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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펠로시 “장벽예산 노” 트럼프 “바이”…셧다운 최장기록 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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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당 지도부와 의견 못 좁혀

트럼프 “완전 시간낭비” 자리 박차

하원의장 “심통 사나운 대통령”

민주, 재무부 등 재개 법안 통과시켜

“동물원 즐길 수 있는 건 벽 때문”

트럼프 장남, 이민자 동물 빗대 ‘뭇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와 백악관에서 국경장벽 건설 예산과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업무 정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시도하다가 30여분 만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대치가 길어지면서 셧다운이 역대 최장 기록(21일간)을 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19일째인 이날 오후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및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만났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배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사탕을 건네기도 했으나,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슈머 원내대표가 “왜 연방정부를 열어서 사람들 피해를 멈추려 하지 않느냐”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 당신들이 내가 원하는 것(국경장벽)을 주지 않을 테니까”라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에게 연방정부를 열면 장벽 건설을 승인하겠느냐고 물었고, 펠로시 의장이 ‘노’라고 답하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슈머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테이블을 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러면 우리는 논의할 것이 더 이상 없다’며 걸어나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도 “국경 위기”를 강조하며 57억달러(약 6조3800억원) 규모의 국경장벽 건설 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직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펠로시가 ‘노’라고 하길래 나는 ‘바이 바이’라고 했다”며, 이번 만남을 “완전한 시간 낭비”라고 했다.

펠로시 의장은 기자들에게 “심통 사나운 대통령”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으로 급여를 못 받는 연방정부 직원들의 고충에 둔감하다면서 “그는 직원들이 아버지한테 돈을 달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슈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짜증 부리는 걸 또 봤다”고 했다. 같은 당의 딕 더빈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중간에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날 재무부 등 일부 기관의 업무를 재개하는 내용의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비가 반영되지 않은 법안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기자들에게 셧다운 지속 기간에 대해 “걸리는 만큼”이라고 말해 장기전을 예고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대해서도 “언제가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셧다운 사태는 11일이 되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역대 최장 기록(21일)과 같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오후에는 멕시코 국경 지역인 텍사스주 맥앨런 지역을 방문해 ‘장벽 띄우기’를 이어간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미국에 입국하려는 중남미 사람들을 동물에 비유하는 표현을 해 비난을 불렀다. 그는 8일 인스타그램에 “당신이 동물원에서 하루를 즐길 수 있는 이유가 뭔지 아나? 벽이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트위터 이용자들은 “대통령 장남이 이민자들을 우리에 갇힌 동물들에 비유했다”고 비판했다. “나는 지금 동물원을 즐길 수가 없는데, ‘트럼프 셧다운’ 때문에 국립동물원이 문을 닫아서”라고 비꼬는 글도 올라왔다.

트럼프 주니어는 2016년에도 시리아 난민들을 독이 든 스키틀스 사탕에 비유해 “스키틀스가 그릇에 가득 있는데 이 가운데 단 3개에 독이 들었다면 당신은 한 움큼을 가져가겠는가?”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비난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일부 이민자들을 “인간이 아니라 짐승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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