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게를 지키던 오동주(46) 사장은 591mL짜리 잔에 생맥주를 3분의 2쯤 따라 붓고 거품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사이 커피머신 앞으로 다가가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의 버튼을 눌렀다. 사람의 손이 필요한 '탬핑(분쇄한 커피를 다지는 행위)' 과정 없이 45초 만에 에스프레소가 쪼르르 나왔다. 미리 뜨거운 물을 채운 잔에 에스프레소 원액을 붓자 1분 만에 아메리카노가 완성됐다. 카페라테 역시 우유만 부어 완성했다. 오씨는 커피를 서빙한 후 곧바로 맥주잔에 기네스를 추가로 가득 채운 후 남녀 테이블에 서빙했다. '혼자서도 잘해요-가게 보기' 편이다.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맥주만 팔던 오씨는 낮에 비어 있는 가게를 활용하기 위해 전자동 머신을 들여놓았다. 오씨는 "지난 6일부터 커피 장사를 하고 있는데 하루 평균 20잔 판다"고 말했다. 한 잔에 2900원(아메리카노 매장 판매 기준)이니 하루 6만원꼴이다. 또 "가게 문을 열어 놓으니 낮에도 맥주 손님이 있다. 낮에 10만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머신은 임대 방식으로 들여놓았다. 오씨는 "커피머신은 렌탈료 명목으로 제조사에 한 대당 월 6만원을 낸다. 제빙기는 24개월 할부로 샀는데 월 18만원"이라고 말했다. 머신은 커피는 물론 녹차 등도 제조가 가능하다. 이번 달 에스프레소 추출에 사용한 로스팅(볶은) 커피는 약 5kg, 1kg당 3만5000원이니 재료비는 17만5000원이 들었다. 총 47만5000원을 투자해 70만원의 추가 수익을 낸 셈이다.
동네 카페에도 원터치로 에스프레소 원액을 추출할 수 있는 전자동 커피머신이 퍼지고 있다. 기존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사람이 직접 분쇄한 커피를 탬핑 한 후 다시 머신에 끼워 고압으로 추출하는 '반자동'이 일반적이었다. 전자동 머신은 이 과정을 생략한다.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의 경우 대당 가격이 1000만~2000만원으로 비싼 것도 흠이다. 오씨는 "지난달 매출이 1700만~1800만원인데, 기존 반자동 머신이었다면 들여놓을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고 했다.
스타벅스는 2008년부터 한국 매장에 전자동 머신을 보급했다. 덕분에 바리스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균일한 맛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게 됐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전국 1260개 매장에서 전자동 머신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세계적인 커피머신 제조사 서머플랜과 공동 개발한 '마스트레나' 모델을 전 세계 매장에 내놓았다.
사무실에 설치한 '사이카페'의 전자동 커피머신. [사이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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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설치한 '사이카페'의 전자동 커피머신. [사이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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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설치한 '사이카페'의 전자동 커피머신. [사이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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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카페는 주로 사내 카페에 임대 방식으로 200여 대를 보급했다. 강 대표는 "애초 오피스용으로 개발했지만, 일반 카페에서도 반응이 좋다"며 "전자동 머신의 경우 기존 카페 종사자 1.7명에서 2명분의 효율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카페의 경우 전자동 머신의 보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라 인건비 부담을 가장 많이 받는 고용 인원 1~2인 규모의 업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크루트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건비 인상에 대한 대책으로 ‘근무시간 단축’과 ‘감원’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경기 침체로 매출에 타격을 받은 제과점 등에선 커피머신을 활용해 '융합형 카페'를 시도 중이다. 사이카페 천안대리점 윤영선씨씨는 "기존의 동네 카페는 물론 수제 빵집이나 도너츠 가게 등 커피 메뉴를 추가하려는 매장 중심으로 판매가 많이 됐다"며 "머신을 설치한 업주로부터 '기존의 테이크아웃 커피보다 맛이나 가성비가 낫다'는 반응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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