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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개 발톱 날리기’가 위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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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발 건강만 위협할 뿐 슬개골 탈구 예방 도움 안 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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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메라니안이 슬개골이 약한 종이라는데, 혹시 발톱 날려보신 분 계신가요? 슬개골에 좋다고 하니 해보려고요.” “푸들 발톱이 너무 자라 숍에 데려가니, 그 숍에 있는 개 발을 보여주며 혈관을 전체적으로 한번 날려줘야 강아지한테 좋다면서 발톱을 날렸어요. 자르는 내내 개가 비명 질렀는데 꼭 이렇게 해야하나요?” “프렌치 불도그 발톱 잘 날리는 병원 좀 추천해주세요.”

포털 검색창에 ‘발톱 날리기’라고 치면 숱하게 쏟아지는 글들이다. 반려견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발톱 관리와 관련한 왜곡된 정보가 개들을 괴롭히고 있다. 수년 전부터 반려인들 사이에 유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던 ‘발톱 날리기’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되며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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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 건강에 도움이 된다?


개의 발톱을 혈관과 신경이 있는 부분까지 바짝 깎는 것을 ‘발톱 날리기’라고 한다. 발톱 날리기를 장려하는 반려인들은 개의 발바닥 아래 두툼한 부분인 패드 가까운 곳까지 발톱을 깊게 깎아주면 관절 건강에 도움이 되고, 걸을 때 소음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발톱 날리기가 실제 반려견의 관절 건강에 도움이 될까. ‘애피’가 수의사들에게 물었다.

답변을 준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과 김응철 굿모닝동물병원장 모두 발톱 날리기가 개의 관절 건강에 긍정적인 효력을 전혀 발휘하지 않는 반면 신체적, 심리적 타격만 동반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윤 원장은 특히 “사람보다 통증을 잘 참는 (개의) 습성을 고려하면, 개가 비명을 지를 정도의 통증이면 사람이 손톱이 빠지는 걸 겪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며 “신경이 뻗어 있는 혈관을 발톱과 함께 자르는 것은 고문과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개들은 비명을 지르고 심할 경우 대소변을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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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계정(▶바로 가기)에서 발톱 날리기의 불필요함을 지적하기도 한 김응철 원장은 “혈관을 자르면서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발톱 염증이 작은 부위에 발생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경우도 심하면 절단을 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안쪽에 있는 신경이나 혈관을 타고 들어갈 경우 골염이나 패혈증 등을 유발해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발톱 날리기가 슬개골 탈구를 예방한다는 주장은 어떨까.

박 원장은 “실내에서 생활하는 개의 발톱이 지나치게 길어졌을 경우, 발톱이 굽으면서 자라 옆으로 눕고, 옆으로 누운 발톱이 걸을 때 미끄러운 바닥을 먼저 지지하면서 관절을 변형시킬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또한 어떤 측면에서 반려인의 관리 부실로 인한 것”이라며 “발톱이 길면 혈관도 함께 자라면서 계속 긴 형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돼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발톱을 날리는 행위가 해결책이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길어진 발톱은 조금씩 길이를 줄여가며 자르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일반적인 수준 가까이 회복이 가능하다고 한다.

심리적인 문제도 따른다. 박 원장은 “실수로 발톱을 짧게 자르기만 해도 개에 따라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인데, 20개에 가까운 모든 발톱을 그런 방식으로 자른다는 것은 반려인과 반려견의 신뢰를 완전히 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트라우마가 생긴 개의 경우, 반려인이 발을 건드리기만 해도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으르렁거릴 수도 있어 발 건강 관리 자체가 잘 안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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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끝만 짧게 자주 잘라야


그렇다면 반려견 발톱 관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 미국의 반려견전문매체 ‘홀도그저널’은 너무 긴 발톱은 끊임없이 땅에 닿으면서 발가락 관절에 압력을 가해 장기적으로는 앞다리 관절에 기형을 유발하고 발을 평평하고 넓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 매체는 발톱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절대 발톱에 뻗어 있는 혈관을 자르지 말고 끝부분만 자를 것을 강조했다.

또한 발톱 안 분홍색이 비치는 부분에 닿지 않도록 자르고, 검은색이나 진한 색깔의 발톱을 자른 다음엔 자른 단면을 보고 중앙에 검은점이 보이면 자르는 것을 즉시 멈춰야 한다고 설명했다.(참고 영상 ▶박정윤의 삐뽀삐뽀 ‘발톱 자르기’ 편)

발톱깎이 대용으로 꼽히는 그라인더의 사용에는 주의가 따른다고 전했다. 그라인더가 회전하면서 열을 발생시켜 개에게 고통을 줄 수 있으므로 한쪽에서 오래 그라인더를 대고 있지 않도록 해야 하며, 발바닥 털이 그라인더에 휘감겨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산책 등 야외 활동은 자연스럽게 발톱 관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 원장은 “평소 산책을 많이 하면 발톱이 바닥과 마찰하며 닳아 정리되기 때문에 자주 발톱을 깎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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