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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伊 발견 암흑물질 실재 여부, 한국 연구진이 검증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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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우주를 구성하는 것 중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은 4%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약 26.8%)과 암흑에너지(약 69%)가 나머지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본다. 전세계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이 암흑물질 연구를 하고 있다.

IBS 지하실험연구단과 국내외 15개 기관 50명의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는 ‘코사인-100 국제공동연구협력단’ 연구진은 암흑물질 검출 실험설비를 독자 개발해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알려져 왔던 ‘윔프(WIMP)’ 입자가 남긴 유일한 흔적을 반박할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암흑물질을 둘러싼 오랜 논란을 검증할 수 있는 실마리를 연 것이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5일(현지 시각) 발표됐다.

지금까지 암흑물질의 흔적이 발견된 것은 이탈리아 그랑사소 입자물리연구소의 ‘다마(DAMA)’ 실험이 유일했다. 다마 연구팀은 1998년 첫 실험 후 20년 동안 암흑물질 ‘윔프’의 신호를 포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마 연구진이 관측한 신호가 정말 암흑물질인지 검증된 적이 없어 아직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암흑물질 후보 중 하나인 윔프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Weakly Interaction Massive Particle)’라는 뜻을 갖고 있다.

조선비즈

이번 연구 데이터를 확보한 강원도 양양 지하실험실의 모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IBS 지하실험연구단은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지하 700m 깊이의 실험실에서 2016년부터 다마 연구팀의 실험을 검증하기 위한 ‘코사인-100’ 실험을 시작했다. 이 실험은 고순도의 결정에 암흑물질이 부딪혔을 때 내는 빛을 토대로 암흑물질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한 실험이다.

연구팀은 다마 연구팀과 동일한 결정을 이용하는 검출기를 독자 개발해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또 고체 차폐체와 액체 섬광체를 추가한 이중 차폐 설계를 도입, 외부의 잡신호를 줄이는 동시에 기계학습(머신러닝)을 접목해 인공지능(AI)로 잡신호를 골라낼 수 있는 기술도 적용했다.

연구진이 설계한 검출기를 활용해 초기 59.5일(2016년 10월 20일~12월 29일)간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마 연구팀이 발견한 신호가 암흑물질에 기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현수 부연구단장은 "암흑물질의 발견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물리 지식에 영향을 줄 놀라운 사건"이라며 "다만 실험을 완벽히 재현할 검출기를 자체 개발해 독립적인 실험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학계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사인-100 연구진은 향후 추가 데이터를 확보해 5년 내 다마 연구팀의 주장을 완벽히 검증 혹은 반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민수 기자(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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