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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커트가 3만2000원?…“직원들 다 내보낼 판” 최저임금 인상에 미용실 원장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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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동아DB


서울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전모 씨(68)는 새해를 앞두고 스태프라 불리는 보조직원 4명 가운데 2명을 내보냈다. 손발을 맞춰온 직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건 1일부터 적용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 .

주6일로 운영되는 미용실에서 보조직원이 요구하는 주5일 근무조건에 인상된 최저임금, 올해 추가된 주휴수당(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1주일을 개근할 때 추가로 지급하는 하루치 임금)까지 챙겨주는 건 버거웠다. 전 씨는 “얼마 전부터 직원을 두지 않고 혼자서 ‘1인샵’으로 미용실을 운영하겠다는 사장들이 많이 늘었다”며 “헤어디자이너가 보조직원 없이 손님 머리 감기는 것부터 매장 청소, 손님응대, 전화예약도 받아야 하지만 미용실을 꾸려가려면 이 방법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 흔들리는 미용업계 도제시스템

1일부터 적용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 의무 지급이라는 두 가지 부담을 한꺼번에 떠안게 됐다. 미용업계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업종 가운데 하나다.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미용실 보조직원들은 디자이너를 도우면서 차근차근 기술을 배워나가는 경우가 많다. 저임금이지만 숙련된 디자이너에게 일 대 일로 기술을 배울 수 있어 보조직원을 시작으로 미용업에 발을 들여놓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랫동안 정착해온 미용업계 도제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받아온 부당한 처우가 개선되는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이보다는 “기술을 가르쳐주는데 임금까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올려주라고 하면 누가 사람을 뽑아 기술자로 키우겠냐”며 비판하는 미용업 종사자들이 더 많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미란 씨(36)는 최근 손님이 늘어나 보조직원 한명을 추가로 고용하려다 포기했다. 면접자들이 요구하는 인상된 최저임금, 주휴수당 등을 도저히 맞춰주기 힘들어서다. 오전 10시~오후 7시 퇴근에 주5일만 일해도 보조직원에게 나가는 인건비만 한 달에 약 180만 원을 넘기 때문이다. 김 씨는 결국 1인샵을 하기로 했지만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예약전화조차 못 받고 있다. 김 씨는 “이렇게 업종 특성을 무시한 일방적인 정책에 화가 난다”며 “결국 서비스 가격 인상과 고객 불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처럼 영세한 미용실은 보조직원을 내보내고 1인샵을 택하는 가운데, 규모가 큰 미용실들은 직원 수를 줄이는 대신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또 다른 미용실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금요일과 수요일 영업시간을 오전 10시~밤 9시 반에서 오전 10시 반~밤 9시로 단축했다. 이 미용실의 한 디자이너는 “손님은 그대로인데 보조직원의 임금이 오르니 어쩔 수 없이 영업시간을 단축한 것”이라며 “보조직원이 퇴근하거나 쉬는 날에는 8명의 헤어디자이너가 이들이 하던 일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미용실은 인건비 부담을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권모 씨(31)는 “최근 미용실에 갔다가 커트값이 2만7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올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 주휴수당 개념도 잘 몰라…쪼개기 알바 성행

현장에서는 이번 최저임금 개정안의 핵심 쟁점인 주휴수당의 개념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 서울 마포구에서 미용실을 하는 김모 씨(42)는 “주휴수당이라는 용어를 신문에서 처음 보고 알았다”며 “주휴수당 계산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데 이러다가 줘야하는거 안 준다고 신고당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을 많이 고용하는 외식업과 편의점 업계 등은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 임금 분을 추가로 줘야하는 주휴수당 때문에 ‘쪼개기 알바’로 대부분 전환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 명이 여기저기 가게를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메뚜기 알바’가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인천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오세호 씨(48)는 주말 이틀간 8시간씩 아르바이트생 2명을 고용해왔지만 지난해 말부터 주말 하루씩 9시간만 일하는 4명으로 대체했다. 오 씨는 “최저임금 10.9% 인상폭도 감당하기 힘든데 주휴수당까지 줄 여력이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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