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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14년 발행채권 대차 리콜 사태가 남긴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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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자료=코스콤 CHECK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전일 국고14-1호 등에 대한 대차 상환 문제로 채권시장이 소란스러웠다.

만기가 내년 3월로 얼마남지 않은 이 국고5년 경과물 채권에 대한 리콜 요구에 관계된 사람들은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국고14-1호가 기준금리(1.5%)를 밑도는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등 수급 요인이 지대하게 작용했다.

빌린 채권을 갚으라는 요구에 증권사들이 해당 채권을 구하느라 14-1호, 14-4호 등을 매수할 수밖에 없었다.

금통위를 앞두고 상대적으로 비싸 보였던 단기 채권에 대한 매도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전략이 위기에 부닥쳤던 것이다.

이후 리콜은 취소됐다.

전일까지 최근 사흘 연속 대차 잔량이 감소했다. 23일 3276억원, 24일 2481억원, 전날 2876억원 줄었다. 코스콤 CHECK(3963)를 보면 이 기간 국고14-4호는 1조1186억원, 국고14-1호는 7746억원의 상환이 이뤄졌다.

■ 2014년에 발행됐던 채권에 대한 리콜 사태

이번 '대차 리콜과 취소' 사건 해프닝에 비싸게 산 사람들은 상당히 난처해질 수밖에 없었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리콜로 인해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14-1호 물건을 구하지 못해 난감해했고, 전일 장중 +6원 수준까지 거래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례가 대차 시스템과 관련한 유동성 리스크를 인지시켰다는 지적 등이 적지 않았다.

B 증권사 딜러는 "한편의 블랙코메디와 같았다"면서 "증권사로 추정되는 대량의 단기 매도까지 뭐라 못하겠지만,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금통위를 앞두고 바이백에서 빠지면서 매수세가 있을리 없는 두 종목에 대한 리콜이 잘못은 아니겠지만, 상황상 시장 스퀴즈까지 발생하게 한 점은 생각해 볼 대목"이라며 "리콜 취소도 대여자의 권리이긴 한데, 말도 안되는 상황에 따라 누군가는 이익을, 누군가는 손해를 입는 상황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14-1호 대차거래 등은 해볼만한 합리적인 거래행위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지만, 빌려준 채권을 돌려달라는 요청에 이 채권과 관련된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차 관련 규정을 세부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말과 함께 쉽게 뭔가를 바꾸려고 해선 안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C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국채 고평가, 바이백 종목 발표 등 최근 상황을 감안할 때 비싼 물건을 빌려서 팔고 다른 물건을 사는 행위는 해볼만 했다. 하지만 리콜로 인해 수급이 꼬였다가 리콜이 취소됐다"면서 "갭핑을 하려다가 당한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리콜에 대한 제약을 걸기도 어렵다. 리콜에 대한 제약을 걸면 누가 대여를 하겠느냐"면서 "누군가 읍소를 해서 결국 리콜이 취소됐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사건은 수급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 대차에 따른 수급 왜곡, 제도적 보완 거론하기도 하지만...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대여시장의 효율성과 스퀴즈 방지를 위한 장치에 보다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D 증권사 딜러는 "대여 시장이 시스템에는 경쟁매매처럼 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예탁원과 증권금융에서 중개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며, 장내 거래가 됨에도 불구하고 장외 매매 후 장내 체결하는 구조가 시장의 효율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여가 대부분 1년 만기로 나가는데, 상환 및 리콜은 자유로운 구조로 돼 있다. 체결시점에 기간까지 정해서 하는 관행이 생긴다면 이번과 같은 문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채권 수급이 꼬여 생기는 스퀴즈 문제에 대해 정부가 좀 더 구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재발행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딜러는 "기재부에 재발행 규정이 있는데, 실제 재발행을 해본 경험은 없다. 이를 정비해 둔다면 의도가 있는 스퀴즈 등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재발행 관련 내용을 정비해서 널리 알리면 스퀴즈 등으로 시장이 크게 왜곡되는 문제는 막을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재발행은 국고채 전문딜러 30% 이상의 동의가 담긴 요청서를 기재부에 제출하면 장관의 권한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채권을 재발행하는 문제 역시 누군가는 이익을, 누군가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어서 만만치는 않다. 특수한 수급요인에 의해 시장이 왜곡되는 것은 막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과 함께 왠만하면 시장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쪽이 낫다는 진단 역시 나온다.

E 운용사 관계자는 "특정 종목에 관한 대차 비중이 높아 제한을 가하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무리수를 두는 것 보다 최대한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게 좋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 14-1호와 같은 문제는 물량 규모에 따라 상시적으로 생길 수 있는 일"이라며 "경과물을 추가로 발행해서 뭔가를 해보려고 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예컨대30년물과 10년물 스프레드가 이런(역전폭 확대) 상황이 이해가 가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규제나 규정이 너무 촘촘하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수급이 꼬이는 문제 역시 자연스러운 시장 현상으로 이해하는 게 기본이며, 최악의 경우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정도만 있으면 된다"면서 "조금 다른 얘기지만 과거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하던 한국 파생상품 시장의 활기가 떨어진 것 역시 규제를 잘못한 탓"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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