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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 펀드매니저의 視線.."美-中 대결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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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한국금융신문

사진=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윗



'중국제조2025'

중국이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강국' 도약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2015년 5월 8일 중국 국무원이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발표한 산업 고도화 전략이다.

2025년까지 반도체, 전기차, 첨단 의료기기, 로봇, 통신장비, 첨단 화학제품, 바이오, 의약 기술 및 원료 물질, 항공우주, 해양엔지니어링 등 10개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대표 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의 '기술 자급'을 목표로 한다. 중국은 핵심 기술과 부품·소재를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 자급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담고 있다. 늦어도 2050년 이전엔 세계 최대 '기술국가'가 되겠다는 꿈이 담겨 있는 플랜이다.

하지만 기술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중국은 제조2025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과 마찰을 불러 일으켰다. 자국 기업엔 보조금을 지급하고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엔 기술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미국이 이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가 일상화됐다고 판단한 미국은 중국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을 필요성을 느끼는 듯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올해 4월 3일 고율 관세부과 대상인 중국산 수입품 1300개 목록을 발표하면서 중국제조 2025를 조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세계 양강의 갈등은 이후에도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은 중국의 모든 제품에 대한 전면 관세 부과 가능성이란 카드를 갖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선 이런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이 제조 2025에 성공하더라도 한국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이 제조업 중심의 수출 국가인 한국의 힘을 빌리지 않고 부품 자급 등에 나서면 한국의 많은 산업들 역시 위기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갈등에서 한국은 미국을 응원할 수도, 중국을 응원할 수도 없는 처지라는 지적들도 많다. 한국은 어느새 중국이 잘 못 돼도 문제, 잘 되더라도 문제인 국가가 됐다는 평가들도 나온다.

미중 갈등의 와중에 글로벌 주식시장은 급락했다. 특히 중국경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버린 한국의 주식시장은 제대로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

올해 연초 2600선으로 오르면서 대망의 3000 시대 꿈을 꿨던 코스피는 전날 1996선으로 추락했다.

코스닥의 몰락은 더욱 다이나믹했다. 연초 930선을 뛰어 넘으면서 4자리 지수(1000) 시대에 대한 꿈을 키웠던 이 기술주 중심의 주가지수는 630선을 하회하면서 그야말로 그로기 상태에 몰렸다. 지난해와 올해 초 정부의 코스닥 부양 기대에 들떠있던 개미들은 시대를 한탄해야 했다.

한국 경제의 리스크는 미중 무역 분쟁 때문에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올해 봄만 하더라도 미중 무역분쟁이 타결점을 찾을 것이란 시각이 강했으나 미국의 트럼프는 오바마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금은 미래의 중국에 패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미국의 속내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 편이다. 사실 미국에선 중국이 첨단 전투기 등 '국방 문제'에서도 도적질을 해왔다는 의심도 있었다. 이 양대 강국의 패권 다툼이 어떤 방식으로 해결을 찾을지는 미래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중요하다.

금융시장에서 25년 가량 몸 담은 펀드매니저의 관점을 소개한다. 이 매니저는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문파에 속한다. 이 매니저는 중국 상황을 과거 일본의 전성기 시대에 빗대서 이해하고 있다. 그의 견해가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관점을 소개한다.

▲ 트럼프가 중국을 보는 시각은 어떻다고 보는가

= 한 마디로 적폐로 보고 있다. 문제는 미국에 잘못 걸리면 본전도 뽑기 어렵다는 점이다.

▲ 미국은 자신에게 대항하는 세력을 그냥 두지 않았다.

= 그렇다. 1980년대에 일본이 미국 GDP의 2/3까지 따라오면서 '엔의 국제화'를 외쳤던 적이 있다. 여러 국가들에 엔 차관을 빌려주고 동경에 역외거래소까지 만들면서 잔뜩 폼을 잡았다.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다들 알지 않는가.

▲ 플라자 합의를 말하는 것인가

= 당시 상황은 이랬다. 미국이 조용히 일본을 플라자에 불러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에겐 두 가지 옵션이 있어. 내가 슈퍼 301조를 발동해서 관세를 먹이고 너희 자동차 산업을 박살내 줄까, 아니면 250엔 하는 너희 통화를 130엔으로 평가 절상할래?"

