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근거 없는 걱정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통신사들이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에 제공한 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자료가 지난해 상반기에만 350만 건에 이른다. 통신자료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화·문자를 주고받은 시간 등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카카오톡 감청 논란으로 인해 150만 명이 텔레그램으로 옮기는 사이버 망명이 이뤄졌다. 정치인·법조인과 고위공무원들은 휴대전화 통화 대신 요즘 보이스톡을 쓴다고 한다. 보이스톡은 녹음 기능이 없고, 데이터 통화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서버에 오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끝 모를 적폐 청산 시대가 빚어낸 풍경이다. “정보 유출자를 찾아내겠다”며 고위 공무원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등 툭 하면 휴대전화부터 들여다본 게 이 정부다.
결과는 빅 브라더의 공포다. ‘누군가 나를 감시한다’는 불안감이 퍼져 있다. 적폐와 거리가 있는 일반 국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불법 사이트 차단 청원이 올라오고 1주일도 안 돼 20만 명 이상이 동의한 것도 그래서다. ‘정부가 언제든 내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대부분 생각한다는 방증이다. 통신기록 조회 등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신뢰 쌓기가 꼭 필요하다. 빅 브라더의 망령이 마냥 어슬렁거리도록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