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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3% 넘게 폭락한 뉴욕 주가..美금리 역전과 불안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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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자료=코스콤 CHECK, 2019년 들어 대세상승 흐름에 흠집난 다우지수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미국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뉴욕 주요 주가지수가 3% 넘게 폭락하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9% 선으로 내려왔다.

시장 심리가 상당히 불안정해 보이는 가운데 변동성 장세 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G20 회의 와중에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에 대해 '90일간의 휴전'을 발표했지만, 무역 관련 불확실성도 계속되고 있다.

■ 금리 역전이 자극한 경기 우려와 뉴욕 주가 폭락

한국금융신문

자료=코스콤 CHECK, 미국채 5년물과 2년물 금리 흐름



4일 미국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799.36포인트(3.10%) 급락한 2만5027.07에 거래를 끝냈다. 이는 지난 3월22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S&P500지수는 90.30p(3.24%) 낮아진 2700.07, 나스닥은 283.09p(3.80%) 내린 7158.43을 기록했다. S&P500과 나스닥은 지난 10월10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미국 다우지수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락한 뒤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2016년부터는 상승 각도를 보다 날카롭게 하면서 뛰어 올랐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추가 상승보다는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연초와 연말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고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보기도 어렵다.

그런데 장중 미국 금리의 일부 구간이 역전되는 모습이 이번 미국 주가 폭락에 기여했다.

미국채 스프레드 역전이 경기침체 불안감을 자극한 가운데 미중 무역합의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가중되자 주가지수가 맥을 추지 못한 것이다. 이런 재료를 바탕으로 손절성 매매가 이어지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미국 금리는 2%대로 회귀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3% 위에서 안착한 것으로 보였지만, 다시 레벨을 낮춘 것이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간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5.7bp 하락한 2.9154%, 국채30년물은 8.28bp 떨어진 3.1715%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 금리는 2.44bp 빠진 2.7946%, 국채5년물은 3.55bp 내린 2.7854%를 나타냈다.

특히 미국의 수익률 곡선은 완연한 플래트닝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국채5년물 금리는 국채2년물보다 1bp 가까이 낮아졌다. 국채10년-국채2년물 스프레드는 12bp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10여년만에 최저치다.

장중 3년-2년 스프레드는 2008년 1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계적으로 접근하면 이런 모습은 2020년말부터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 등을 내포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나 스프레드 축소 등은 특수한 수급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향후 경기둔화 가능성을 반영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시장이 최근 미래의 경기 둔화에 대한 기대치를 적극적으로 높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둔화의 전조였다. 올해 들어서는 끊임없이 수익률 곡선 평탄화 현상을 두고 침체의 전조다, 아니다는 논쟁이 지속됐다. 최근 일부 구간 금리가 역전되면서 이런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 미국발 금리 역전에 긴장한 주식시장..그냥 금리 핑계?

올해 초엔 미국 고용지표 호재에 따른 금리인상 기대, 장기 금리의 상승에 주식시장이 크게 긴장하면서 폭락한 바 있다.

지금은 특정 구간 금리 역전이 경기 불확실성을 좀 더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숨가쁜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얽히면서 뉴욕 주가는 다시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급락은 전혀 예기치 못한 재료가 돌발 출연하면서 일어난 일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90일짜리 무역분쟁 휴전'을 약조했다고 하지만, 미중간의 힘겨루기는 다수가 예상하고 있었던 바다.

이런 가운데 미국채 30년 금리가 돋보이는 속도로 내려오고 특정 구간 금리들이 역전되면서 경험에 기초한 경기비관론이 좀더 고개를 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임시 합의에 그간 크게 빠졌던 주가지수의 반등을 고대하던 사람들은 다시 긴장했다.

이날 국내 코스피지수의 하락폭이 1% 정도로 제한되긴 했지만, 전일 미리 빠진 부분도 있는 가운데 긴장감은 커져 있다. 미중의 무역분쟁 임시 봉합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투신권의 한 주식매니저는 "미중 무역갈등이 다소 완화되면서 주가가 반등하나 했는데, 역시나 만만치 않다"면서 "미중 임시합의가 추세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았다. 조금 오른다 싶으면 파는 식으로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식 매매자들의 심리가 조심스러운 가운데 해외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금리역전 문제까지 겹쳐 있어서 심기가 불편한 모습이다.

투신권 다른 주식 매니저는 "미중의 시한부 협상결과를 놓고 일시 환호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깔끔한 해결책은 쉽지 않은 듯하다"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사실 많이 빠진 데 대한 저가매수 메리트 외엔 상승 재료가 별로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 다시 금리 역전 논란이 일어나면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수익률 곡선 플래트닝은 지속됐고 금리 역전도 예견돼 왔던 상황에서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온다.

국내외 주식에 모두 투자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미국 금리 역전을 예상 못할 상황도 아니었고, 금리가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핑계로 뉴욕 주가가 다시 폭락했다는 말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본질은 미중 무역협상이 잘 안 될 것으로 판단한 차익실현"이라고 해석했다.

■ 주식이든 채권이든 결국 경기 침체 논란이 핵심

이런 가운데 미국 금융시장 급변동을 두고 결국은 경기 침체 논란이 핵심이며, 연준이 실제로 예상보다 빨리 금리인상을 늦출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 금리역전과 주가 급락, 이에 다른 국내 주식의 하락과 채권의 플래트닝 심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결국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게 핵심 아니겠느냐"면서 "주식시장의 안정 역시 미국 금리인상이 끝난다고 보는 큰 확신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아무튼 미국 내의 금리역전을 둔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단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점도 적지 않다. 연준에서 수익률 곡선 역전에 대한 과대한 해석을 경계하는 발언도 많이 했지만, 역사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말들을 하는 것이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에서도 금리차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 일단 역사적으로 볼 때 금리역전은 미래의 경기 부진이나 침체를 의미했다"면서 "이번엔 다르다는 얘기는 늘 나오던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선 주식이 계속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은 고유의 부진한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의 일드 커브도 계속 눌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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