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이라크 주둔 미군 통해 병참·정찰 등 지원 제공 제안"
"美 제안에 아직 공식반응 없어"…쿠르드 인사 "터키 주도 안전지대 거부"
"터키는 미국 제안 반대"
시리아 북부에서 이동하는 미군과 쿠르드 민병대 차량 |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국이 서방 동맹국에 시리아 북부 '안전지대'의 감시를 맡기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시리아 철군 후 러시아·이란·시리아 정부가 '힘의 공백'을 메우는 것을 차단하고,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 세력을 보호하기 위해 시리아 북부에 폭 20마일(약 32㎞)의 완충지대, 즉 안전지대 설치를 추진 중이다.
YPG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의 지상군 주력이지만, 터키는 이들을 주요 안보위협으로 여긴다.
터키는 독자적으로 안전지대를 설치, 통제하겠다고 미국에 제안했으나 미국은 쿠르드 세력의 우려를 해소하고자 영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등 서방 동맹이 안전지대를 감시하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미국은 이라크 주둔 미군을 통해 정보·감시·정찰(ISR), 병참, 긴급 대응 병력 등 분야에서 동맹군의 안전지대 감시활동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서방 동맹을 설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의 한 외교관은 미국의 이러한 제안 사실을 확인하면서, 각국은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WSJ에 말했다.
터키는 미국의 제안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군이 쿠르드 민병대를 내쫓고 장악한 시리아 '쿠르드 도시' 아프린 |
쿠르드 세력은 미국의 계획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일함 아흐메드 '시리아민주평의회'(MSD) 공동의장은 미국의 유럽 동맹국이 감시하는 안전지대 계획을 지지하지만 터키의 통제는 거부한다고 밝혔다.
아흐메드 의장은 이달 29일 워싱턴 소재 '중동연구원'(MEI)에서 열린 행사에서 "터키 주도의 안전지대는 이 지역을 테러조직이 통제하는 터키의 식민지로 변모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말한 '테러분자'는 터키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반군 조직을 가리킨다.
아흐메드 의장이 이끄는 시리아 쿠르드 대표단은 백악관과 접촉해 터키군 주도의 안전지대 계획을 저지하고 미군 철수를 늦추고자 워싱턴에 머무르고 있다.
아흐메드 의장은 미국이 시리아 북부를 터키에 맡기는 데 합의할 가능성에 대비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과도 협상을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한편 아흐메드 의장은 28일 트럼프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우해 잠시 대화를 나눴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쿠르드 부대원이 공격을 당하게 할 건가'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쿠르드인들을 좋아한다"고 답하고 쿠르드를 위해 안전지대를 세우려 한다고 말한 것으로 양측의 대화를 목격한 한 인사가 전했다.
그러나 다른 목격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터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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