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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과학TALK] 정부 R&D 예산 20조 쏟아도 성장동력 못만들어...어디에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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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정부가 투입하는 연구개발(R&D)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는다. 내년 정부 R&D 예산은 20조5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보다 3.8% 늘어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R&D 예산 비중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7년 GDP 대비 정부 R&D 투자 비중은 4.55%로 2016년 기준 4.25%에 그친 이스라엘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같은 수치에도 불구하고 안팎에서 혁신성장의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침체로 혁신성장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투입하는 R&D 비용 20조원이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지에 대한 질타도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혁신성장을 위한 국가혁신체계 2019 대토론회’를 열고 정부 R&D 20조원 시대 현 상황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논의했다.

◇ 20년간 바뀐 게 없다...곳곳에서 적신호

KISTEP은 국가 연구개발 사업 조사 분석을 통해 한국의 혁신성장 정책에 참고해야 하는 의미있는 데이터들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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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대토론회.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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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분석에 따르면 20년 전인 1999년과 2017년의 국가 R&D의 기초연구 투자비중과 경제발전 목적 투자비중을 살펴보면 크게 변화가 없다. 기초연구 투자비중은 1999년 13.6%, 2017년 14.5%로 분석됐다. 경제발전 목적 투자비중의 경우 1999년 52.1%, 2017년 49.3%였다.

기초연구 투자비중이 약간 늘어나고 경제발전 목적 투자비중이 약간 감소했지만 20년 전과 기술혁신 활동 등 외양은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발전 목적의 투자비중이 높은 것은 선진국 추격형 R&D를 통해 빠르게 기술혁신을 이루는 데(패스트팔로어, fast follower) 유효하다.

2010년대 들어 이같은 R&D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기초연구 비중을 늘려 이른바 ‘퍼스트 무버(first mover)’형 창의연구에 집중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KISTEP의 분석결과로만 보면 20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국가 전체 R&D 혁신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같은 R&D 혁신의 답보 결과로 지난 20년간 주력 수출 상위 제품이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성장 동력을 유인할 새로운 혁신제품이 없다는 의미다. KISTEP 분석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17년까지 수출 주력제품 10위권 내에 반도체와 컴퓨터, 석유제품, 자동차, 액정디스플레이 등이 줄곧 상위권을 지켰다. 특히 반도체는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출 주력제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김상선 KISTEP 원장은 "과학계에서 어떤 이도 정부 R&D 예산 20조원이 많은지, 적은지, 아니면 적절한지 얘기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향후 어떻게 R&D 혁신체계를 바꿔나갈지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장재 KISTEP 혁신전략연구소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과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 전체 판매량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체 가능한 혁신성장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 "정부, 특정 기술로 신성장동력 뽑지 말라" 작심발언 염한웅 자문회의 부의장

이날 대토론회에서는 염한웅(사진) 포스텍 교수가 지난 1년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으며 가졌던 생각을 털어놓는 기조강연이 있었다. 염 교수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육성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신성장동력 발굴은 정부가 아닌 시장이 하는 것"이라고 작심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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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교수는 R&D 혁신체계의 큰 변화가 없어도 한국의 R&D 역량과 생산성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혁신역량 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한국은 덴마크, 핀란드 등과 대등한 수준이며 이같은 혁신 역량 때문에 글로벌 경제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창의적인 연구기관인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염 교수는 "글로벌 톱 대학을 보면 한국 대학을 상위 랭크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며 "고급 연구 인력을 기업이 계속 공급받을 수 있느냐와 직결되는 문제인데 결코 미래가 밝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에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연구에 대한 미래를 찾아나갈 수 있는 인력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염 교수는 또 "결국 창의적이고 수준 높은 기초연구를 통해 원천기술 및 창의적인 연구인력이 생기고 이 지점에서 혁신기업과 기술, 인력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수 기자(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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