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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고가토지 없는 서울 성수동…땅값 23%올라 자영업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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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공시지가가 많이 오른 서울 성수동 카페거리의 전경.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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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가 오를까 봐 봄이 오는 게 두렵습니다."

서울시내에 오래간만에 눈이 내린 날. 성동구 뚝섬역 인근 한 카페는 눈을 피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서도 짬을 내 인터뷰에 응해 준 점주의 얼굴은 어둡기만 했다. 그는 "최근 방송 등에서 자주 소개되면서 활기를 찾고 있지만 공시가가 많이 오른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임대료 인상을 걱정하는 점주들이 많다"며 "인근 빵집 한 곳도 최근 가게를 내놨는데 봄이 되어 월세가 많이 오르면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 가게가 많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의 표준지 공시지가 파격 인상으로 인한 후폭풍에 오래된 공장, 상가가 밀집한 성수동이 몸살을 앓고 있다. 공시지가 폭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땅 주인들이 임대료를 올리면 소상공인들이 상권에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7일 매일경제가 서울 성수동1·2가 표준지(260곳) 공시지가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비 올해 지가 상승률은 서울 평균 상승률(13.87%)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23.4%에 달했다. 특히 서울 평균 상승률의 두 배에 달하는 상승률(28% 이상)을 기록한 곳이 67곳으로, 4곳 중 1곳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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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표준지 공시지가를 발표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0.4% 고가 토지의 가격을 집중 인상해 형평성을 제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정부가 밝힌 '고가 토지' 기준은 시세가 ㎡당 2000만원 이상인 땅이다.

반면 성수동은 공시가 기준 ㎡당 1000만원 이하 중저가 토지가 밀집해 있는 준공업·상업지대다. 성동구 공시가 현실화율이 시세의 절반 수준인 점을 감안해도 시세가 2000만원을 넘지 않는 토지가 대부분이다.

정부는 공시지가를 발표하면서 "고가 토지 외에 자영업자와 서민이 활용하는 토지에 대해 상승 폭을 최소화했다"고 밝혔지만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드라이브에 따른 인상 영향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공시지가가 폭등하면 보유세 부담을 느낀 땅 주인들이 임대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임대료를 세금 인상 폭과 비슷하게 올릴 가능성이 높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공시가가 오르면 세금 부담 때문에 임대료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며 "구 입장에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없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수동1가 일대에 위치한 3층짜리 꼬마빌딩은 공시지가가 42%나 올랐다. 이 빌딩에 입주해 있는 한 임차인은 "건물주와 오래된 신뢰관계가 있어 임대료가 급격히 오를 것으로 보진 않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주변에 임대료 때문에 걱정하는 건물주나 임차인이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표준지가 상승이 임대료로 전가되거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는 임대료가 오르는 등 상승 국면이 아니다"며 "아울러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임차인 보호 장치가 있고 상인들이 일방적으로 쫓겨나지 않도록 분쟁 해결을 지원하는 등 대책도 적극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개정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고, 매년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5%로 제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성수동을 포함해 홍대, 서촌 등 최근 떠오르는 상권의 공시지가가 이번에 크게 오르면서 임대료 급등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여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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