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최저임금', 얼핏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개정된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올해부터 적용되면 현대차 직원 상당수가 최저임금보다 적은 월 급여(기본급+고정수당)를 받게 되는 게 문제가 됐습니다.
회사는 두 달에 한 번꼴로 주는 상여금을 매달 주는 식으로 바꿔 최저임금 기준을 맞춰주겠다는 제안했습니다. 노조는 그렇게 하려면 고정적으로 주는 상여금은 적어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양쪽 모두 이게 간단치 않답니다. 현대차 밖에서는 직원 평균 연봉 9200만원(2017년 기준 기간제 포함 직원 6만5578명 평균)인 굴지의 대기업이 최저임금으로 골치를 썩게 된 상황에 의아해 합니다. 그 꼬인 실타래를 풀어 봤습니다.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1월18일자 노보/자료=현대차 노조 |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사측의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취업규칙 변경은 사용자 측이 할 수 있지만 노조 동의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노동조합법에 따라 노사 단체협약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단체협상에서 합의되지 않으면 취업규칙 변경이 무효가 되는 겁니다.
노조는 고정급화하는 상여금이 적어도 '통상임금'으로는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통상임금은 정기적으로, 근로자 모두에게, 추가 조건없이 일한 시간에 따라 지급하는 정기 상여금입니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정기상여금은 지금껏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게 또 문젭니다. 정기 상여금 시행 세칙에 붙은 '재직일수 15일 미만 근로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 때문입니다. 법원은 이게 고정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결(2015년 1·2심)했습니다.
통상임금이 많아질 경우 일차적으로 이와 연결된 각종 수당이 증가하고, 향후 퇴직금 등도 늘어납니다. 비용을 아끼려는 현대차 경영진 입장에서는 정기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정에만 넣고, 통상임금에는 넣기 싫은 이유입니다. 기아차의 경우 최저임금을 맞추지 못하는 직원이 1000여명 되지만 정기상여금은 이미 통상임금에 넣는 것으로 작년 정리된 상태입니다.
최저임금 때문에 고민하는 대기업은 비단 현대차만이 아닙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작년 2월 2016~2017년 임금·단체협약을 통해 종전 기본급 총 800% 중 300%를 12개월 균등분할해 지급키로 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3일 2018년 단체교섭 조인에서 상여금 300% 월 분할 지급, 최저시급 기준 미달자 수당 지급 조항을 넣었습니다.
현대차 일부 직원들은 회사의 경영상 이유로 그동안 기본급이 낮게 잡혀있던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이다고 지적합니다. 회사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묶어놨던 기본급을 최저임금 하한선을 지렛대 삼아 아예 올리는 게 맞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현대차가 경영난을 겪는 상항에서 일괄적인 기본급 인상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현대차 노사가 타야 할 최저임금법 시행령 맞추기 가르마는 현대모비스, 르노삼성차, 한국GM 등 자동차업계 전반에 기준이 될 공산이 큽니다. 작년 말 대대적인 인사와 함께 올해부터 명실공히 현대차그룹을 통솔하게 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과연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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