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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불황에 갑질까지…” 건설 하도급 업체의 유난히 추운 설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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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우건설, 하도급업체 사장 집까지 담보로 요구…공정위 제소

-‘하도급 갑질’ 매년 개선되고 있지만 사각지대 여전

헤럴드경제

건설 하도급 업체들에 대한 대형건설사들의 ‘갑질’이 매년 개선되고는 있지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업체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연매출 약 120억원, 직원 30명의 중견 건설업체 정본건설을 운영하는 민천행 대표는 올해 어느 때보다 힘든 설 연휴를 앞두고 있다. 대기업과 일한 대가로 받아야할 돈 4억여원을 받지 못해 직원들 월급도 못줄 처지여서다.

민 대표는 지난 2015년 경기도 광주시의 B아파트 단지 신축공사 하도급 입찰에 지인의 소개로 참여했다. 신축 단지의 시공사는 작년 8월말 기준 시공능력 평가 순위 44위 양우건설. 민 씨의 주장에 따르면 입찰 직후부터 양우 측은 무리한 요구를 했다. 민 대표는 “(양우 측이) 관행이라면서 ‘어음 할인’ 명목으로 입찰 당시 금액보다 8500만원을 삭감한 금액으로 계약하자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민 씨는 “하도급사로서 어쩔 수 없이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양우건설의 크고 작은 요구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특히 민 대표가 보유한 서울 금천구의 개인 아파트를 공사이행의 담보로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공사가 마무리 된 후 담보는 해지됐지만 이로 인한 정신적, 재산적 손실은 컸다. 그는 “부당한 담보 설정으로 인해 부동산을 제때 처분하지 못했고 결국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B아파트 준공을 앞두고는 추가 시공 요구가 이어졌다. 배수관과 무소음 트랜치 등 기존에 계약했던 내용 외에 각종 추가 공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공사비는 지급되지 않았다. 이어 그는 "저희 노동자가 산재산고가 났을때도 양우 측이 치료비와 합의금을 줄 것이라고 하여, 노동자와 2900만원에 합의를 하였으나 이후 기존에 했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은폐처리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지난 18년 간 여러 건설사로부터 하도급 계약을 해 일을 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면서 “공사가 시작되면 을의 입장에서 갑이 무리한 요구를 해도 거절하기 어렵다. 시공 과정에서 계속 손실이 쌓였고 결국 수억원의 적자가 나면서 회사 존폐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위의 내용을 포함한 총 6가지 내용에 대해 양우건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현재 공정위를 통해 조정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양우건설 측은 “계약서 상으로 문제 없고, 기성 대금 역시 제 기간에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양우건설 관계자는 “하도급 업체가 부도가 나는 등 만약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이유 때문에 집을 담보로 잡은 것”이라면서 “다른 보증할 게 있었으면 됐지만 없는 상황이었고 민 대표도 (집 보증에)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추가시공과 어음할인 의혹 등에 대해서도 “민 대표 주장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논란이 계속될 조짐이지만, 이런 문제는 건설업계에선 꽤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형건설사들이 자금 사정이 열악한 하도급 사업자들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갑질’을 하는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0일, 공정위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HDC현대산업개발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억3500만원을 부과했다. 총 257개 수급사업자에 하도급대금이나 선급금 등을 늦게 주면서 지연이자 등 총 4억4820만원을 주지 않은 혐의다.

하청기업과 장기간 계약을 맺는 전속거래의 경우 대표적인 ‘갑질 사각지대’로 꼽힌다. 지난해 말 공정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인 하도급 거래에 비해 전속거래는 기술 탈취ㆍ경영 간섭ㆍ대금 후려치기 등 부당행위가 일반 거래에 비해 많게는 9배까지 더 발생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1차 협력사에 대한 하도급 대금 결제조건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기술유용에 대해 손해배상 범위를 현행 3배 이내에서 10배 이내로 확대하는 내용 등의 하도급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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