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메모하는 비서실장, 靑은 이제 '노영민 스타일'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the300]회의때 당부·강조사항 적어와…긴장감 살리고 일처리 빨라져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2019.01.11.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에서 자신이 매일같이 주재하는 현안점검회의에 메모지 한 장을 들고 온다고 한다. 자신이 꼭 회의에서 언급해야 할 내용이 담긴 쪽지다. 특정 현안 해결책 도출을 위한 방향성이 담겼기도, 참모진들에 대한 당부 사안이 적혀있기도 하다.

노 실장이 '메모지'를 매번 준비하는 것은 핵심만 간단하게, 그러면서도 메시지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취지다. 일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노 실장의 스타일이 드러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면모 덕에 지난 10일 노 실장 취임 이후 청와대 내부에서는 "일처리가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 실장 특유의 조직 장악도 이같은 평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조직의 노영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직 구성 및 관리에 있어 능력을 보여온 노 실장이다. 취임사에서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 두렵기도 하다"고 부담감을 피력했지만, 속도전을 통해 '준비된 비서실장'이라는 평가를 재확인하고 있다.

취임 하루 만인 지난 11일 새벽 경남 통영에서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노 실장은 곧바로 청와대로 출근해 상황을 살폈다. 비서실장이 바뀐 상황이어서, 자칫 청와대의 분위기가 흐트러지거나 업무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었지만 노 실장이 직접 나서서 분위기를 다잡은 것이다.

청와대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기강잡기에 나섰다. '춘풍추상(春風秋霜, 남을 대할 때에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에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한다)'을 강조해왔다.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폭로 등으로 청와대가 뒤숭숭한 가운데 청와대의 조직력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청와대 직원들에 대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자제령을 내리며 쓸 데 없는 구설수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국정을 발목잡을 변수를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이 강연에서 청년층과 퇴직자들을 상대로 "동남아시아로 가라"고 한 게 문제가 되자 하루 만에 문책성 경질을 한 것도 노 실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청와대 내 그립을 강하게 쥐기 시작했다. 참모들의 대통령 대면 보고 및 보고서 양 줄이기를 당부하며 '노영민 스타일' 청와대를 구축한 것. 대통령 대면 보고를 줄이는 것은 비서실장 선에서 각종 보고를 소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노 실장의 재량권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향후 역할에서는 '경제' 분야의 기대감이 크다. 1986년 금강전기를 설립해 약 10년 동안 운영한 경험이 있는 노 실장은 경제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꼽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주중대사 시절에는 현대차, 롯데 등 현지 진출 기업에 대한 해박한 이해도를 보였었다는 후문이다.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회의를 첫 주재하며 남북 관계에서도 역할을 예고했다. 문재인 정부 1기 주중대사를 경험하며 외교력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 노 실장이다. 실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과 관계개선에 있어 노 실장이 많은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실장이 전면에 나선 청와대는 1기에 비해 '무게감'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실장 자체도 조용히 주도면밀하게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다. 말수도 적고 유머감각도 부족하지만, 그만큼 청와대 내부에는 긴장감이 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실장은 현안에 대한 집중, 그리고 내부 기강을 강조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노 실장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회의 등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