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지하실험연구단과 국내외 15개 기관 50명의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는 ‘코사인-100 국제공동연구협력단’ 연구진은 암흑물질 검출 실험설비를 독자 개발해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알려져 왔던 ‘윔프(WIMP)’ 입자가 남긴 유일한 흔적을 반박할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암흑물질을 둘러싼 오랜 논란을 검증할 수 있는 실마리를 연 것이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5일(현지 시각) 발표됐다.
지금까지 암흑물질의 흔적이 발견된 것은 이탈리아 그랑사소 입자물리연구소의 ‘다마(DAMA)’ 실험이 유일했다. 다마 연구팀은 1998년 첫 실험 후 20년 동안 암흑물질 ‘윔프’의 신호를 포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마 연구진이 관측한 신호가 정말 암흑물질인지 검증된 적이 없어 아직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암흑물질 후보 중 하나인 윔프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Weakly Interaction Massive Particle)’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번 연구 데이터를 확보한 강원도 양양 지하실험실의 모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
IBS 지하실험연구단은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지하 700m 깊이의 실험실에서 2016년부터 다마 연구팀의 실험을 검증하기 위한 ‘코사인-100’ 실험을 시작했다. 이 실험은 고순도의 결정에 암흑물질이 부딪혔을 때 내는 빛을 토대로 암흑물질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한 실험이다.
연구팀은 다마 연구팀과 동일한 결정을 이용하는 검출기를 독자 개발해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또 고체 차폐체와 액체 섬광체를 추가한 이중 차폐 설계를 도입, 외부의 잡신호를 줄이는 동시에 기계학습(머신러닝)을 접목해 인공지능(AI)로 잡신호를 골라낼 수 있는 기술도 적용했다.
연구진이 설계한 검출기를 활용해 초기 59.5일(2016년 10월 20일~12월 29일)간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마 연구팀이 발견한 신호가 암흑물질에 기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현수 부연구단장은 "암흑물질의 발견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물리 지식에 영향을 줄 놀라운 사건"이라며 "다만 실험을 완벽히 재현할 검출기를 자체 개발해 독립적인 실험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학계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사인-100 연구진은 향후 추가 데이터를 확보해 5년 내 다마 연구팀의 주장을 완벽히 검증 혹은 반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민수 기자(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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