사실상 미국의 협박이었다.

▲ 일본은 후자를 선택했다

= 플라자 합의 성립 후 1만 6천불이던 1인당 국민소득은 단번에 4만불로 뛰었다. 니케이는 3만8천까지 가고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뛰었지. 그야말로 1990년까지 일본은 날아 다녔다.

▲ 하지만 플라자 합의는 일본이 마셔서는 안 되는 독배였다.

= 그러다가 일본이 금융시장 개방을 하고. 미국 투자은행들은 '설마 니케이가 내려가겠어'라는 식으로 나오던 일본 기관투자자들에게 풋(put)을 팔게 한 뒤 자신들은 풋을 샀다. 1990년 1월 12일부터 주식을 엄청 팔아서 1990년대 중반까지 1만선까지 박살내 버리지 않았나. 거기서 2만선까지 올라오는 데 얼마가 걸렸는지 아는가?

▲ 20년 넘게 걸리지 않았나

= 27년이 걸렸다. 플라자 합의 여파로 결국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

▲ 당신은 지금의 중국에서 과거의 일본을 보는가

= 그렇다. 당시의 일본처럼 지금의 중국이 미국에 깝죽거렸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돈줄을 유가 반토막 내서 막았던 나라 아닌가.

▲ 미국은 어떻게 중국의 숨통을 죌 것으로 보나

= 예컨대 금리를 올려서 중국 부채, 특히 외화 부채의 버블을 터트린 뒤 중국의 부동산을 날려 버릴 수도 있다. 중국 부동산이 망가지고 뱅크런이 일어나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에서 돈을 회수하게 만들 수 있다.

▲ 트럼프가 금리인상에 반대하고 있지 않은가

= 미국엔 여러 옵션이 있다. 또 다른 옵션을 보자. 중국의 돈줄은 수출이다. 수출은 위안을 평가 절상을 하거나 관세를 대폭 먹이는 식으로 망가뜨릴 수 있다. 거칠게 말해 중국이 말을 안 듣고 위안 평가 절하를 10% 하면 관세를 30% 먹여서 20% 평가 절상과 동일한 효과를 만들 수 있다.

▲ 다른 옵션은

= 미국의 옵션은 많다. 예컨대 유가를 높게 만들어서 중국의 무역수지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트럼프는 고유가를 비판하는 인물이긴 하다).

▲ 트럼프 입장에선 대중국 전략을 잘 추진하기 위해 내부 지지세력을 규합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 러스트 벨트 지역 유권자들에게 중국이 주적임을 각인시켰다. 잃어버린 일자리를 찾아오자는 식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철강 관세 문제, 자동차 GM대우 철수 등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철강, 에너지, 석유산업과 같이 일자리 많이 만드는 산업을 육성하고 많이 배운 자들이 취직하고 중국이 잘 하는 4차 산업, IT, 반도체 이런 쪽엔 타격을 주는 방식을 택하는 듯하다. 공장이 중국에 있는 애플에 대한 트럼프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최근 스파이칩 소동 같은 것을 보라. 화웨이나 퀄컴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나스닥이 폭삭 주저 앉아도 다우지수 같은 게 상대적으로 덜 깨진다.

▲ 이른바 FANG 기업 등도 손을 본다는 얘기인가

= FANG(Face Book, Apple, Neplix, Google) 등은 오바마가 키운 산업이다. 이런 쪽엔 손을 좀 보고 싶어한다. 역외 유보금 송금 등으로 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 자국의 특정 기업까지 타격을 입히면서 중국을 손본다는 것인가

= 중국이 지금 미국 GDP의 1/2까지 따라오면서 이를 반토막 내기 위해 작정하고 덤비는 게임으로 본다. 이게 중간선거가 끝났다고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것도 아니다. 일본을 박살 냈듯이 중국을 대대적으로 손보려는 것이다. 미니멈 5년 이상 걸리는 작업으로 본다.

