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검찰 수사관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병대 전 대법관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은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긴밀히 의견을 교환하며 일제 강제징용 재판 소송을 지연하는데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18.9.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the L]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김용덕·차한성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주 김 전 대법관과 차 전 대법관을 불러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판결 지연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김 전 대법관은 이 사건이 대법원에 재상고된 2013년 주심 재판관이었고 차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을 맡고 있었다.

강제징용 사건은 2012년 5월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된 후 고등법원이 대법원 판결대로 원고의 손을 들어주면서 2013년 다시 대법원에 접수됐다. 검찰 수사 결과 당시 청와대는 "해당 사건이 조기에 선고되지 않도록 하고 외교적 차원의 의미와 파장 등을 감안해 전원합의체 회부를 통해 판단해달라"고 수차례 법원행정처에 요청했다.

실제 주심 대법관이었던 김 전 대법관은 휘하 심의관에게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사건을 전원합의체 보고 안건으로 상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검찰은 김 전 대법관이 청와대의 요청대로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차 전 대법관은 사건이 대법원에 재상고된 후 2013년 12월 서울 삼청동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만나 재판 지연 및 전원합의체 회부를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 전 대법관은 지난해 11월 한 차례 이와 관련해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검찰은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이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보강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관련자들의 대대적인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영장재청구를 위해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한 추가 소환도 계획 중이다. 이들과 지시 관계에 있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조만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달 중 양 전 대법원장을 공개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초 지난해 연말 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를 올해 초로 미루고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더욱 탄탄하게 구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직 대법관들의 추가 소환은 물론 사건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해서 재차 소환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