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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의사록 통해 본 금통위 금리결정의 쟁점..."부동산과 물가의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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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자료=한국은행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2018년 마지막 금리결정회의(11월 30일)를 앞두고 10월에 열렸던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됐다.

10월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금통위원이 한 사람 더 추가된 가운데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금리를 올릴지 주목된다.

이주열 총재 시대의 경우 이전과 달리 금통위원들의 개인 의견이 크게 존중을 받는다.

이전 총재들의 경우 금통위를 이끌어 나가려는 경향이 강했으나 이 총재는 그런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통위의사록엔 총재를 제외한 6명 금통위원의 개별 의견이 익명으로 나온다. 하지만 최근 발언 등을 기초로 누구의 발언인지 어느 정도 추정도 가능하다.

일단 지난 7월 회의 때부터 금리인상을 주장했던 이일형 위원의 의견에 고승범 위원이 동참했다.

■ 두명의 인상론자, 결국 부동산 문제 관련 금리인상 주장하는 셈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경기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금융안정을 위해서 금리를 올리자고 한다.

이일형 위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최근 경기나 고용, 물가 여건이 다소 미흡한 점은 있으나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소비자물가가 목표치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에 근접해 갈 것으로 전망되는 점 등을 고려해 통화정책의 완화정도가 일부 축소되더라도 금융안정에 보다 중점을 둔 결정이 필요하다"면서 인상을 주장했다.

특히 최근의 성장세 둔화와 고용부진 등 우리경제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여러 이슈들은 단기적인 경기순환적 요인보다는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 상당 부분 그동안 누적되어 온 구조적 요인에 크게 기인한다고 여겨진다고 했다.

따라서 통화정책으로 이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통해 잠재성장률 수준을 제고해 나가는 노력을 배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했다.

경기 어려움은 인정하지만, 그보다는 금융안정에 치중해야 할 때라는 시선이다.

그는 GDP갭과 인플레이션갭 추정으로 볼 때 완화적 통화정책기조는 유지해 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되나 이러한 실물경제 상황과는 달리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의 중요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면서 주장을 합리화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 폭의 디레버리징을 경험한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져 왔고 지난 수년 간의 저금리 기조는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와 함께 가계부채 증가와 일부지역 부동산 가격상승 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불균형 문제에 소폭의 금리인상으로 대응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통화정책의 시그널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금융불균형 문제는 서울 아파트 급등과 직결된다. 2015~2016년 가계부채가 급증한 데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 무엇보다 큰 기여를 했으며, 누적된 에너지가 2017~2018년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문제는 가계대출 문제의 이면이다.

금리 인상 주장에 동참한 고승범 위원 추정인물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승범 위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확대된 레버리지가 부동산 부문에 계속 누적되면서 수요압력을 견인하는 효과가 점진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이외의 부문에 대한 투자도 부가가치를 충분히 창출하지 못해 지속가능한 선순환으로 연결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글로벌 경제구조의 재편성, 핵심 노동연령층의 인구 감소, 상대적으로 경직된 노동 및 상품 시장, 그리고 소득불균형 등 산적한 구조적인 요인들에 기인하고 있다"면서 "고령화로 인한 노후자금 부족을 단기간에 레버리지를 통한 투자로 만회하려는 유인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 실물자산 확보와 이 자산의 가격상승에 따른 수익추구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거시건전성 규제의 강화만으로는 풍선효과를 초래하는 등 금융불균형 확대를 충분히 제어하기 어렵다고 봤다.

규제로 인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다소 주춤하는 동안 부동산관련 개인사업자대출이 크게 확대됐고 민간신용의 증가율은 명목GDP 증가율을 꾸준히 상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위원 추정인물은 보다 더 부동산 문제에 집중해서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두명의 인상 반대론자, 물가 내세우며 '부동산 문제' 비중 낮춰

금통위 내에서 가장 비둘기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돼 온 조동철·신인석 위원은 물가 문제를 내세우면서 금리 인상 반대 목소리를 냈다.

조동철 위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일시적 요인에 크게 영향 받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1%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른바 ‘관리물가’를 제외할 경우에도 근원물가 상승률은 1%대 중반에서 횡보하고 있어 기조적 물가상승률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작금의 경기여건을 감안할 때 당분간 기조적인 물가가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특히 그는 부동산 문제에 따른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자산가격 급등락에 대해서는 통화당국이 대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것이 통화당국에 부여된 책무도 아니라는 주장을 과감하게 펼쳤다.

단지 부채급증을 동반한 전국적 자산가격 상승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이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가격조정이 금융시장 및 거시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위원은 "최근에 발생한 일부 수도권지역 아파트가격 급등은 전국적이고 거시적인 부동산가격 상승의 측면보다 지역별·형태별 주택가격의 차별화 과정에서 촉발된 측면이 더욱 강한 것으로 보이며, 가계부채가 동반 급증하고 있다는 증거도 뚜렷하지 않다"면서 부동산 문제로 인한 금리인상에 반대했다.

