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대법 “강제징용 배상하라” 한·일관계 태풍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소송 13년 만에 개인청구권 인정

“일본 기업, 피해자에 1억씩 배상”

아베 “국제법상 있을 수 없는 판결”

이낙연 “양국 미래지향 관계 희망”

중앙일보

대법원은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3명 사망)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일본 법원이 인정하지 않았던 배상청구권을 한국 대법원은 인정했다. 13년8개월 만에 승소한 이춘식(94)씨는 선고 직후 ’너무 기쁘지만 세 사람이 먼저 가 슬프다. 동료들 없이 혼자 나와서 마음이 아프고 서운하다“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김상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30일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2014년 사망한 여운택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05년 2월 처음 소송이 제기된 지 13년8개월 만이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체결하며 일본이 한국에 제공한 5억 달러(무상 3억 달러, 차관 2억 달러)를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청구권 협정 2조는 한국 정부뿐 아니라 한국 국민의 대일 배상청구권도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개인의 배상청구권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일본 정부의 불법적 식민 지배 등에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 행위에 대해 원고들이 위자료 청구권을 갖고 있는지가 문제인데, 청구권 협정에는 일본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언급한 내용이 없다”고 판시했다. 원고들은 일본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했는데, 65년 청구권 협정은 불법행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위자료 문제도 당시 협정으로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판결 직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연 뒤 이 총리 명의로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 관련 사항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토대로 국무총리가 관계 부처 및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의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정부는 한·일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도 알렸다.

일본 정부는 즉각 ‘수용 불가’를 주장해 한·일 관계에 태풍을 예고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판결 직후 기자들에게 “(청구권 문제는)65년 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 이번 판결은 국제법에 비춰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며 “일본 정부는 의연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담화를 내 “극히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하는 것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고노 외상은 “국제재판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고도 예고했다. 고노 외상은 이날 오후 이수훈 주일 한국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일본은 이번 판결을 65년 체결한 기본 조약과 4개 협정에 의해 발전해 온 한·일 관계의 기저를 흔드는 것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양국 관계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은 “일본은 한·일 간 문제를 넘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 지배 배상 문제 등을 다룬 평화조약) 이후 형성한 전후 질서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지혜·김민상 기자, 도쿄=서승욱 특파원 wisepe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