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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하늘의 지휘소' 조기경보기 추가 도입 실현될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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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벌어진 수많은 전쟁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치열하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적 동향을 먼저 알아차린 뒤 아군의 사정을 살펴 대응하는 방식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필승 공식’이다.

현대전도 마찬가지다. 기구를 띄워 적군의 움직임을 살피던 것에서 시작된 공중정찰은 비행선과 정찰용 항공기를 거쳐 무인정찰기(UAV)를 이용한 실시간 감시체계로 발전했다. 지상이나 해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투가 빠르게 전개되는 공중전에서는 정찰과 더불어 조종사에게 신속한 지시를 내리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지휘통신체계가 필수다. ‘하늘의 지휘소’라 불리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EW&C)가 등장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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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E-737 조기경보기가 비행을 마치고 기지로 귀환하기 위해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공군 제공


◆미국서 처음 등장…걸프전 이후 확산

조기경보기의 선두 주자는 미국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가미카제(神風) 공격에 시달린 미 해군은 1950년대 E-1 조기경보기를 개발, 배치했으나 성능에 제약이 많았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은 1964년 신형 기체인 E-2를 일선에 투입했다. 항공모함 전단을 위협하는 적 항공기를 미리 포착, 함재기가 요격할 수 있도록 돕는 E-2는 세계 유일의 항공모함 탑재 조기경보기다. 항모 탑재를 위해 수직 꼬리날개를 4개로 나누어 수평 꼬리날개 위에 설치, 10초에 한번 회전하는 원형 레이더를 기체 상부에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덕분에 수면위로 저공비행하는 적기를 포착한다. 개발 초기에는 미 공군 조기경보기보다 성능이 떨어졌으나, 전자기술의 발달로 성능상의 격차는 많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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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해군 E-2C 조기경보기가 미 해군 핵항공모함 조지 부시에 착함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E-2는 베트남전쟁과 1차 걸프전 등에 참가했으나 정보자산의 특성상 세부 내용은 비밀로 분류되어 알려지지 않고 있다. 프랑스와 일본 등이 E-2를 도입했으며, 현재 최신형인 E-2D가 미 해군에 배치되고 있다. E-2D는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 미사일방어(MD)에도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의 대표적인 조기경보기는 1978년부터 운용중인 E-3다. B-707에 조기경보시스템을 설치한 E-3는 E-2처럼 10초에 한번 회전하는 원형 레이더를 탑재, 최대 수색거리가 800㎞에 달한다. 1991~1992년 1차 걸프전 당시 현지에 가장 먼저 파견된 미 공군기로 유명하다. 1차 걸프전에서 격추된 이라크 항공기 40대 중 38대가 E-3의 통제를 받은 다국적군 전투기에 피격될 정도로 지휘통제능력이 뛰어나다.

E-3의 활약은 1980년대부터 A-50 조기경보기를 개발, 운용했던 러시아에 이어 중국(KJ-6000), 스웨덴(에리아이), 이스라엘(EL/M-2075) 등도 잇달아 조기경보기를 선보였다. 미국, 중국, 러시아의 조기경보기는 넓은 영공을 방어하기 위해 대형 항공기를 플랫폼으로 사용한 반면 국토가 좁은 스웨덴과 이스라엘은 비즈니스 제트기에 조기경보시스템을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국내 수요를 충족한 뒤에는 다양한 종류의 항공기에 조기경보시스템을 탑재, 고객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맞춤형 방식’을 내세워 수출을 시도했다. 그 결과 미국, 러시아제 무기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에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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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E-3 조기경보기가 알래스카주 엘맨도르프 공군기지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한국, 추가도입설 모락모락…미국, 스웨덴 경합

우리 공군은 2006년 11월 미국 보잉의 E-737 피스아이(Peace Eye)를 대당 4억달러(약 4500억원)에 도입하기로 결정, 2011~2012년 인수했다.

B-737에 레이더 등 항공전자장비를 탑재한 E-737은 최대 10시간을 비행하면서 상부에 막대기 모양의 레이더를 장착, 360도 전방위 탐색과 특정지역 집중감시능력을 동시에 발휘할 수 있다. 3000여개 표적을 동시에 추적하면서 최대 740㎞ 떨어진 곳에 있는 항공기나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이 공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 10월까지 레이더와 전기계통 등에서 25건의 결함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신뢰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창정비와 훈련 등으로 실제 작전에 투입 가능한 기체가 부족해 추가도입 필요성에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공군은 2025년까지 조기경보기 2대를 추가 도입하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을 검토중이다. 후보기종으로는 E-737 외에 스웨덴 사브의 글로벌아이(Global eye), 미국 노스롭 그루먼의 E-2D가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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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737은 국내에 군수지원체계가 구축되어 있고, 터키와 호주 외에 영국도 도입할 가능성이 있어 국내에서도 많이 거론되는 기종이다. 다만 2014년 E-737 도입을 결정했던 카타르가 올해 초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도입결정을 철회했다.

글로벌아이는 캐나다 봄바디어의 글로벌 6000 비즈니스 제트기에 에리아이-ER 레이더를 장착한 조기경보기로 아랍에미리트(UAE)가 3대를 주문했다. 지난 3월 스웨덴에서 첫 비행을 했으며 현재는 열대지방에서의 작전운용성능 점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파키스탄, 태국 등에 판매된 에리아이 레이더 탑재 조기경보기의 발전형인 글로벌아이는 13시간을 비행할 수 있으며 대형 항공기는 약 650㎞, 전투기는 555㎞까지 추적 가능하다. 지상 감시 능력도 갖고 있으며, 해상에서 항해하는 다양한 종류의 선박을 탐지할 수 있다.

사브측은 글로벌아이의 성능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영국 조기경보기 도입 사업에서 E-737에 밀리면서 E-737이나 E-2D를 앞세운 미국보다 후발주자라는 약점이 부각됐다는 지적이다. 사브는 영국에서의 실패를 한국에서 만회하기 위해 미국 데이터링크인 링크-11/16은 물론 한국형 데이터링크 시스템 탑재와 창정비, 부품구매 등 절충교역에서 미국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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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사브의 글로벌아이 조기경보기가 시험비행을 실시하고 있다. 사브 제공


E-2D의 경우 후보기종 중 신뢰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다. 1960년대부터 미 해군이 사용하고 있고, 현재 시점에서도 도입과 운용이 진행중이라 향후 성능개량과 후속군수지원이 용이하다. 미국제 무기지만 미군이 운용하지 않는 수출용 장비인 E-737보다 훨씬 많은 수량이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 쓰이고 있어 규모의 경제 수준도 E-737보다 좋다. 미 해군이 항공모함 탑재용으로 개발해 해상에서의 공중전 지휘통제 능력이 우수한만큼 중국, 일본과의 해상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용도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E-2C를 운용중인 일본이 E-2D 도입을 결정할 경우 독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일본과 같은 종류의 조기경보기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불가피하다. 적대관계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 상대국이 운용중인 무기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해군용이라 체공시간이 짧은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현재는 관련 업계 모두 탐색전 분위기다. 하지만 기획에서 전력화까지 10년 안팎의 기간이 소요되는 전력증강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수주경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스페인과의 훈련기-수송기 맞교환 방식에 의한 대형수송기 도입 방향이 정해지면 조기경보기 사업도 향후 1~2년 안에 수주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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