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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연준 의장의 변신, 한은 총재의 변신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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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사진=연준 홈페이지, 9월 FOMC 기자회견 후 퇴장하는 파월 의장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Interest rates are still low by historical standards, and they remain just below the broad range of estimatesof the level that would be neutral for the economy — that is, neither speedingup nor slowing down growth"

파월 연준 의장이 28일 뉴욕 이코노믹클럽 오찬에서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밑'(just below)에 있다고 발언하면서 내년 금리 인상 전망을 흩뜨렸다.

파월은 기준금리가 역사적 기준에서 볼 때는 여전히 낮기는 하지만 중립 추정치 바로 밑에 있다고 하면서 내년 금리인상 속도 둔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파월은 다만 "미리 정해진 정책경로는 없고 경제지표를 면밀히 관찰 중"이라며 "알다시피 상황이 가장 조심스럽던 전망과도 아주 다르게 전개되는 일이 많다. 연준의 점진적 금리인상 속도는 위험균형을 맞추기 위한 행보였다"고 했다.

그는 다만 "미국 경제 전망이 여전히 견조한 수준이다. 경제가 완전 고용에 근접했고 물가도 안정적이다. 전반전 금융안정 리스크는 온건한 수준이다. 금리인상 영향이 경제지표에 반영되려면 1년을 넘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했다.

■ 파월의 극적인 변신

10월 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융시장을 잔뜩 긴장시켰다.

당시 파월 의장은 "우리는 아마도 현재 중립금리와 먼 거리에 있다"(We're a long way from neutral at this point, probably)고 발언하면서 금융시장에 경계감을 선사했다.

10월은 파월의 발언과 함께 미중 무역분쟁 우려 등으로 글로벌 주가가 폭락하던 때다. 이후 파월은 이달 들어 전혀 다른 말을 한 셈이 된다.

파월의 발언에 의하면 이 짧은 기간에 미국의 정책금리는 '중립수준과 멀리' 있다가 '중립수준 바로 밑'으로 이동한 셈이다.

파월의 이 같은 발언은 연준이 12월에는 금리를 올리겠지만 내년엔 인상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기대감을 키웠다.

파월 발언으로 뉴욕 주요주가지수가 2~3% 가량 급등했다. 미국채 금리는 파월 발언으로 속락하다가 주가 급등세에 놀라 전일 종가수준으로 다시 올라왔다. 하지만 2년 금리는 2bp 남짓 하락하면서 금리인상 둔화 기대를 반영했다.

지난 9월 연준 점도표 기준으로 연준 인사들은 올해 12월에 금리를 인상하고 내년엔 3차례 더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구도에 이미 변화가 불가피했다는 관측도 보였다.

HSBC의 Lawrence Dyer와 Shrey Singhal 이자율 애널리스트는 "점도표는 하향조정될 것"이라며 "점도표는 연준 멤버들 사이의 의견 차이를 잘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점의 분포상황을 볼 때 대부분의 중앙값들은 오르기보다 내려갈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가능성은 2019년, 2020년, 2021년, 그리고 장기 전망에도 모두 해당한다"면서 "중앙값에서 한 점만 아래로 움직이면 중앙값이 낮아진다. 반면 중앙값을 올리기 위해선 3~6개의 점이 중앙값 위로 이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임스 불바드가 그의 금리전망을 제시하지 않는 가운데 최근 조인한 (도비시한) 미셸 브라운의 전망이 중앙값 아래에 위치하면 2019~2020년 중앙값은 변하지 않고 장기 전망 중앙값은 2.875%로 낮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월마저 한 발 물러서면서 미국의 금리인상 횟수는 줄어들 것이란 인식이 강해졌다.

■ 美 금리인상 속도 둔화에 대한 기대..트럼프 압력, 유가, 주가 등이 영향줬을 것이란 관측도

최근의 미국과 글로벌 경제 전망 데이터들은 낮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강하다고 보기는 어려워 연준이 느린 속도로 긴축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강했다.

