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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경기 비관론과 밀린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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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자료=한국은행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은 전기비 0.6%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0%로 2009년 3분기(0.9%) 이후 최저치였다.

전기비 성장률은 올해 1분기 1.0%에서 2분기 0.6%(0.595%)로 낮아졌다. 3분기 성장률은 2분기와 같은 수치였으나 세밀하게 보면 0.572%로 조금 더 낮아졌다.

한은은 당초 올해 3% 정도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봤으며, 수정전망시 전망치를 낮춰왔다. 얼마전인 10월 전망시엔 2.7%로 제시했다.

정부도 3% 가까운 성장률 전망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부총리는 "올해 2.9% 성장은 쉽지 않다"면서 전망 달성이 어렵다고 했다.

한은은 성장률이 2.7%를 달성하기 위해선 4분기에 0.82% 이상 성장해야 한다고 했다.

■ 되짚어 보는 3분기 GDP

전일 나온 3분기 GDP 흐름의 큰 골격은 최근 상황과 비슷한다. 수출과 소비가 경기를 받치고 있지만 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그림이다.

지출 기준으로 GDP를 살펴보면, 우선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기비 3.9% 늘었다. 수입은 화학제품이 늘었으나 기계류 등이 줄어 0.1% 감소했다. 양호한 순수출 상황이 성장에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는 각각 0.6%, 1.6%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전기 및 화장품 등 비내구재와 의류 등 준내구재의 소비가 늘어 0.6% 증가했다. 3분기에는 추석 등 계절적 요인으로 전분기(0.3%) 대비 0.3%p 높아진 것이다. 정부 소비에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기여했다.

하지만 투자 쪽은 계속해서 부진하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6.4%, 4.7% 감소했다.

3분기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부진했으며, 감소율은 외환위기 여파가 있었던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설비투자는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다. 철도차량 등 운송장비가 늘었으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 기계류의 감소폭이 영향을 미쳤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반도체 등 전기 및 전자기기를 중심으로 2.3% 증가하면서 두드러졌다.

건설업은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5.3%로 감소폭을 키웠다. 1998년 2분기 이후 20여년 만에 최저치다.

서비스업은 금융 및 보험업, 문화 및 기타서비스업 등이 줄었으나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등이 늘어 0.5% 증가했다.

전기가스·수도사업은 전력생산이 늘어났으나 가스판매가 줄어 0.1%, 농림어업은 농산물 및 축산물 생산이 줄어 4.9% 감소했다.

■ 당국은 과도한 한국경제 비관론 경계

전일 한국은행은 3분기 GDP 결과가 지나치게 나쁘게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전년동기와 비교한 GDP 증가율이 2009년 이후 최저로 나와 의구심을 표하자 한은은 충격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박양수 경제통계국장은 "2009년 잠재성장률 3.8%에서 지금은 2.8~2.9%로 1%포인트 가량 떨어졌다"면서 "그러나 잠재성장률을 감안할 때 2009년 2.0%와 지금의 2.0%를 비교해 3분기 GDP를 충격적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전일 국감에서 "성장률 0.6%가 나왔다는 것은 올해 성장률이 2.6~2.9% 레인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경기에 대해 부진·침체·위기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은 여전히 경기의 상방요인과 하방요인이 서로 부딪히고 있다고 보면서 4분기엔 좀 더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10월 경제전망 수치(2.7%)와 이를 위해 필요한 성장률(0.8% 이상)을 감안할 때 3분기보다는 나을 수 있다. 3분기가 특별히 좀더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이 거론되기도 한다.

HSBC는 "한 분기 성장률 수치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추석 연휴의 계절효과가 영향을 미쳤으며 4분기엔 기술적인 만회가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추석 효과와 함께 여름이 매우 더웠던 점도 지난 성장률에 악영향을 줬다. 이는 건설을 늦추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한국 경제를 보는 관점은 그다지 좋지 않다.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계들 쪽에서도 한국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호주뉴질랜드은행은 "한국의 3분기 성장률은 전년비 2.0%에 그쳤다. 비록 높은 베이스의 영향을 받았지만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한국 경제의 성장세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물가 압력은 제한적이고 대외 환경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 사그라들지 않는 비관론..내년에도 한은은 전망치 낮출 것

당초 3%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던 올해 성장률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성장률을 낮췄고 김동연 부총리는 기재부의 전망치인 2.9%는 달성이 어렵다고 했다.

한은이 제시한 내년 성장률 2.7% 역시 욕심이라는 평가가 많다.

씨티은행은 3분기 GDP가 나온 뒤 "올해와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각각 2.7%, 2.5%로 0.1%p 낮춘다"고 밝혔다.

씨티는 "수출의 GDP 기여도는 1.7%p로 2011년 3분기 이후 최고였다. 반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재고는 각각 -1.0%p, -0.4%p, -0.3%p 기여하면서 민간소비지출(0.3%p)과 정부지출(0.2%p) 효과를 상쇄했다"고 지적했다.

씨티는 "한은이 금융불균형 시정 의지와 정책 여력 확보 차원에서 11월엔 금리를 올리겠지만 내년에는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간이 흐를수록 성장률이 더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타났다.

노무라는 증권은 2018~2020년 성장률을 2.7%, 2.5%, 2.3%로 각각 0.2%p씩 낮췄다. 그러면서 내년 한 차례 금리 인상 전망도 거둬들였다. 노무라는 성장률 추이에 맞춰서 올해(11월) 인상, 내년 동결, 내후년 인하로 전망을 고쳤다.

■ 11월 금리 인상은 밀린 숙제

최근 주가가 폭락하면서 11월에 금리가 동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보이지만, 한은이 사실상 11월 인상 얘기를 한 상황이어서 큰 변고만 없다면 금리는 인상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하지만 한은이 11월에 금리를 올리더라도 밀린 숙제를 하는 것 외에 큰 의미는 없다는 지적도 보인다.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한은은 금리 인상을 실기한 뒤 경기가 하강할 때 금리를 올리려고 한다. 너무 신중하다 아주 후행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을 '신중함이 가져온 실패'라고 주장했다.

그는 "학기가 이미 끝났는데, 한은은 지난 학기의 숙제를 뒤늦게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아무튼 미래 경기를 보는 시각이 밝지 않은 가운데 한은의 정책 실기와 11월 금리인상, 이후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하이닉스 10조원 청주 투자건이 보도되곤 했지만, 여전히 설비투자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서 "정부정책 등으로 올해 성장률 수치 2.7%를 억지로 만들 수는 있겠지만, 다운사이드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상황이 이럴 줄 알았으면, 왜 10월에 금리 인상을 안 했는지 궁금해진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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