▲ 중국도 만만하지 않은 상대 아닌가

= 그래서 트럼프가 각오를 단단히 하고 덤빈다. 내가 경상을 입으면 너는 중상, 내가 중상이면 너는 사망, 이런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 한국, 일본을 무역전쟁으로 패는 것을 보면 미국이 피아를 식별하지 않고 밀어 붙이고 있다. 이 싸움의 끝은 잘 가늠이 안 된다.

▲ 싸움은 장기화 된다?

= 이런 거친 싸움은 오래 갈 것이다. 이 영향은 중국발 미세먼지처럼 우리가 피하고자 해도 피할 수 없다.

▲ 중국은 여전히 개방사회라 부르기 어려운 것 아닌가

= 맞다. 금융시장을 통해 전쟁을 벌이려면 어느 정도 시장이 개방돼야 하는데, 중국은 상대적으로 꽁꽁 걸어 잠그고 있다. 그래서 혹자들이 홍콩발 금융위기 얘기를 하는 것이다. 홍콩이 달러 페그제여서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똑같이 올려야 하고 그 영향이 그대로 부동산에 영향을 준다. 홍콩 부동산을 무너뜨리면 중국에 타격이 클 것이다. 예측의 과도한 측면은 있으나 아무튼 중국 외환보유액 1조 달러가 깨지는지 볼 필요도 있다.

▲ 과거 일본의 사례에서 현재의 중국을 보는 게 시사점이 있다는 데 동의한다

= 미국 입장에선 중국이 무릎을 끓을 만큼 중국을 손 볼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어서 스스로 사약을 먹고 자결했다. 중국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중국 스스로 위안화 평가절상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만무하다. 미국은 계속 관세부과, 비관세무역장벽으로 중국이란 덩치 큰 아이를 고사시키는 작전을 펼 가능성이 높다. 무역량이 줄어들고 서서히 병이 온 몸에 번질 것이다. 이미 중국 주가는 박살이 난 상태다. 중국 부자들의 주식 부가 작년 고점 대비 140조 증발해 버렸다는 보도도 있다.

▲ 다음달 트럼프와 시진핑이 만날 것인데

= 한국의 IMF 위기 때 미국이 요구했던 것들이 기억나는가. 미국은 시기의 문제일 뿐 중국의 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이다. 중국의 비관세 장벽, 지적재산권 관련해서 미국은 손을 볼 것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개방된 두 나라가 어딘가. 한국과 일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ATM 역할을 한다. 우리도 나름 산전수전 다 겪었다. 그런데 미국은 타짜다. 우리는 고스톱 판에 겨우 참여할 정도의 기술만 익혔다. 중국은 어떤가. 대출 위주의 금융시장, 그리고 그림자 금융 문제가 산적해 있다. 중국기업의 신용은 정부, 국영기업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트레저리(미국채)를 내다 파는 걸로 중국이 대응하기도 어렵다.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 등 정치, 외교적 문제까지 감안해서 중국에 대항하고 있다. 오바마의 민주당이 점잖았다면, 트럼프는 거칠면서도 교묘한 인물이다.

▲ 한국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 한국의미래도 만만치 않은데

= 홍대 앞 삼겹살 집 망하면 정육점이 좋겠는가. 우리가 정육점이다. 그나마 삼겹살 장사(반도체)가 잘 되서 한국이 버텼는데, 지금은 어떤가. 반도체 고점 논란이 나오지 않았나. 트럼프는 우방이라고 해서 특별히 봐주지 않는다. 일본에게 하는 것을 봐라. 한국도 미국의 비위를 거슬리면 철퇴를 맞을 것이다.

정치, 외교 문제에 있어서도 트럼프는 한국에 경고하지 않았나. 완전 비핵화되기 전에 대북 경제 제재를 안 푼다고 했다. 한국이 유럽에 가서 북한 제재 완화를 홍보하는 건 미국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이다. 미국이 ‘No’하는 일을 섣불리 해서는 안 된다. 한국 주가가 다른 나라 보다 많이 폭락한 데에 미국의 노림수가 작용했다고 생각한다면 과도한 것일까. 트럼프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선 안된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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