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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논란]지자체 ‘예타면제’ 요청 사업 64조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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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도로 등 SOC만 41조 규모

정부, 대상사업 선정 내일 발표

총선 앞두고 선심성 예산 논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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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에 요청한 30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의 사업비가 64조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21개 사업은 철도와 도로 확충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으로, 사업비는 41조원을 넘어선다. 정부는 29일 이 중에서 예타면제 사업을 선정해 발표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곧바로 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별도의 절차 없이 대규모 예타면제 사업을 정부가 직접 선정해 추진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4대강사업’ 이후 처음이다. 각 지자체는 지역숙원사업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 평가인 예타를 무시하고 추진되는 대규모 SOC 사업에 대해 내년 총선을 앞둔 선심성 예산 낭비라는 주장도 만만찮아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경향신문이 전국 16개 광역 지자체가 정부에 제출한 예타면제 요구사업을 전수조사해 보니 모두 30개 사업에 사업비는 64조408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 숙원사업 역차별 받아” “이 추세면 MB 정부 넘어서”

16개 지자체 면제 요청 사업 전수조사해보니

동해선 복선전철화 등 부적합 사업도 적지 않아

경실련 “지자체별 1건씩 선정 땐 역대 정부 최다”


이 중 철도 11개, 도로 10개 등 21개 사업이 철도와 도로사업이다. 이에 드는 사업비를 합하면 모두 41조600억원으로 전체 예타면제 요구 사업비의 63.7%에 달한다. 그 밖에 항만 2건, 공항 1건 등 대부분이 SOC 사업에 편중됐다. 공공병원(1건), 종합운동장(1건), 공공하수처리시설(1건), 관광사업(1건), 산업단지(2건) 등 지역 산업발전용이나 복지·생활밀착형 사업은 소수에 그쳤다.

지자체가 요구한 사업 중에는 앞선 예타에서 부적합 평가를 받은 사업도 적지 않다. 경북의 ‘동해선철도 복선전철화(포항~영덕~울진~삼척~동해)’는 지난해 예타에서 단선전철을 제안했음에도 경제성과 종합평가에서 타당성이 없다고 나온 사업이다. 경남의 ‘남북내륙철도 사업’, 울산의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 경기의 ‘신분당선 연장사업(광교~호메실)’은 2017년 예타에서 경제성과 종합평가 기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강원의 ‘제천~영월 고속도로 건설’은 지난해 기획재정부에 예타 심사를 요청했지만 경제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심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한 사업이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적 판단을 해준다고 할 때 예타에서 거부당한 사업을 내미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이들 사업은 수십년간 미뤄지며 숙원이 된 사업이지만 인구 감소 등으로 경제성을 평가받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예타면제는 공공청사, 교정시설, 초·중등 교육시설, 문화재 복원, 국가안보, 재난복구 등 경제성이 떨어져도 ‘반드시 필요한 사업’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예타가 면제된 사업은 108건, 총사업비 48조3185억원이다. 이 중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제외한 SOC 사업은 10%인 35건, 4조7333억원 정도다. 이번처럼 도로·철도 등에 대한 예타면제 추진은 2009년 4대강 사업을 제외하고는 극히 이례적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경실련은 이날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2년간 예타면제를 한 사업은 38건, 29조5927억원”이라며 “만약 지자체별로 1건씩만 정부가 예타면제 사업을 선정해주면 역대 정부 최대 예타면제인 이명박 정부 때(88건, 60조3190억원)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규모 예타면제를 추진하는 것은 SOC 사업을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첫 삽을 뜨게 되면 총선 일정과도 맞물린다. 김두얼 명지대 교수는 “예타가 문제가 있다면 제도를 고쳐 합리적으로 시행해야지 2년간 별 움직임이 없다가 갑자기 예타면제를 들고나온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에서는 정부의 예타면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역사업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예타를 거치면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규모도 축소되는 경향이 많았다는 것이다. 배수현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예타는 최대한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만든 제도여서 지방 사업에 너무 가혹했고, 수도권 사업에 비해 지방은 역차별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제성과 공공성을 충분히 감안해 예타면제 사업을 선정한다면 ‘윈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타를 거쳐도 추진이 될 만한 사업을 중심으로 정부가 예타면제를 한다면 사업기간을 단축하면서도 예산 낭비가 없을 것”이라며 “말도 안되는 사업을 선정하면 두고두고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률·박은하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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