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 씨가 3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선고 직후 취재진을 향해 두 손을 들어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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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 판결 불구 신일본제철 일본내 재산 강제집행권 없어
-국내 포스코 지분 이론상 집행 가능하지만 외교문제 부담
-권순일, 조재연 대법관 “국가가 정당한 보상해야” 제시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소송을 낸 지 13년 만에 승소했다. 하지만 일본 내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권한이 없어 피해자들이 배상금을 받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지난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고 여운택 씨 등 4명이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피해자들은 각각 1억 원을 신일철주금에 청구할 권리가 생겼다.
확정 판결에도 불구하고 신일철주금이 순순히 1억 원을 배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사건이 단순히 금전 배상 문제를 넘어 한·일 양국간 외교분쟁으로 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65년 청구권 협정을 체결하면서 5억 달러를 지급했기 때문에 개별적인 배상 청구권은 그 때 청산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청구권협정과 개인의 배상 청구권은 별개’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일본은 이 사안을 협정 위반으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실제 신일철주금이 배상을 거부할 경우 법원은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일본 내에 있는 재산을 강제집행하려면 우리 법원이 일본 사법당국을 상대로 ‘집행 승인’을 요청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일본 법원이 집행을 허락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3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결론을 확정지었다. 일본 법원이 우리 측이 요청한 강제집행을 승인한다면 사실상 스스로 잘못 판결했다고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일철주금이 국내에 보유한 재산은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집행이 가능하다. 판결 선고 직후 피해자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해마루의 김세은 변호사는 신일철주금 측에 위자료 지급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고, 강제집행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신일철주금이 국내 포스코 제철소에 3% 정도 지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주식에 대한 집행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일철주금은 포스코 주식 3.32%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실적으로 우리 정부가 나서 피해자에게 보상을 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대안도 제시된다.
이번 사건에서 소수의견을 낸 권순일 대법관과 조재연 대법관은 “대한민국 정부가 청구권 협정을 체결한 것이 과연 옳았는지를 포함해 역사적 평가에 관해 아직도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청구권협정이 헌법이나 국제법에 위반해 무효라고 볼 것이 아니라면, 그 내용이 좋든 싫든 그 문언과 내용에 따라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 대법관은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게 됨으로써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지금이라도 국가는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이러한 피해국민에 대해 지는 책임은 법적 책임이지, 이를 단순히 인도적·시혜적 조치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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