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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12월 국발계 후 부딪힌 의견들..수급 평가와 물가채, 그리고 금리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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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자료=기재부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전일 장 마감 후 기재부가 발표한 12월 국고채 발행규모는 꽤 적은 편이다.

3년물과 5년물이 0.6조원, 10년물이 0.7조원, 20년물이 0.3조원, 30년물이 0.8조원이다. 경쟁입찰로 발행되는 물량이 50년물을 제외하고 3조원이다. 통상 12월에 발행규모가 줄어들긴 하지만, 경쟁입찰 발행규모가 바이백 규모에도 못 미친다.

지난 11월 발행물량과 비교해 보면 3년물은 3천억원, 5년물은 2천억원, 10년물 3천억원, 20년물 2천억원 줄어든 것이다. 국고50년물이 발행될 예정이기에 30년물은 4500억원 더 적다.

국고50년물 발행과 관련한 사항은 12월 4일에 발표된다. 기재부는 지난 수준과 비슷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아무튼 50년물 발행규모를 감안하더라도 12월엔 3조원대 중반 수준 발행이 예상된다.

반면 국고채 바이백은 총 4조원으로 2차례에 걸쳐 실시된다. 바이백 종목은 9개에 이른다. 올해 12월 만기 물부터 21년 6월 만기물까지 명목국고채 6개 종목과 15년, 16년에 발행된 물가채 두 종목이다. 정부는 경과물의 유동성 제고를 위해 바이백 대상에 물가채를 포함했다고 밝혔다.

금통위 금리인상 기대 등으로 단기물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던 가운데 일단 4조원의 바이백 입찰 가운데 첫번 째 2조원 입찰은 금통위 하루 전인 29일에 실시된다.

■ 우호적인 12월 물량

12월 수급은 일단 우호적이다. 아직 세부적인 사항이 발표되지 않은 국고50년물을 포함하더라도 발행규모는 4조원이 되지 않는다.

12월 물량이 우호적일 것이란 생각들은 하고 있었다. 이미 두 차례의 바이백 중 첫번째는 이달 중 한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었다. 어찌됐든 국고채 발행 수급이 우호적인 것은 사실이었다.

A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수급이 좋다는 것은 생각했지만, 국고채 순상환 상황이 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정부 덕분에 이상하게 수급이 꼬였다"고 밝혔다.

다만 그간의 국채발행규모와 12월이라는 계절적 특징, 이미 알려진 것처럼 세수가 많이 남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우호적 수급은 예상됐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출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었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국발계가 우호적이긴 했다. 다만 12월에 순발행이 제로에 가깝거나 마이너스가 나는 게 아주 특이한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순발행이 마이너스라는 데 의미를 두고 매수에 무게를 두는 시선도 있지만, 이 딜러는 12월 발행물량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고 이번 발행계획이 아주 특이하지는 않다고 봤다.

어쨌든 순발행이 마이너스인데다 시장이 얇다 보니 이 재료를 기회로 여기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도 보였다.

C 증권사의 한 PD는 "일단 오늘 국발계 재료는 매수의 빌미로 활용하기 좋았다"면서 "지금 시장에 호가도 얇고 참여자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국발계 재료로 채권을 당기기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제한적 강세로 시작한 뒤 외국인 선물매수 등으로 시장이 리듬을 타자 국발계 재료에 보다 비중을 두게 됐다는 평가도 보였다.

D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일단 외국인이 초반에 선물을 지르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 분위기에 로컬들이 편승했다"면서 "미국 장이 쉬고 수급상 부담이 없다 보니 매수가 자신감을 가지면서 장이 강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급 요인이 계속해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번 국발계에선 발행액을 예상보다 더 줄이면서 장기물 비율을 높게 가져간 게 특징이다. 물가채시장 정상화 의지를 보인 것도 특징"이라며 "전체적으로 물량 절대액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선 3년 신규물의 물량 부족문제가 12월 한 달간 이슈가 될 수 있다. 30년 절대수량이 8천개인데, 원금채 숏이 1.6조 가까이 돼 여전히 물량이 부족하다는 컨센이 나올 듯하다"면서 "1월 발행을 1.7~1.8조 정도 예상하는데, 그 때 기관수요가 중요할 것같다"고 밝혔다.

그는 "계절성으로 12월엔 10년-30년 커브가 스팁됐던 경험이 있는데, 이번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물가채의 바이백 포함에 관한 의구심과 반론

한국금융신문

자료=기재부, 국고채 바이백 일정



이날 개장 뒤 물가채가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초반 물가채가 6bp 빠지는 등 분위기가 상당히 달아 오르는 가운데 의심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국채발행계획에서 물가채가 바이백 대상이 된 것은 2016년 8월 이후 처음이었다.

