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硏, 전국 여성 1만명대상 설문조사
낙태 평균 6.4주…낙태 약물 실패로 다시 병원 찾기도
인공임신중절(낙태)에 대한 나 자신과 우리 사회의 인식(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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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낙태 경험자 절반 이상이 후유증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만 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를 온라인 설문한 결과 낙태 경험자 10명 중 9명(90.2%)는 낙태수술을 받았다. 약물 사용자는 9.8%(74명)였지만 이 중 53명은 약물로 인공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의료기관 등에서 추가로 수술을 받았다.
이때 약물은 자연유산유도약으로 알려진 미프진 등 인공임신중절약이나 유사약을 지인·구매대행(22.6%), 온라인(15.3%) 등을 통해 구매하거나 위궤양에 사용되는 약물(싸이토텍 등 자궁수축유발) 등을 의사처방(62.1%) 받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낙태 시기는 평균 6.4주였다. 임신주수별로 보면 △4주 이하 31.5% △8주 이하 84.0% △12주 이하 95.3% 등이다. 낙태 수술을 받은 지역은 주거지 근처가 64.7%로 많았다. 소문을 의식해 다른 도시(35%)나 해외(0.3%)에서 수술을 받기도 했다. 관련 비용으로는 △30만~50만원 미만 41.7% △50만~100만원 미만 32.1% △30만원 미만 9.9% 등을 지불했다.
낙태 후 적절한 휴식을 취했다고 응답한 여성은 인공임신중절 경험 여성 중 47.7%에 불과했다. 낙태 이후 8.5%가 자궁천공, 자궁유착증, 습관유산, 불임 등과 같은 신체적 증상을 경험했으나 이 중 43.8%만 치료를 받았다. 54.6%가 죄책감, 우울감, 불안감, 두려움, 자살충동 등 정신적 증상을 경험했으나 이 중 14.8%만이 치료를 받았다.
치료받지 않은 이유는 △치료받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하지 않아서(46.3%)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22.8%) △치료받으러 의료기관에 가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해서(12.8%) 등을 꼽았다.
낙태에 대한 자신과 사회의 인식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한 여성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는 물음에 ‘스스로 그렇다’는 시각은 10.6%에 불과했지만 ‘사회인식이 그렇다’는 응답은 62.8%나 됐다. ‘낙태에 있어서 남성보다 여성을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는 물음에는 자신(77.4%)도 사회인식(89.4%)도 높게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의 96% 이상이 의료적 상담, 심리·정서적 상담, 출산·양육에 관한 정부 지원 상담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국가차원에서 출산과 양육에 있어서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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