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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지은 지 30년 된 1기 새도시 곳곳이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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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수관 사고 지점, 과거 땅꺼짐 지점과 가까워

정부, 1기 새도시 온수관 등 시설 정밀진단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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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에서 발생한 한국지역난방공사 열수송관 파열 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27년 된 낡은 배관이 지목되자, 정부가 전국의 노후 열수송관을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98년 이전에 설치된 노후 열수송관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위험한 곳은 긴급 점검을 해서 1주일 안에 조처하고, 686㎞ 전체에 대해 한달간 정밀진단을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20년 이상 된 배관은 32%, 15~20년 된 배관은 15%, 10~15년 된 것은 16%, 10년 미만은 37%를 차지한다.

5일 산업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20년 이상 된 열수송관은 주로 고양시 일산동·서구, 성남시 분당구, 부천시 원미구 등 지은 지 30년 가까이 된 1기 새도시 4곳에 집중 분포돼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열수송관의 설계수명이 50년이라고 밝히지만, 일산·분당 등 곳곳에서 최근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산업부는 우선 20년 이상 된 배관에 대해 이날부터 12일까지 열화상 진단 등 방식으로 점검을 할 예정이다. 13일부터 새달 12일까지는 관로 구조와 상태 추이 분석 등을 통해 위험 등급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정밀진단을 벌이기로 했다. 산업부는 “정밀진단을 바탕으로 종합관리대책을 내년 초 마련해 위험 예상 구간에 대해 조기 교체 공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고양시청에서 열린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사업소와 고양시, 경찰, 소방당국의 합동대책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은 1991년 설치된 장기 사용 배관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새도시 개발 당시 조성된 배관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고양시민과 전문가들은 특히 백석역 주변에서 여러차례 발생한 땅꺼짐(싱크홀) 현상과의 연관성에 주목하면서 이 일대에 대한 전문적인 지반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백석역 일대는 요진 와이시티 업무시설 신축공사장 주변에서 지난해 2월 잇따라 땅꺼짐과 도로 갈라짐 사고가 발생했다. 2009년 백석역 인근 고양종합터미널 터파기 공사 때도 땅꺼짐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땅꺼짐이 발생한 곳과 이번 사고 지점은 직선거리로 약 100m 떨어져 있다.

앞서 4일 저녁 8시40분께 고양시 백석동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에서 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가 관리하는 850㎜ 열수송관이 터졌다. 이 사고로 뜨거운 물기둥과 토사가 차량을 덮쳐 운전하던 손아무개(69)씨가 숨지고 백석역 주변에 있던 주민 40여명이 다쳤다. 손씨는 결혼을 앞둔 딸, 예비 사위와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다 참변을 당했다.

또 인근 마을 2800여가구에 난방이 중단돼 시민들이 올겨울 첫 한파주의보 속에 큰 불편을 겪었다. 난방공사와 소방당국은 밤새 긴급 복구해 5일 아침 7시50분 전 지역 난방을 재개했다. 완전 복구까지는 4~5일 더 걸릴 전망이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열수송관의 용접 부분에 균열이 생긴 뒤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해 파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경만 최하얀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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