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전세자금 대출받을 때 ‘반환보증’도 가입해두면 일단 ‘안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입자가 알아둬야 할 ‘내 보증금 지키는 법’

전세금 반환 못 받고 이사할 땐 법원에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상가 세입자는 ‘개정 임대차법’ 근거 삼아 계약갱신 요구 가능

시설 원상복구 등 분쟁 막으려면 계약 단계부터 꼼꼼히 검토를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사는 윤모씨(35)는 이사를 가기 위해 전세 계약 만료를 3개월 앞둔 지난해 4월 집주인에게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알렸다. 이후 몇 번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좀처럼 집은 나가지 않았다. 아직도 이사를 못 간 윤씨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이 돼 집주인에게 수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 경기 파주시에서 음식점을 하는 전모씨(40)는 지난달 150만원 하던 월 임대료를 180만원으로 올려줘야 했다. 계약서대로라면 지난해 6월 묵시적 계약갱신이 이뤄진 것이지만, 건물주는 뒤늦게 임대료 20% 인상을 요구했다. 이제 막 자리를 잡은 그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임대료를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주택과 상가 등의 세입자 가구는 1000만가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월세 형태로 거주하는 가구가 580만가구로, 전체 가구(1937만가구)의 29.9%에 이른다. 자영업자 수가 567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상당수는 세입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보증금과 월세 등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도 ‘을’의 신세에 놓이곤 한다. 집과 건물을 소유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갑’인 집주인과 건물주 앞에서 제대로 된 권리 행사를 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난’이나 임대료가 급등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로선 일부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는 게 좋다. 세입자가 알아두면 좋을 대응방법을 정리했다.

■ 전·월세주택 세입자라면

전셋값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때 반환보증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전세대출은 세입자가 별도의 보증료를 내고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서울보증보험(SGI) 등 보증기관의 보증을 받는 보증부 대출로, 반환보증과 상환보증에 기반한 상품으로 나뉜다.

반환보증은 앞선 윤씨의 경우처럼 계약이 종료됐는데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주지 않을 때 보증기관이 대신 전세금을 돌려주는 상품으로, HUG가 보증하는 ‘전세자금 안심대출’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보증금 분쟁이 발생해도 HUG가 채권보전 절차를 전담해 세입자는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상환보증은 세입자가 은행에 전세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을 때 보증기관이 세입자를 대신해 대출금을 상환하는 상품이다. 전세대출을 받을 때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상품이지만,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따로 전세금 반환 소송 등을 해야 한다. 역전세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미 상환보증으로 전셋집에 살고 있는 세입자도 반환보증만 따로 가입할 수 있다. 현재 HUG와 SGI에서 단독가입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계약 기간이 절반을 지나기 전, SGI ‘전세금보장 신용보험’은 2년 계약기간 중 10개월 이내에만 가입할 수 있다.

반환보증 가입자들은 전세계약 종료 후 한 달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보증기관에 이행청구를 하면 된다. 이때 세입자는 집을 완전히 비워줘야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세입자들은 보증내용의 차이보다 금리 및 대출한도에 따라 대출상품을 선택한다”며 “하지만 전세가격 하락기에는 집주인이 전세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관할 법원에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주택이나 상가건물을 비워둘 경우에도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다. 임차권 등기명령을 하면 해당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에 등기명령을 한 세입자 이름과 보증금 액수가 남기 때문에 집주인이나 건물주는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아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을 할 경우 세입자는 집주인을 상대로 소장 송달 이후부터 보증금을 반환받는 날까지 연 15%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

■ 상가 세입자라면

상가에 세 들어 장사하는 세입자라면 지난해 10월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개정된 법률은 기존보다 안정적인 영업권을 보장하고 있다.

우선 상가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세입자가 임대차기간 만료 전 6개월부터 1개월 사이에 건물주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하는 것으로, 3개월 이상 임대료 연체 등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건물주는 거절할 수 없다. 세입자의 의사에 따라 한 장소에서 최대 10년까지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조항은 개정안 시행 이후 최초 체결했거나 갱신되는 임대차 계약부터 적용된다.

권리금 회수 기간도 늘었다. 기존에는 계약 종료 3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가 권리금 보호 기간이었으나 이를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로 연장했다. 세입자가 권리금을 내고 들어올 다른 세입자를 찾을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난 것이다. 또 상가임대차보호법에는 계약서에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권리금을 주장할 수 없다’는 특약사항이 있더라도 이는 효력이 없다는 강행 규정이 있다는 점도 기억해둘 만하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도 확대됐다. 예컨대 서울의 경우 과거에는 보증금에 월세 환산액(월세×100)을 더한 환산보증금이 6억1000만원 이하여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9억원 이하면 된다. 적용 대상 확대로 상가 세입자 95% 이상이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권리금 보호대상에 전통시장의 상가 세입자도 포함해 권리 보호의 사각지대를 줄였으며, 오는 4월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해 상가임대차 관련 분쟁을 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건물주와 세입자 간에는 시설 원상복구나 명도, 관리비 문제 등 다양한 분쟁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초 계약할 때부터 철저히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상가를 계약할 때 건축물대장을 통해 위반 건축물이 아닌지, 업종이 용도 시설에 적합한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임대차 계약이 종료될 때를 대비해 원상복구 범위를 미리 검토해 건물주와 협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