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에 이어 두 번째 판결
일본은 판결 직후 한국 대사 불러 항의
대법원은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에서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징용과 조선여자근로정신대에 동원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미쓰비시중공업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인 김성주 할머니가 재판장을 나온 뒤 손을 들고 있다. [김상선 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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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이날 양금덕(87) 할머니 등 4명과 정상화(95) 할아버지 등 6명이 각각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13살이던 1944년 5월, 당시 학교 교장의 회유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됐다. 양 할머니는 당시 공장 노동 중 입은 손가락 부상으로 현재까지 고통받고 있다. 양 할머니 등 4명은 1999년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가 2008년 패소한 뒤 2012년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고, 당시 1·2심은 “일본 정부의 침략 전쟁 수행을 위해 13~14세 소녀들을 군수공장에 배치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 위험한 업무를 하게 한 것은 반인도적 불법행위”라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양 할머니는 29일 판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남동생을 공부시키려고 일을 했는데, 남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그 소식을 듣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 했지만, 공장에서 귀국을 못하게 막았다”고 진술했다.
1944년 9월 일본 히로시마 미쓰비시중공업 기계제작소와 조선소로 끌려간 정상화 할아버지 외 5명도 소송을 진행했다. 정 할아버지는 1·2심에서 “손해배상청구권 시효가 끝났다”며 패소했다가 2012년 대법원이 “소멸 시효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피고(미쓰비시중공업)의 주장은 신의 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며 재판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 다시 열린 2심에서 재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양 할머니와 고 김순례 할머니 등 4명은 각각 1억∼1억5000만원, 정 할아버지는 8000만원을 배상받게 된다. 할머니들은 미성년자 때 강제징용에 끌려간 것, 고 김순례 할머니가 강제노동 중 사망한 것이 배상액에 포함돼 금액이 커졌다.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고 여운택 씨 등 강제노역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성주 일제강제징용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가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리는 강제징용 및 근로정신대 피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선고 공판 후 소감을 밝히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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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문제는 일본의 태도다. 지난 10월 30일 대법원 판결 직후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배상이 마무리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29일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 정부는 또 이수훈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했다.
이번 미쓰비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의 대리인을 맡은 이상갑 변호사는 "(손해배상금 추징과 관련해) 이제는 한국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소희 기자 jo.so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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