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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급인상' 자영업자 성토에 국회 탓한 문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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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 "내년 최저임금 동결해야"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요건 부담"
文대통령 "최저임금 소상공인 입장 말할 수 있게 하겠다"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
"보완대책 국회 입법사항이라 늦어져" 발언에 업계에선 "대책도 없이 올려놓고⋯"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자영업·소상공인들과 간담회를 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소상공인과 간담회를 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현 정부의 최저임금 급속 인상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자영업·소상공인들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하겠다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완조치들이 국회 입법 사항이라 늦어지고 있다고 말해 업계에선 "자영업·소상공인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는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외식산업중앙회 등 자영업·소상공인 단체와 분야별로 대표적인 자영업·소상공인들이 참석했다.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은 행사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자영업자가 모였는데 최저임금 관련 발언이 없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방기홍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요청했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일자리안정자금 수급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직원들에게 일자리 안정자금을 주고 싶어도 4대 보험에 대한 부담이 있으니 2대 보험 정도만 가입해도 채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얘기였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이날 오전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최저임금의 인상도 설상가상으로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의견이 대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어진 오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급격한 인상으로 생긴 문제점을 국회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대책도 없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려놓고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이란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카드수수료 인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4대 보험료 지원, 상가 임대차 보호, 가맹점 관계를 개선 등 조치들이 함께 취해지면 최저임금이 다소 인상돼도 자영업자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터"라면서도 "최저임금이 먼저 인상되고 이런 보완 조치들은 국회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같은 속도로 이렇게 맞춰지지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까지 여러 가지 많은 보완 조치들을 마련했다"며 "이제는 소상공인을 경제정책의 중요 분야로 놓고 독자적인 정책 대상으로 보고 정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인식도 정부가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은 인상 속도라든지 인상 금액 부분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다고 느끼고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낀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행사에 배석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동결 문제와 관련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면서 소상공인 입장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직접 참여하게 했다"고 답했다.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요건 완화에 대해서는 "4대 보험 가입(이라는) 조건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사회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이 있다"고 답했다.

◇ 자영업자 "카드수수료 협상권 달라" 요구도...文대통령 "노조단체협약처럼 확장할 수도"

이날 간담회에선 최저임금 인상 외에도 임대료와 인건비 등 비용 문제, 자영업자 재기와 상생 방안, 자영업 혁신, 규제개혁 등도 주제로 다뤄졌다.

한국마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민 푸르네마트 대표는 "카드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카드사들이 사실 약속을 안 지키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며 "카드수수료 협상권을 저희 자영업자들에게 부여할 수 있도록 법제화 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에 "가맹점 협상권 부여 문제는 단체 소속 가맹점과 그렇지 않은 가맹점 사이의 공정성 문제가 있다"며 어렵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최 위원장에게 "노조 단체협약의 경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단체협약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구속력 제도 같은 것이 있다"며 "그렇게 확장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판단해 주시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자영업자들은 금융비용 부담도 토로했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금융권에 담보대출을 통해서 빚으로 시작한다. 경기가 어려워 그만두고 싶어도 대출에 대한 공포가 있어 그만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권이 담보연장 같은 것을 잘 안 해 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에 "어려운 자영업자 관련 대출상품 내놓고 있지만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업은행이 1.4%의 낮은 대출상품을 운영 중이고, 신용보증기금과 기업은행 등이 하반기 중에 자영업자 특화 상품 내놓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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