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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중 무역갈등 임시 봉합과 주식 반등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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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자료=코스콤 체크, 3일 오후 2시 남짓한 시간 현재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미중 정상회담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일단 봉합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 90일간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정상만찬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90일 안에 합의점을 도출하기로 했다"고 이같이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내년 1월 2000억달러 중국산 제품 관세율을 현행 10%에서 25%로 올리려던 계획을 보류한다.

샌더스 대변인은 "양국이 90일간 강제기술이전과 지식재산권, 비관세장벽과 사이버 침해·절도, 서비스·농업 관련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기간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세가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아직 합의되진 않았으나 아주 상당한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에너지·산업재를 수입하기로 합의할 것"이라며 "미 농산품은 즉각 수입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은 퀄컴의 NXP 합병안이 다시 제출되면 승인을 개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규제물질로 지정해 미국에 밀수출하는 자를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 미국, '회담 성공' 평가내놔..10월 주식시장의 2대 악재 모두 누그러져

미국은 우선 이번 회담과 관련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으로부터 얻어낸 전리품을 내세웠다.

예컨대 중국으로부터 미국산 농산품 수입 확대, 상당한 양의 미국산 에너지 도입 확대, 공업제품 수입 확대, 기술 이전·지적재산권·비관세장벽·사이버 침범과 도용·서비스와 농업에 대한 협상 시작 합의 등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국내 금융시장이 열리고 있는 장중 자신의 트윗에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줄이고 철폐하는데 동의했다. 현재 관세는 40%에 이른다"는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협상을 폄하할 필요도 없고 단기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만큼 추이를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는 평가도 보인다. 아시아 금융시장은 일단 위험선호를 나타내면서 회담 성과를 긍정했다.

중국 주가지수가 뛰고 국내 코스피지수도 크게 속등하는 등 회담 결과에 대해 반응했다.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주식시장이 일제히 올랐다. 미중 회담결과를 임시적 봉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아시아 주식시장은 일단 파국을 막은 데 따른 안도감을 표명한 것이다.

10월엔 파월 연준 의장의 '중립금리 수준까지 갈 길이 멀다'는 입장, 미중 무역분쟁으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하지만 파월은 최근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밑에 있다'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10월에 주가를 급락시켰던 연준 의장 태도가 반대로 바뀐 가운데 미중의 갈등 완화는 위험자산 가격 반등에 보다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10월 주식시장 쇼크를 야기했던 불확실성 변수들이 하나 둘 완화돼 가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 또한 휴전 국면에 접어들어 주가지수 밸류에이션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가 작용할 수 있는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결과는 중국, 한국 주식시장에 특히 안도감을 줄 수 있으며, 90일간 미중이 무역분쟁 휴전협정을 맺은 셈이어서 리스크로서의 영향력도 내년 1분기까지는 약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향후 한국, 중국 등 신흥국 주식시장의 변동성 완화와 안정이 기대된다. 특히 한국 주식시장은 2차북미정상회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의 일정으로 상대적 강세 가능성을 높인다"면서 "디스카운트 완화만으로도 내년 상반기 타겟으로 볼 수 있었던 KOSPI 2300p 회복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은 반도체, 화학, 증권 등 낙폭 과대 가치주 비중을 늘리고 턴어라운드 기대주라고 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호텔레저, 소매(유통), 운송, 소프트웨어 중심의 트레이딩 바이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남북경협주 반등이 가세한다면 연말에 코스피시장은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미중의 관세전쟁이 적어도 내년 2월까지는 유지되니 위안화 평가 절하 압력은 완화될 것"이라며 "우선 아시아와 글로벌 주식시장은 지난 10월의 저점에 대한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지금까지 이 문제로 주가가 크게 빠졌는데, 일단 이번 협상 결과로 대략 2300 근처까지는 시도해 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미중이 시한부 협상 결과를 내놓은 셈인 데다 주식 운용자들도 워낙 보수적으로 변해 주가 반등폭을 자신있게 높여 잡기도 어려운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번 재료가 단발성 재료로 그칠 수 있는 데다 한국의 경우 내부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아서 주가 반등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진단도 보인다. 최근 주식시장을 옥죄었던 연준, 미중 무역분쟁 재료가 우호적인 방향으로 물꼬를 돌렸다고 볼 수 있지만, 경계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다른 운용사 매니저는 "오늘 국내 주가지수 반등폭은 사실 기대에 못 미친다. 국내 주식이 지난주 후반 나홀로 밀렸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반등 탄력이 적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주식시장은 대외요인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곪아 있어서 반등이 여의치 않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자동차 관련 주식을 보면 중국의 미국 자동차 관세 축소 또는 폐지 합의가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보다 못 오르고 있다. KB금융은 지난주 금리 인상에 주말 3천억원 자사주 매입안 발표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보합권"이라며 "이런 모습들을 보면 국내 주식시장은 보수적으로 바뀌어 있으며, 장 자체가 생기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 미중 협상..불확실성은 여전히 커

한국금융신문

자료=유진투자증권 정리, 미국이 안보상의 이유로 수출을 규제하는 기술 목록



미국과 중간이 90일간의 새로운 협상 타임라인을 설정하면서 당장 추가적인 관세 부과 부담 등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다소 길게 보면 미국이 중국의 기술 위협을 그냥 지켜보기 어려운 데다 '중국몽' 실현을 위해 달리는 중국과 합의점을 찾기가 만만치는 않다.

미국 백악관이 중국의 '기술 절도' 문제에 대해 심각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측의 양보도 쉽지 않은 것이다.

중국이 제조 2025에 대한 꿈을 버리기 어렵고 미국은 제조업 강국을 선언한 중국의 행보에 대해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미중의 협상은 비단 미국의 대규모 대중 경상수지 적자 뿐만아니라 미래의 글로벌 경제 지배자 자리를 놓고 패권 타툼을 하는 형국이어서 깔끔한 해결은 어렵다. 결국 이번 협상 결과는 '갈등의 임시보합'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중국 류허 부총리가 12일부터 미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의 요구사항에 대한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가 관건이다. 미국 측 요구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중국이 어느 선까지 양보를 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요구사항은 지적재산권, 강제적인 기술이전, 비관세 장벽 등의 수정 및 철폐 등으로 요약된다"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일어나기 직전부터 지금까지, 미국이 중국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항목이라는 점에서 90일이라는 시간이 다소 짧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분쟁을 감안한 경기 전망 역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90일 유예이간 이후 25% 관세가 부과된다면 기존과 다를 바 없다.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은 첨단기술에 대한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싶어하면서 중국의 추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첨단 기술을 두고 두 강대국이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미중 무역분쟁이 쉽게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

허재환 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은 관세공방에서 점차 기술이전 또는 지적재산권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면서 "최근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에서는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됨에 따라 통제가 필요한 기술의 범위를 확대했다. 이전에는 국방 및 방위 산업에 국한되던 기술수출 통제 범위가 이번에 AI, 로보틱스, 바이오 등으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제조 2025'를 내세워 기술강국을 전세계에 천명했지만, 미국은 이를 경계하면서 중국의 지적재산권 도용 등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술이전, 지적재산권에 대한 통제는 관세와 달리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이면서도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 받는다.

미중이 '90일짜리 휴전협정'을 체결한 가운데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은 갈등과 화해 양상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은 주가 반등, 미국채 금리 반등 등으로 국내의 채권금리는 좀더 올랐다.

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관련 발언 등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채권은 좀 더 밀리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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