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 산골에 자리한 '송정 그림책 마을'
송정 그림책 마을의 모든 가구의 명패엔 어르신들이 만든 그림책도 함께 걸려 있다. 이 마을의 어르신들은 모두 그림책 작가다.© 뉴스1 윤슬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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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옛날 옛적에…"
어릴 적, 외할머니가 들려주던 옛이야기가 어찌나 재밌던 지 깊은 밤이 된 줄도 모르고 흠뻑 빠졌던 기억이 있다.
얼굴 주름이 깊이 패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에겐 없었을 것 같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전래동화책 못지 않게 재밌었다.
바쁜 일상에 까맣게 잊던 그 감성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마을이 바로 충남 부여군 양화면 송정리 산골에 자리한 '송정 그림책 마을'이다.
국내 유일의 그림책 마을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포근한 목소리로 자신들의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때 북적댄 마을엔 오로지 칠팔십 넘는 어르신들만이 남아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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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그림책 마을은 한때 80가구가 넘는 큰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30여 가구만 남아 있다. 젊은이들이 떠난 마을엔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노인들만 지키고 있다.
그림책 마을이 탄생한 것은 어른들의 마을에 대한 강한 애정 덕이다.
나이 칠팔십 넘는 어르신들만 남은 마을은 조용할수 밖에 없었다. 박상진 이장 말에 따르면 '죽은 마을' 같았다.
주민들은 옛 시절 야학당에 옹기 종기 모였던 그 시절처럼 아이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되살리기 위해 2015년부터 국비 공모사업으로 마을의 모습을 새로 꾸미기 시작했다.
이후 그림책 시민모임과 만나게 되면서 그림책을 직접 만들고, 찻집을 열게 된다.
찻집 입구에 펼쳐진 그림책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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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 입구부터 수십 권의 그림책들이 반긴다. 23명의 어르신이 살아온 이야기가 담긴 책들이다.
책들은 표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목만 해도 '나는 농부여' '내 상추가 최고야' '찌그럭 째그럭' '누룽지' '내 고향은 바다 마을' '호두나무와 청설모 그리고 나' 등 통상의 그림책들과는 다르다.
그림에선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듯, 꾸밈없는 순수함이 느껴진다.
책에 담긴 내용은 우리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겪어왔을 법한 얘기들로 충청도 사투리로 쓰여 더욱 더 정겹다.
'꽃 심는 닭 이야기'를 쓴 박송자 할머니가 방문객을 위해 직접 책을 읽어 주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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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심는 닭 이야기의 일부 내용©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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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언제 조용했냐는 듯, 입소문이 타면서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들이 찾아와 활기를 되찾았다.
무엇보다 이 마을의 달라진 것은 어르신들이다. 평범한 농사꾼이던 자신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고 평생 잃고 있던 이름을 되찾으면서 삶의 의식이 달라진 것이다.
어르신들은 방문객을 위해 자신이 쓴 책을 직접 읽어 주기도 한다. 바쁜 농사일 중에도 꾸준히 낭독 연습을 놓지 않은 덕에 술술 읽어 나간다.
마을을 방문하기 전 미리 전화로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마을 어른들이 그림책을 읽어 주는 데다가 마을 부녀회에서 직접 싸준 도시락이 포함된 '차 바구니'를 준다. 투어 가격은 1만원이며, 10명부터 예약할 수 있다.
한 집의 벽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그림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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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강아지 똥'의 한 장면이 그려져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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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마을은 책만 보고 돌아서기 아쉬울 정도로 마을 풍경도 전체가 수채화같이 수수하면서 평온하다. 세월이 묻어나는 집들엔 동화책 속 장면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작은 골목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마을에서 가장 나이 많은 500살 도토리 나무며 1925년에 생긴 야학당, 일제 시대에 지어 해방 후 완성된 송정 저수지 등 오랜 시간을 머금은 풍경도 만날 수 있다.
Δ송정 그림책 마을 찻집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메뉴는 건강차부터 꽃차, 아이들 음료, 모시가래떡구이, 할머니 도시락 등이 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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