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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상여금 꼼수’로 최저임금 무력화한 현대그린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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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 매달 지급으로 변경해 최저임금 상승 피해

1최저임금 산입범위 법 개정’ 악용 우려 현실화

현대그린푸드 노동자 200여명, 현대백화점 앞서 집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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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매월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이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할 경우 이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법이 개정된 가운데, 이 제도를 악용해 최저임금 무력화 ‘꼼수’를 쓴 기업이 등장해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기아차 화성공장, 현대차 전주공장,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등에서 일하는 현대그린푸드 노동자들은 17일 오후 1시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앞에서 ‘현대그린푸드 최저임금 무력화 규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로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백화점의 거의 모든 사내식당 등 전국 3000개 영업장을 운영하는 단체급식 및 식자재 유통업체다. 이날 집회에는 현대그린푸드 노동자,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등 주최 쪽 추산 약 200명이 식당 노동자들이 쓰는 위생모와 고무장갑 등을 착용하고 “최저임금 빼앗는 상여금 지급 변경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공개한 기자회견문 등을 종합하면, 현대그린푸드 노동자들은 애초 2019년 최저임금인 시급 8350원을 적용해 지난해보다 17만1380원 인상된 월급을 받게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까지 2달에 한 번씩 주던 정기상여금을 갑자기 매달 지급으로 바꾸고 이를 최저임금 인상분으로 계산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했다. 이들은 “현대그린푸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빼앗기고 있다”고 밝혔다.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두달에 한번 주던 상여금을 지난 1월부터 갑자기 통장에 입금시켜 버렸다. 이에 항의하자 본사 상무는 ‘법에 걸릴 것 없다’고, 한 지점장은 ‘원망할 거면 정부를 원망해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회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하면서 2개월 이상 주기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으로 취업규칙을 바꿔도 사업주가 노동자 과반 이상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쳤다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포함시켜 노동계의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관련 기사 : 산입범위 확대의 덫…최저임금 10.9% 인상은 ‘착시’ “연봉 2500만원이하 최저임금 불이익 없다”?…사실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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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동자들은 사쪽이 일부 사업장에서 노동자 과반 이상이나 과반 이상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의견을 듣는 절차마저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기상여금 지급 방법을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정영애 현대그린푸드 경기지회장은 “취업규칙이 있다는 것 알고 있었지만, 14년 동안 한번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형식적으로 노조에 공문만 보낸 곳도 있었다. 김영아 현대그린푸드 전주지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상여금 월할 지급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도 듣지 못했다. 회사 쪽에서는 노조에 공문 한장 보내고 끝이었다. 노조가 반박 공문을 보냈지만 사쪽이 무시했다”며 “전주에서는 상여금 월할 지급에 대해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다. 어떤 지역에서는 일부 노동자가 동의했는데 사쪽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행하는 거니까 잔소리 말고 사인하라’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린푸드 노동자들은 사쪽이 노조 탄압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린푸드 경기지회의 한 조합원은 “(사쪽이) 파트타임과 계약직 조리원들을 모아서 노조에 가입하거나 노조의 상여금 반납에 동참하면 계약을 하지 않거나 연장하지 않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조리원들이 만든 대화방도 탈퇴하라고까지 했다”고 밝혔다.

2019년 최저임금은 820원(10.9%) 올라 시간당 8350원이다. 지난해 5월 국회의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매달 1회 이상 지급되는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정기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를 넘는 식대·교통비·숙박비 등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이 비율은 매년 점차 줄어들어 2024년에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체가 최저임금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글·사진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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