A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상황이 잘 납득이 안 된다. 채권 순상환 현상이 벌어지고 15-5호, 16-5호 같은 물가채가 바이백에 포함되는 구도가 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이를 먼저 안 사람들이 이익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채권 롱을 봐도 레벨이 낮아 못 질렀는데, 먼저 안 사람들은 쉽게 지를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일단 그간 PD사들이 물가채를 바이백 대상에 넣어달라고 계속 건의를 했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언제 물가채가 바이백 대상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F 증권사의 한 딜러는 "정부와 PD들이 접촉하면서 물가채가 바이백 대상이 되는 것이 알려진 것 같다. 그러다보니 전날부터 미리 강해졌다"면서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억측이라는 반론도 엿보였다. 물가채의 바이백 포함을 미리 알고 매매했다는 주장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물가채의 바이백 대상 포함은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G 증권사의 한 PD는 "물가채는 베팅해 볼 만한 상황이었다. 그간 물가채가 크게 밀렸다. 그 때마다 밀사(밀리면 사자)했던 곳이 외인과 기금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리 알지 않았어도 16-5호 같은 것은 매우 매력적으로 보이는 물건이었다. 익히 아는 것처럼 정부는 물가채 활성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계속 구하고 있었다. 물가채 활성화 방안이라는 건 비지표에 유동성을 공급해 준다든지, 지표 발행 방식을 바꾼다든지, 물량이나 호가 조성 방식을 바꾸는 것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이라고 밝혔다.

이 딜러는 그러면서 정부가 몇몇 PD사에 미리 정보를 흘렸다는 주장은 과도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몇 군데 PD사에게 먼저 알렸다고 보지 않는다. (PD업무 특성을 감안할 때) 정보의 비대칭이 맞을 수도 있고 일정부분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지만, 모럴 헤저드라고 몰아가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 여전히 물가채 구조적인 수급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관점도

이런 가운데 이 같은 논란보다 물가채를 둘러싼 환경이 만만치 않아 활성화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게 급선무라는 얘기들도 나왔다.

C 증권사 PD는 "어제 오후에 물가채가 좀 강해지면서 바이백에 혹시 들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물가채가 강해져야 바이백이 많이 들어갈 것인데, 어찌될지 애매하다. 15-5호는 좀 많이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15-5호는 16-5에 비해 BEI가 많이 좋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수요기반을 감안하면 물가채 발행이 쉽지 않다. 16-5호는 너무 많이 발행돼 있다"면서 "물가채의 바이백 포함은 물가채 저평가를 해소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물가채 수급 불균형 해소 의지를 보인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물가채 시장 정상화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할 때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E 증권사 딜러는 "2016년 이전엔 1년에 약 1.5조 정도 기관 물가채 수요가 있었다. 16-5호가 2년간 발행되면서 4조원이 풀렸고 2017년 이후로는 기관의 물가채 수요가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18-5의 발행이 구축효과를 불렀다. 16-5 기관물량을 바이백으로 BEI가 낮을 때 소화시켜주면 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국발계 물가채 바이백을 통해 정부가 시장 정상화 의지를 보여준 측면이 있어 수급에 의한 BEI 악화 효과는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외국인이 21일과 22일 물가 16-5호를 각각 110억원, 400억원 매수한 뒤 바이백에 물가채가 포함된 것을 두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대해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잘 모르겠다. 다만 외국인은 지속적으로 물가채에 관심을 나타냈다. 외국계 쪽에서 먼저 알고 이 부분이 외국인 물가채 매수로 이어졌다고 보는 것은 좀 과한 것 같다"고 했다.

■ 우호적 수급과 다음주 금리 인상?.. 이 상황에서의 룸은..

12월 수급이 우호적인 가운데 다음주엔 올해 마지막 금리 결정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의 다수는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까지 11월 회의의 금리인상 뒤 매수세가 붙을 것이란 관점이 강했다. 우호적 수급에 기대 12월 강세장이 펼쳐질 것이란 기대감이다.

여기에 한국경제의 어두운 미래를 생각할 때 어쩔 수 없이 일드 커브는 눕고, 채권을 사지 못하는 데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점들이 엿보인다.

A 운용사의 매니저는 "일단 다음주 금리 인상 뒤 국고3년이 1.8%까지는 노려볼 것으로 보인다. 최소 1.85%까지는 가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사실 금리 동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경기가 빠르게 나빠지는 게 뻔히 보이는 상황이다. 채권을 갖고 있지 않으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면서 금통위 후에도 강세무드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수급이 받쳐 준다고 하더라도 금리 레벨을 감안할 때 크게 강해지기 어렵다는 진단도 역시 낯설지는 않다.

기준금리를 1.75%로 올리면 현재의 국고3년물 수준, 즉 대략 1.90%와 15bp 가량 차이 난다.

B 은행의 딜러는 "사람들이 금통위 이후 장이 달릴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 수준에서 얼마나 더 달릴지 의문이다. 금리 인하를 예측할 때는 콜 금리까지도 가고, 인하가 한두 달 내에 현실화될 수 있으면 콜 언더로도 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금리 인하로 분위기가 돌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11월에 금리를 올린 뒤 추가 인상이 늦어진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따라서 국고3년 기준으로 금리는 잘 가야 1.85% 정도다. 지금 대비 5bp면 사실 먹을 룸이 없다. 결국 다시 시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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