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에 담긴 장치…국회 추천권ㆍ순차배제ㆍ경제지표
개편안 골자 ‘정부 입김 배제ㆍ중립성과 독립성 확보’
초안에 담긴 장치…국회 추천권ㆍ순차배제ㆍ경제지표
안경덕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이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공개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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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가 오는 30일 온라인 설문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약 보름간의 공론화 기간 동안 여러 의견이 나왔으나 노동계 ‘반대’, 경영계 ‘찬성’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 노동ㆍ경제 전문가들은 24일 정부 입김을 차단할 수 있는 최종안이 나오지 않는 한 제도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건이 달린 셈이다. 다만 중립ㆍ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세부 대안은 제각각이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에 따르면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는 국회의 공익위원 추천이다. 중립성 담보를 위해 상대편이 추천한 인물 중 기피인물을 선정하는 순차배제 방식이 도입됐다. 또 경제성장률,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 객관적인 지표가 결정기준에 추가됐다. 다만 초안에는 복수의 안이 들어가 있어 국회 추천권 또는 순차배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결정위원회 내 공익위원을 선정할 때 국회가 3명을 추천하고 정부가 상임위원 1명을 포함한 4명을 추천하는 방안과 노ㆍ사ㆍ정이 각각 5명씩 모두 15명을 추천한 후 노사가 각각 4명씩 순차배제해 총 7명을 맞추는 방안이 있다.
국회에 공익위원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식에 긍정적인 의견이 먼저 제시됐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정이 위원을 추천한 후 순차배제한다면 결국 정부 추천 인사가 남게 된다”며 “정치 편향적인 정부의 입김을 막기 위해 국회 추천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도 “차라리 대법관, 헌법재판관을 정할 때처럼 국회 여야 추천을 받는 게 낫다”고 봤다.
반면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순차배제 방식에 긍정적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진영 한쪽만을 대변하는 위원들이 모여서는 다툼만 벌어질 것”이라며 “갈등을 피하기 위해 상대방이 싫어하지 않는 사람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초안에 담긴 어떤 장치를 선택해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정치 입김에서 멀어질 수 있는 독립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두 장치에 모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김성회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순차배제는 결국 정부 추천 위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또 국회도 노사처럼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추천권을 정쟁의 도구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라리 정부가 책임있는 결정을 내리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도 “(두 장치를 사용하더라도)노사 합의에 따른 타협점을 찾기보다 정치에 휩쓸려 정책적 결정을 내리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근로자의 생활 여건과 경제 상황 관련 지표가 추가되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여건과 경제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를 통해 경제상황을 반영할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종진 부소장은 “이미 소득분배율, 노동생산성 등을 통해 경제상황을 반영하고 있는데 동어반복적으로 지표를 추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성회 교수도 “구체적인 지표를 제시하지 않아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어떤 지표를 사용할지 논의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게 될 수 있다”고 봤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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