금융시장에선 그간 내년 연준의 세 차례 금리인상 전망은 다소 과해 2차례 정도가 적합하지 않나 하는 인식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파월의 발언을 감안할 때 이조차도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파월 발언과 관련, "10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과정에서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었던 먼 거리(long way) 발언을 다분히 의식한 어휘의 선택은 통화당국 차원의 정책 의도를 내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준이 12월과 내년 1분기 한 차례 금리를 올린 뒤 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연준이 중립금리와 관련해 대략 3~3.5%를 중심으로 얘기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파월의 발언이 내년 두 차례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많다. 12월 금리를 올리면 레벨이 2.5%로 올라가게 되고 연준이 내년에 두 차례 정도 인상한다는 전망이다.

또 보다 도비시하게 해석하는 사람들 사이엔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올린 뒤 금리인상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는 모드로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아울러 계속해서 연준을 비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말발'이 먹혀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추론도 보인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월스트리트의 채권 딜러들에게 연준의 금리인상을 통한 긴축을 원하는지, 대차대조표를 더 빨리 축소하는 식의 긴축을 원하는지 질문했다"는 흥미로운 보도를 하기도 했다.

최근 유가 급락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언급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던 가운데 트럼프의 금리인상 제어 의지가 먹혀 드는 것 아닌가 하는 관점도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유가가 급락할 때 미국의 원유 재고 급증이 컸다. 이는 물가상승을 제어하는 요인이며, 결국 연준의 금리인상 스탠스에 흠집을 낼 수 있다"면서 "글로벌 경기 전망도 낮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 압박과 이 같은 분위기에 파월이 편승하려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과거 연준이 주가 급락 시 이를 감안해 통화정책적 배려를 한 적이 적지 않았던 가운데 파월의 변신을 이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최근 주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이 경기 자신감을 낮춘 것 아닌가 싶다. 과거 그린스펀 풋 등 각종 풋에서 보듯이 미국 통화정책 당국자들은 주식에 대해 적지 않은 배려를 했다"고 짚었다.

■ 한국 2018년 마지막 금리결정회의..금리인상과 소수의견 전망 지배적인데...

국내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한은이 30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릴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국내 경기 상황은 둔화되는 모습이지만, 한은이 금융불균형 시정 필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올해 마지막 금리 결정회의에서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점이 강하다.

다만 금리인상 후 상당기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예상 역시 일반적이다. 일각에선 내년 하반기 정도면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질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당장 내일 회의에선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역대 총재들보다 금통위원 개개인의 의견을 더 존중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의 방식이 민주적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쪽에선 금통위를 이끄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일부 금통위원의 경우 금리 결정시 경제와 물가만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금융안정의 중요성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고 말하면서 소수의견 금리인상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소수의견 후보자는 금통위를 대표하는 비둘기파인 조동철 위원, 그리고 최근 물가에 기반한 통화정책을 강조한 바 있는 신인석 위원이다. 조 위원은 지난해 11월 금리인상 때도 반대한 바 있으며, 신 위원은 최근 국내 물가 압력의 둔화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금융시장 일각에선 ‘혹시나’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내놓고 있다.

국내 경기 상황이 둔화되는 가운데 국제유가도 급락한 데다 '주요한 국내 금리인상의 근거' 중 하나였던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제어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이런 의심을 하는 것이다.

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금리인상 의견이 많지만, 동결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사실 이주열 총재가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인상을 예상하지만, 지금 경제 상황만 놓고 보면 인상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통위가 불확실성을 이유로 웬만하면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던 경력, 즉 금통위의 '결정 장애'를 거론하면서 동결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보인다.

하지만 한은이 계속해서 금리인상을 미뤄오면서 비판을 많이 받은 데다 한은 역시 '10월에 동결하는 대신 11월엔 하겠다'는 식의 시그널을 줬기 때문에 이번에 동결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은 상황이다.

다만 금리인상 이후 한은의 변신 역시 불가피하다는 인식도 강한 편이다.

은행의 한 딜러는 “외국계 금융사 등에선 도비시한 금리인상 등을 말하는데, 다수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나 싶다. 한은이 이번에 힘들게 금리를 올리겠지만, 이것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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