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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다시 폭락하며 연중 저점 경신한 주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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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자료=코스콤 CHECK, 올해 코스피지수 흐름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최근 주식시장에선 가격 반등의 한계를 거론하는 '우울한 우스개'가 적지 않게 돌았다.

예컨대 금리 인상은 당연히 주식에 악재, 금리 하락은 경기 어려움을 나타내주기 때문에 악재, 기업 실적 최고치는 미래엔 그 만한 수익이나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악재라는 식이었다.

모든 재료를 안 좋은 쪽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시장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가격 급락에 따른 가격 메리트로 주가가 올라가는 듯하다가도 한 순간에 폭락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투자자들이 지치는 모습들도 나타나고 있다.

PBR이나 PER 등을 거론하면서 주가가 싸다는 점을 어필해 보지만, 미래의 이익을 믿을 수 없다거나 시간이 지나면 더 나빠질 것이란 점을 지적하면서 역시나 비관론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지금은 주식시장에 대내외 모두 악재가 쌓여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60p 넘게 빠져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2100선 아래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 미중 갈등, 해결 못 찾고 시간 지날수록 주가엔 불리

오래된 재료이긴 하지만 미중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국내 주식시장 반등이 쉽지 않다는 인식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의 갈등에 따라 미국 주요기업들의 실적에 영향이 나타난다면 글로벌 주식시장이 모두 어려워질 것이란 인식도 상당히 많았다.

중국 경기 둔화가 결국 다국적 성격의 기업 등 미국 기업들의 실적을 떨어뜨리면 주식시장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매출을 상당 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되거나 관계 개선 없이 시간이 흐르는 것은 주가에 불리할 수 있다.

이날은 간밤 뉴욕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았음에도 아시아 주가지수가 힘을 쓰지 못한 채 낙폭을 키웠다.

미국 주식시장에선 최근 3.2%로 오른 금리(미국채 10년물 기준)와 중국과의 갈등 등에 따른 기업 매출 둔화 우려 등이 주가지수를 짓눌렀다.

주식과 함께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원자재 시장에서도 최근 부담이 나타났다.

국제유가, 비철금속 등이 최근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 유가는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 등으로 빠졌다. 다만 경기에 대한 우려도 무시하기 어렵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가는 사우디 언론이 살해 논란에 따른 미-사우디 관계 악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높은 미국 원유 재고 증가로 하락했다"면서 "유가는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지역 공급 차질 가능성으로 연말까지 상승할 수 있으나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선호 환경은 유가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비철금속 가격 하락 등에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비철금속엔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면서 "중국 비철금속 수요는 아직 견고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다면 줄어들 가능성이 크며, 중국 정부가 친 성장정책을 펴더라도 이는 경기성장률 하락을 방어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중국과 크게 엮여 있기 때문에 중국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반등하기가 만만치 않다.

■ 외국인 주식 팔자..힘 받은 셀 코리아 채권으로 번지나

외국인은 계속해서 주식을 팔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2시30분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5천억원 가량 대거 순매도 중이다.

10월 들어 외국인은 이날까지 3조 5천억원 가량을 순매도 중이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9월까지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2조 12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10월 들어 매도 규모가 3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0조 1800억원 순매수하면서 급등장을 받쳤으나 4분기들어 매도 공세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현 시점까지 올해 외국인 주식 순매도 규모는 5조 6천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외국인은 9월 작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채권에서도 순유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주식, 채권 가리지 않는 셀 코리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외국인 채권자금은 9월에 1조 9120억원이 유출됐다.

올해 9월까지 외국인의 한국 상장채권 잔액 증가규모는 14조원에 달해 상당히 많이 샀다. 하지만 9월 순유출에 이어 10월에도 채권 순유출이 이어졌다.

이달 들어 22일까지 외국인의 채권순투자 규모는 '마이너스' 1조원 수준이어서 9월에 이은 순유출 가능성이 있다. 다만 채권 순유출은 만기 요인 등도 크게 작용했다.

어쨌든 전체적인 그림은 최근 외국인의 국내 증권시장 이탈이 두드러지는 게 사실이다.

■ 외국인 자금 주식 이탈..금리차보다 한국에 대한 비관론

외국인 자금이 급속히 국내 주식시장에 빠져나가면 보니 일각에선 금리차에 따른 자금 이탈을 거론하기도 했다.

다수 신흥국에서는 대미금리차 확대와 통화 약세가 자본 유출을 이끌었기 때문에 국내도 비슷하게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시장 자금 이탈은 미중 무역 분쟁, 반도체 모멘텀 둔화 등 산업에 대한 우려 등이 크게 작용한다.

주식시장의 한 분석가는 "한국 경제, 그리고 주식시장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상황에서 미중 무역 분쟁은 계속해서 국내 주식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면서 "아울러 끊임 없이 제기돼 온 반도체 고점론 등이 주식시장에 악재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에 대한 우려 등으로 외국인이 계속해서 주식을 팔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주식시장 관계자도 "금리차 때문에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간다는 주장엔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달 한은이 금리를 올리겠다고 한 게 더 불안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경기나 기업에 대한 비관론이 많다 보니 지금은 단순히 싸 보인다고 매수로 접근하기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 자신감 잃은 저가매수..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적지 않은 주식 투자자들이 심한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글로벌 위험회피 무드가 강해 저가매수로 접근하기 만만치 않은 가운데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까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기금의 주식투자자는 "이미 망가진지 오래됐다. 주식 저가 매수를 부르짖었지만, 계속해서 저점을 경신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정부들은 도덕적 타락이 너무 심했고 부동산 부양에만 용을 썼다. 이번 정부는 코스닥 부양을 한답시고 개인투자자들을 꼬드겼지만, 주식시장은 폭락했다"면서 "답이 잘 안 보인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주식이 싼 지 확신하기도 곤란하다. 지수 2000선 아래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분위기에선 매수하는 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가격이 많이 빠져 싸다고 보는 경우도 많지만, 호재가 잘 안 보여서 매수 자신감은 떨어졌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가격은 충분히 빠졌다고 본다. 하지만 지수가 올라갈 유인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좀 더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다른 운용사 매니저도 "상황을 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매수, 매도 한 쪽으로 힘을 싣기 보다는 지금은 중립적 스탠스로 대내외 상황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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