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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10년만에… 통신3사 유료방송시장 장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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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200만 가입 세대(중복 가입 포함)에 달하는 유료방송이 시장 재편의 파고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14일 LG유플러스가 국내 최대 케이블TV 업체 CJ헬로의 인수를 발표하면서 현재 시장 1·2위인 KTSK텔레콤이 다른 케이블TV업체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유료방송 시장을 장악했던 케이블TV 진영의 CJ그룹(케이블TV 자회사 CJ헬로)과 태광그룹(티브로드), 현대백화점그룹(HCN), 딜라이브 대신 통신업계의 '빅3'가 유료 방송을 완전 장악하는 것이다.

◇KT·SK·LG, 통신 빅3의 IPTV가 출범 10년 만에 유료방송 완전 장악

LG유플러스는 공정거래위원회, 과학기술정통부 등 정부의 인수 심사 절차를 통과하면 유료방송 2위로 부상한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유료방송 가입자 수에서 4위(11.4%)지만 자신보다 더 큰 CJ헬로(13%)를 인수하면 점유율이 24.4%로 껑충 뛴다. 당장 시장이 1위인 KT와 LG 간 양강 구도로 바뀌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위기의식 속에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2위(14%)였다. SK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태광그룹 측과 티브로드 인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며 "급물살을 탈 경우 이달 내 결론을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인수하면 SK그룹의 유료방송 점유율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를 합쳐 23.9%다. CJ헬로를 품는 LG유플러스와 팽팽해지면서 시장을 다시 3강 체제로 되돌리는 것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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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정중동이다. SK나 LG의 인수에도 불구하고 위성방송 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와 합치면 1위의 지위는 여전히 탄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서울 지역 최대 케이블TV인 딜라이브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KT로선 딜라이브를 인수해 1190여만 세대의 가입 가구를 확보, '1강 2중'의 재편을 내심 노리고 있는 것이다.

KT의 고민은 규제다. 현재 한 사업자가 최대 33.3%를 넘는 점유율을 못 차지하게 막는 합산 규제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과거 3년 한시 조항으로 도입됐다가 작년 6월 폐기된 합산 규제를 다시 시행할지 논의하고 있다.

◇케이블TV의 몰락, 가입자·매출 감소 '이중고'

유료방송 시장의 주도권은 본래 케이블TV 업계가 쥐고 있었다. 지난 1995년 출범한 케이블TV는 국내 처음으로 유료방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케이블TV 업계는 과거 지상파 3사 위주의 방송 콘텐츠 독점 구조를 깨면서 수십개의 채널 시장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현재 TV나 옥상에 있는 안테나를 통해 공중파 주파수를 직접 수신하는 식으로 지상파 채널만 보는 가구는 5%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케이블TV 업체들은 1000만 가입 세대를 돌파하며, TV에는 케이블 셋톱박스가 필요하다는 공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케이블TV 가입자 수 확대에 따라, 홈쇼핑 업체들이 성장했고 그 뒤를 이어 투니버스, CGV, tvN 등으로 이어지는 방송 채널들이 지상파 못지않은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케이블TV의 전체 가입자는 인터넷TV가 2008년 말 출범한 직후인 2009년에 1514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감소세다. 자본력을 앞세운 통신업체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2017년 11월 인터넷TV에 전체 가입자 수에서 역전당한 뒤에는 격차도 매년 벌어지고 있다. 케이블TV의 방송 사업 매출 역시 지난 2013년을 정점(2조3791억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케이블TV 업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통신업계의 인터넷TV는 200개가 넘는 TV채널과 VOD(주문형비디오)를 앞세운 데다 여기에 자신들의 강점인 이동통신·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인터넷TV와 묶어 싸게 팔면서 시장을 잠식했다"며 "자본력에서 밀린 케이블TV로서는 통신업체의 후려치기 마케팅에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터넷TV가 등장한 이후에 케이블TV업체들은 제대로 된 케이블망 투자도 하지 않고, 영업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해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먹은 측면이 강하다"고 했다.

◇유료방송 시장은 여전히 성장 잠재력 커

통신 업체들은 유료방송 시장을 새 동력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통신 업체는 최근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 압박으로 주력 시장인 이동통신 분야에서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시장도 예전과 같지 않은 상황에서 유료방송 시장만큼은 여전히 성장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통신 3사의 전체 인터넷TV 사업 매출은 지난 2017년보다 14% 증가했다. SK텔레콤이 같은 기간 25.8% 증가했으며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8.5%와 23.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인터넷TV 매출 합계는 지난 2009년만 해도 2204억원에 불과했지만, 4년 만인 2013년 처음 1조원대(1조1251억원)에 돌입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조620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통신 3사의 이동통신 사업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4.6% 줄어들었다. 1년 사이 감소액만 1조882억원이다.

통신 업체 관계자는 "이동통신 매출은 줄고 있고 5G(5세대 이동통신)로 수익을 내는 것도 현재로선 몇 년 후나 가능할 일"이라며 "지금은 주도권을 잡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

매월 일정액을 받고 가입자에게 수십 개의 방송 채널을 TV로 보내주는 서비스. 케이블TV와 인터넷TV, 위성방송이 해당한다. 1995년 초창기 때만 해도 이들이 제공하는 채널이 20개 정도였지만 지금은 영화·드라마·음악·스포츠·패션 전문 채널에다 TV조선·채널A와 같은 종편까지 추가되면서 많게는 200개 이상의 방송 채널을 송출한다. 주문형비디오(VOD)도 함께 제공한다.




김봉기 기자(knigh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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