신인석 위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도 '낮은' 물가를 근거로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모 습을 보였다.

이 위원은 "올해 중 임금상승세가 상당히 높게 유지되고 있어 물가상승률의 확대를 기대해 왔으나, 현실의 물가흐름에서는 여전히 상승률의 확대기조가 분명하지 못한 모습"이라며 "내수 물가압력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이며, 기대인

플레이션이 다소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성장세가 완만해 기조적인 물가상승압력 축적의 동력이 미약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근원물가 상승률 움직임이 대체로 경직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국의 내년 전망에는 하방위험이 있다"고 했다.

한은이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을 1.9%에서 1.7%로 낮추고 근원 물가 전망도 1.6%로 떨어뜨렸지만 이 조차도 높게 잡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위원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별 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물가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조 위원과 신 위원 추정인물의 강경한 태도를 감안할 때 이들이 금리 인상에 동참하는 게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 매와 비둘기 사이에 놓인 한은맨과 신입위원

두 명의 매파와 두 명의 비둘기파 사이에 놓인, 그리고 한은 집행부를 대표하는 윤면식 위원(부총재)은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시기에 대해선 '일단 좀 더 보자'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판단된다.

윤면식 위원 추정인물은 "그동안의 통화정책방향 시그널, 그리고 최근의 거시경제상황과 금융안정상황에 대한 판단을 종합해 볼 때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축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며 "이는 향후 미 연준의 금리인상 지속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추이와 보다 먼 시계에서의 통화정책 여력 확보 필요성을 고려할 때도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금통위 전 이주열 총재가 지속적으로 금융불균형 시정 필요성, 혹은 완화정도의 조정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금리 인상 시그널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은 조사국이 성장과 물가 전망치를 낮춘 점, 그리고 시장의 의견도 갈려 있는 데에 부담을 느꼈음을 시사했다.

이 위원은 "조사국의 성장과 물가 전망치가 기존 판단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소폭이나마 하향 조정된 점, 시장의 기준금리 기대에 있어 인상시기에 대한 의견이 분산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금번 회의에서 반드시 기준금리를 시급히 인상할 사유는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 위원은 '반드시' 기준금리를 '시급히' 올려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어색하지만 의도된 표현을 쓰면서 일단 동결하는 데 무게를 뒀다. 이주열 총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의사록에 개진된 6명의 의견 중 나머지 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신입'이라고 볼 수 있는 임지원 위원의 의견일 가능성이 높다.

임지원 위원 추정인물은 "지난 수년 간 물가상승 흐름을 제한해 왔던 요인들이 점차 후퇴하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 물가상승압력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비둘기파인 조동철·신인석 위원과 큰 괴리를 보이는 것이다.

이 위원은 "수요측 물가압력은 크지 않으나 더 이상 하방압력으로는 작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향후 대내외 경제여건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이 위원의 경우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커 보이지 않았다. 이 위원은 "금융안정 측면을 보면,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소득증가율을 상회하고 있고, 개인사업자대출도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에 대해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는 발언도 해 인상론자들의 주장에 동조해 줄 가능성을 열었다.

■ 11월 인상 여부..10월처럼 총재가 마음먹기 나름

한은 금통위 내 매파와 비둘기파는 서로 다른 지점을 보고 있다. 매파는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금융불균형 문제, 비둘기파는 한국은행의 지상과제인 물가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물가가 부동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점 때문에 물가지표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사실 많이 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오랜만에 '2'라는 수치를 보여주기 했지만, 한은은 내년 물가 전망을 낮춘 상태다. 서로 다른 부분을 중시하는 이상 매와 비둘기의 화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경기 모멘텀은 둔화되고 있다는 의심이 상당히 많다. 금통위원들 역시 향후 경기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11월 금통위 역시 이주열 총재의 결심에 달려 있다. 사실 10월에도 총재가 마음만 먹었으면, 금리인상이 가능한 구도였다. 현실적으로 부총재는 총재와 의견을 같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총재는 여러 차례 '금융불균형 시정'을 외치면서도 10월 인상은 피하는 수를 썼다. 총재가 애호하는 단어는 '신중'이었으며, 비판론자들은 신중하다보니 항상 후행적 정책만 펴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의사록을 보면 11월은 인상이 거의 확실하다고 봐도 될 것 같다"면서 "2명이 인상을 주장했고, 비둘기 2명을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이 인상에 공감하는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인상을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긴 한데, 의사록에서 금통위원 다수가 경기에 대해 상당히 걱정을 하고 있다. 월말 회의까지 시간도 있고 상황이 불확실하니 더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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