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채권 랠리 뒤의 국고50년 입찰..장기 커브 정상화, 그 기대와 한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금융신문

자료=기재부, 올해 4번째로 실시된 국고50년 입찰 결과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7일 실시된 국고50년물 입찰에서 낙찰금리가 예상보다 상당히 높았다.

올해 네 번째 50년물 입찰에선 낙찰금리를 가늠하기 상당히 어려웠던 가운데 금리는 1.95%에서 결정됐다.

전날 시장이 거친 랠리를 벌일 때 시장 일각에선 이러다가 50년 입찰에서 낙찰금리가 1.8% 아래를 보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이날 50년물 입찰엔 예정물량을 살짝 넘는 6500억원(108.3%)만 응찰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국고50년물 발행을 정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해왔다. 오늘 입찰 결과나 엔드유저, 프라이머리 딜러의 의견 등을 반영하면서 발행 빈도 등을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일단 전날 채권금리가 너무 급하게 떨어진 데 따른 영향이 작용했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어제 금리가 너무 떨어졌다. 역시 그 금리 근처에선 받을 수가 없었다"면서 "입찰 후 사람들의 반응은 이를테면 어 훅 밀리네, 그런데 사자가 들어오네,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 너무 낮은 금리에선 위축된 수요 확인..50년 정례화 무게 싣는 정부

이날 국고50년물 낙찰 금리가 높게 결정된 것은 그간 금리가 빠른 속도로 하락한 측면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모든 국채금리가 1%대로 진입하고 모든 이자율스왑(IRS) 금리가 CD금리(1.90%)를 밑돌 정도로 이자율 시장 흐름은 가팔랐다.

이러다 보니 시장에선 이자율 시장이 연말에 너무 달려 당혹스럽다는 견해가 많았다. 아울러 최근 금리 레벨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지다 보니 역캐리 상황 등을 걱정하기도 했다.

이날은 단기구간 바이백과 국고50년 입찰 부진 영향 등으로 일드 커브는 다소 스팁됐다.

이날 국고50년물 입찰 결과에 대해선 이상규 국채과장은 "이번 입찰은 그 동안의 입찰보다는 저조했다. (최근) 금리가 갑자기 빠진 면이 있다"면서 "생보사는 더 가격에 민감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가 50년 입찰을 정례화하고 싶어하는 의중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장은 "(50년물 관련) 횟수나 시기, 전반적으로 어떤 규모로 할 것이냐는 시장과 더 얘기해야 한다. 국채50년물과 관련해 보고가 다 끝난 게 아니고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며 너무 디테일한 부분 까지 단정하긴 이르다"는 입장과 함께 격월, 혹은 분기별 발행 정례화 예상 등은 무난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례화와 관련해 수요가 있으면 장기물을 발행하는 게 편하다. 자산 운용하는 쪽에서도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정부의 정례화 의지를 감안하면서 예컨대 격월 정도로 발행하는 정도로 결정이 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분기별 발행이나 격월 정례나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정부가 엔드 유저들의 예측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정례화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감안할 때 대략 두 달에 한 번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 향후 국고50년 역전된 장기 커브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기대와 한계

최근까지 채권시장에선 일드 커브 플래트닝 기대가 대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백과 50년 입찰이라는 재료가 커브를 약간 세웠다. 국고50년물이 특수한 시장의 물건이긴 하지만, 정부가 내년 국채발행계획에서 어떤 빈도, 어떤 규모로 50년물을 발행할지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C 기관의 한 운용자는 "부동산의 경우 레버리지를 못하게 막아버리니 공급 부족론자들의 논리가 궁색해졌다. 장기채 부족의 경우 빈번한 다량 공급을 유도하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일드 커브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비정상이라고 본다. 공급으로 이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면서 "2달에 한 번 1조원 정도 하면 커브가 설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경제현실과 무관하게 오로지 수급으로 호가가 형성된 게 사실이며, 투자자들은 초장기 물건이 없으니 금리와 무관하게 미스매칭을 막고 싶다는 차원의 수요에서 채권을 담을 수밖에 없었다. 빈번히, 꾸준히 입찰을 해야 한다. 듀레이션 32년인 50년이 금리 1.9% 정도라면 누가 봐도 과하다"고 밝혔다.

결국 원하는 수요를 채워주면 자연스럽게 커브가 서지 않겠느냐는 인식인 것이다.정부가 의지를 발휘해서 일드 커브는 좀 세워 주길 원하는 목소리로 볼 수 있다.

다만 그간 경기비관론 속에 커브 플래트닝이 대세였고 과한 플래트닝 시정 이후 커브는 다시 누울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여전히 강한 것으로 보인다.

D 증권사의 한 운용자는 "시장은 현재 모든 게 꼬여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커브도, 장기물도, 심지어 만기도 얼마 안 남은 10년선물 고평이 7틱 씩이나 되는 것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경기가 좋을 리가 없고 추가적인 금리인상도 어렵다. 커브는 결국 다시 누우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해처럼 30년-10년 역전폭에 대한 베팅도 최근까지 계속 이뤄졌다. 장이 엷어지는 시즌에 이를 활용한 매매를 통해 추가 이익을 노리는 플레이도 적지 않았다.

E 운용자는 "지난해 30년-10년 정상화에 베팅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다쳤는데, 올해도 특정 증권사를 중심으로 역전폭 확대를 노리는 플레이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한국경제가 과거 일본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지만, 초장기 관련해서 심한 플레이들도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