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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2014-2015년, 정치와 금리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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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사진=이주열 한은 총재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단행된 금리인하 결정을 놓고 정치가 개입했다는 의구심이 증폭됐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과 연루돼 구속돼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고(故)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수첩이 공개되면서 정권 차원에서 금리인하를 모의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에서 금리 인하를 모의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코스콤 CHECK(3943)를 보면 한국의 기준금리는 2011년 6월 9일 3.25%로 25bp 인상된 뒤 연달아 8번 인하됐다. 2012년 7월과 10월, 2013년 5월, 그리고 2014년 8월과 10월에 각각 25bp씩 차례로 인하됐다.

이후 2015년엔 3월과 6월에 인하됐으며, 2016년 6월에 사상 최저인 1.25%로 내려갔다.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의 재임기간은 임기 5년을 못 채운 2013년 2월부터 2017년 3월까지였다.

지금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박근혜 정부 2년차이던 2014년 4월에 25대 한국은행 총재로 부임했다. 이후 올해 연임에 성공해 한은 총재 연임 시대를 열었다.

이주열 총재는 취임 1년차에 두 차례, 2년차에 두 차례, 그리고 3년 차에 한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4년차인 2017년 11월엔 금리가 6년 5개월만에 인상됐다.

▲ 정책금리 유효하단 논란 일던 그 시절..2015년 봄 최초의 1%대 정책금리

기준금리는 지난 2015년 3월 처음으로 1%대로 내려갔다.

현재 이주열 총재가 부총재 시절 각을 세웠던 전임 김중수 총재(임기 2010년 4월~2014년 3월)는 임기 후반부이던 2012년 7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한 뒤 임기 만료시간까지 금리를 움직이지 않았다.

김중수 총재는 퇴임 당시 '정책금리 하단'을 연구할 숙제로 남겼다. 당시는 한국이 내릴 수 있는 유효 금리의 하단이 어디까지인지가 큰 논란이자 관심사였다.

김 총재 자신은 정책금리를 2% 아래로 내리는 문제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주변에선 한은이 1%대 금리는 경기부양 효과보다 부작용(부채 급증과 부동산 투기 조장)이 큰 것으로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추론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는 2014년 봄 취임 당시에 보였던 금리 정상화(인상) 의지와 달리 그 해에 금리를 두 차례 내려야 했다. 그런 뒤 2015년 봄에 정책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1%대인 1.75%로 낮췄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보였던 1%대의 정책금리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 사상 최초 기준금리 1%대 진입 시절..정부가 금리정책 관련해서 한 일

그 시절 '정치의 중앙은행 압박'을 의심할 만한 기록이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의 휴대 전화에 남아 있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국정감사에서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김 의원이 이날 공개한 정찬우 부위장이 안 수석에게 보낸 2월 11일자 메시지 내용은 이렇다.

"강효상 선배와 논의했슴다. 기획기사로 세게 도와준다고 했습니다. 필요한 자료 이진석에게 이미 넘겼습니다"

3월 3일자 메시지는 이렇다.

"형님 조선이 약속 대로 세게 도와줬으니 한은이 금리 50bp 내리도록 서별관 회의 열어서 말씀하셔야 합니다."

문자 메시지에 등장하는 강효상 선배는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이었으며, 지금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다. 메시지에 등장하는 이진석은 당시 한국은행 출입기자였다.

김경협 의원은 이 문자를 공개하면서 "언론, 금융당국, 기재부(정부)가 한 팀이 되서 금리인하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금리 인하로 방향을 잡고 조선일보를 활용해 금리인하를 주장하게 하는 등 금리인하를 위해 공모했다는 것이다.

▲ 금리에 크게 신경 썼던 청와대..이주열 총재는 직접적 압박 사실 부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2015년 5월 24일 안종범 수첩에 '성장율 저하, 재정역할, 금리인하, 한국은행 총재'라고 언급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6월 11일 금리를 25bp 인하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2016년 3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판 양적완화'를 사회 의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안종범 수첩' 2016년 4월 27일자엔 '구조조정 원칙과 방향, 양적완화', 4월 29일 '한은총재', 4월 30일 '한은'이라고 언급돼 있다.

한은은 2016년 6월 9일 기준금리를 1.25%로 낮췄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 수첩에도 관련 내용이 나온다. 2014년 8월 14일자 기록엔 '금리인하 0.25%↓ → 한은은 독립성에만 집착'이라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리인하에 대한 압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 것이다.

박영선 의원은 "박근혜 정권은 경제성장률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해 금리인하를 한국은행에게 끊임없이 압박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금리를 인하해 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 최경환 부총리 당시 인위적인 금리인하로 인해 한국경제는 구조조정도 실기하고 좀비기업을 양산하게 되었으며 이는 정책범죄"라며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날 국감 자리에 나온 이주열 총재는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이 총재는 "정부 압박에 의해 금리를 결정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직접적으로' 청와대 등으로부터 금리를 어떻게 하라는 종용을 받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2015년 인하 당시의 상황에 대해선 "경기가 아주 안 좋았다. 수출이 사상 처음 2개월 연속 감소했다"면서 경기상황에 따른 금리 인하였음을 항변했다.

▲ 여당과 야당, 증인 출석 놓고 대립

이날 국감에서 김정우 의원은 금리결정 의혹과 관련해 "안정범·정찬우·조선일보 기자를 증인으로 신청하자"고 했다.

그러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반대한다"고 했다.

박영선 의원이 안종범 수석과 고 김영한 수석의 수첩을 거론하면서 "2014년 7월부터 부동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를 지속적으로 언급했다"면서 "이후 한 달만에 금리가 인하됐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2014년 8월 13일 1년 3개월만에 금리를 처음으로 변경(인하)했다.

여당 의원이 증인 출석을 요구할 태세를 보이자 권성동 의원이 '이 정부는 한은이 독립적으로 일하게 하느냐'면서 나섰다.

권 의원은 "수첩을 보면 안종범, 정찬우 등이 2015년 금리인하를 위해 노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 정부는 지금 금리인상을 압박하고 있는 중 아니냐"고 했디.

권 의원은 그러면서 "금리정책과 관련해 안종범·정찬우를 증인 신청 하려면 (최근 금리인상을 주장하거나 필요성을 거론한) 이낙연·김현미·홍영표도 신청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정책금리를 1%대로 낮출 당시 정치적 의구심도 컸던 게 사실이다. 여당이 된 민주당은 '안종범 수첩' 등을 통해 그 시절의 비화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 중이며, 이제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은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하는 행태는 어떠냐'면서 물타기 전법으로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는 독자적 판단으로 금리를 결정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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