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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조용헌 살롱] [1181] 손흥민·BTS·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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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최근에 ‘3손’이 뉴스의 주무대를 장식하였다. 그 가운데 한 명이 축구선수 손흥민. 영국 프로축구 토트넘 소속인 손은 최근 4경기 연속 골을 넣었다. 세계 각국의 국가대표 선수급들만 모인 프리미어 리그에서 한국 출신 선수가 정상급 반열에 올라간 것이다. 손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를 통틀어서 ‘톱10’에 들어가는 실력을 갖춘 선수라고 평가받는다.

유럽에서 축구는 골프·테니스·야구 등과 차원이 다르다. 축구는 유럽의 종교이고 골프·테니스는 그냥 스포츠다. 스포츠는 즐기는 게임에 해당하지만 종교는 인간을 몰입시킨다. 기존 종교는 약화되고 있지만, 축구라는 신흥 종교는 매주 2~3번씩 수만 명의 관중을 스타디움에 몰아넣고 예배를 본다. 축구 경기장에서 인생의 시름을 잊고, 모두 하나 되는 힘을 얻는다. 거기에다가 국적을 초월하고 인종의 차이를 녹여 내는 힘까지 있다. 이 정도면 가히 종교라 할 수 있다. 한국인 손흥민은 유럽 축구 종교의 목회자가 되어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영국과 유럽인들에게 호소력 짙은 설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탄소년단(BTS)은 또 어떤가. 미국의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고 그래미상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세계의 극장과 연예계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에서 한국의 가무(歌舞)를 뽐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음주가무(飮酒歌舞)'의 DNA를 이어받은 후예답다. 극장도 또한 신에게 다가가는 하나의 길이다. 신에게 다가가는 길은 '좌(左)스타디움 우(右)극장'이다. 고대 그리스 신전에 가보면 스타디움과 극장이 신전 내에 꼭 포진되어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록밴드 퀸의 영화가 한국에서 900만 관객을 넘어섰다. 한국 사람이 영어 노래를 들으면서 울고불고 했다. 퀸의 노래가 한국인의 영혼을 건드린 셈이다. 같은 한자 문화권인 일본에도 없고, 중국에도 없는 현상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인의 정서가 중국·일본과는 다른 지점에 가 있는 것이다. 이게 다 무언가? 19세기 계룡산의 김일부(金一夫)가 이야기한 후천개벽(後天開闢)이 아니겠는가!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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