일엔 "미국이 앞으로도 금리를 올릴 계획이기 때문에 내외금리차 확대에 좀 더 경계감을 갖고 자금흐름의 추이를 보겠다"고 했다.

한은은 최근 경기요인과 함께 금융안정(금융불균형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미 금리차 확대, 속도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명목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가계부채 증가세(가계부채 증가세는 부동산 시장 흐름의 이면이다) 등 금융안정과 관련한 이슈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최근 이낙연 총리, 뒤이은 한은 총재의 금융불균형 관련 발언들이 11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였는데, 서울 부동산 문제가 엮이다 보니 굳이 11월로 늦출 필요 없이 10월에도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 김현미

이틀 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직접 거론했다.

최근 이낙연 총리의 금리인상 고민 필요성 발언이 금리 하락 흐름을 되돌린 가운데 김 장관은 과잉 유동성과 금리 문제를 언급했다.

김 장관은 2일 오후 4시 반이 넘은 시각 국회대정부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정부 정책 때문에 서울 부동산이 올랐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유동성 과잉이 집값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저금리가 유동성 과잉의 원인"이라며 "금리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밝혔다.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세가 일부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의 이탈로 이어진 가운데 관계 장관이 직접적으로 금리를 거론하는 상황까지 간 것이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기 보다는 서울 아파트 매수 등에 이용됐다는 사실은 부인하긴 쉽지 않다.

■ 파월

미국 금리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크게 올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완전고용과 낮으면서도 안정적 인플레이션을 유지 하고, 여러 위험들 간 균형을 조정해 현재의 경기팽창을 연장하기 위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를 중립수준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 경제가 대단히 긍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파월 의장은 워싱턴DC에서 열린 애틀랜틱 페스티벌 연설에선 "현재의 경기 팽창세가 꽤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등 경기가 계속 강해진다면 우리가 조금 더 서두를 수 있고, 반대의 경우라면 더 느리게 움직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실업률이 20년 만에 최저에 머무는 등 노동시장 지표들이 완전고용 상태에 아주 가까워졌다"면서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2% 목표에 정확히 도달했으며, 물가관리를 위해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전고용 속에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을 유지하고 여러 위험들 간 균형을 조정해 현재의 경기팽창을 연장하려면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정책금리의 향후 경로는 누구든 예상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한 편”이라며 "미 기준금리가 경제에 약간 긴축적인 수준으로 인상되고 나면 얼마간 그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에반스 총재 역시 긴축수준으로 금리가 올라갈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미국채10년물수익률은 3일 12.19bp 급등해 3.1863%를 나타냈다. 국채30년물은 12bp 올라 3.3368%에 자리했다.

■ 신·구 채권왕

미국의 신·구 채권왕이라고 불리는 이들도 금리 상승 위험을 강조하고 있다.

오랜 기간 채권시장의 가장 큰 손으로 군림해온 빌 그로스는 "외국인 투자수요 위축으로 미국채 금리가 더 뛸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 국채10년물 수익률이 5년 만에 최고치 수준으로 올라온 가운데 왕년의 채권왕은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뒀다.

그로스는 "유로존과 일본의 기존 미국채 10년물 투자자들이 헤지비용 상승 부담 때문에 시장에서 밀려났다"면서 "독일과 일본 보험사가 미국채 10년물을 살 때 취하는 실제 수익률이 각각 -0.1% 및 -0.0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수준에서 외인 매수가 부족해지면 미국채 가격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스왑 헤지비용이 높아져 미국채 투자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다.

제프리 건드락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지난 달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3%를 다시 넘어섰을 때 "이번엔 금융 매체들이별 관심을 갖지 않는 가운데 10년 금리가 3%를 넘었다"면서 특히 30년물 금리가 3.25%를 넘는지 봐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건드락은 지난 달 19일 "30년물 금리 3.25%를 주시해야 한다. 이 수준 위에서 머물 경우 게임 체인저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간밤 미국채30년물 금리가 건드락이 제시했던 3.25%를 훌쩍 뛰어넘은 가운데 신채권왕이란 애칭을 얻는 그의 말처럼 미국 금리의 추가 상승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 4년래 최고치로 오른 유가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75달러를 넘어서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뛴 데엔 공급 부족 이슈가 크게 작용했다.

OPEC이 증산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수요는 견조한 모습을 보여 유가가 계속해서 오른 것이다.

지난 6월 OPEC 정례회동에서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은 기대를 밑도는 100만 배럴 증산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9월 하순 산유국 회담에선 회원국들이추가 증산을 거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등으로 OPEC이 6월에 증산에 합의했지만 이후 산유국들은 미국의 비위를 거슬린 것이다.

이제 세계1위의 산유국이 된 미국이 원유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주변국에선 기대 만큼 원유 생산을 늘리지 않았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제재 이슈, 베네수엘라의 생산 감소 등으로 공급 사이드의 상황은 계속 여의치 않다. 이란의 8월 생산량은 350만 배럴로 2016년 5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란의 석유 수출물량은 최근 일일 180만배럴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4월의 280만 배럴에 비해 35%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이 사우디에게 생산량을 더 늘리라고 종용하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가 사상 최대규모 근처의 물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수급 우려는 쉽게 걷히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유가가 100불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미국의 생산량 확대나 추가조치 등을 감안할 때 현 수준에선 속도조절을 하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있다.

■ 금리인상 반영돼 시장금리 상승에 한계?..일단 리스크 관리가 우선

국내시장에선 이낙연 총리 발언 이후 연내 금리인상 기대감이 다시 강화되고 국고3년 금리도 2% 위로 올라왔다.

한국 경기여건 상 한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만큼 지나치게 흥분할 필요 없다는 지적들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 차례 금리인상은 이미 반영된 수준 아니냐"면서 "현실적으로 한국의 금리인상은 일회성에 그칠가능성이 높아 저가매수 기회를 탐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으며, 국내 역시 한 차례 인상이 끝일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 분위기가 갑자기 냉각되다 보니 우려 요인을 찾는 것이다.

다른 딜러는 "오늘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있으며 일단 10월 금리인상에 힘이 실린다"면서 "부동산 급등세가 상당수 사람들의 인내심을 바닥냈으며, 한국 역시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딜러는 "금리가 통당 기준 2%로 올라올 때 사람들이 샀다. 그런데 의외로 미국 금리가 점핑을 하니 다들 당황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우리는 금리를 1회 올릴 것인데, 내년이 문제가 된다. 내년 금리인상이 없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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