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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문희상 "전쟁·인륜 범죄에는 시효없어… 日王 사죄요구 발언, 사과할 생각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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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귀국… 본지와 인터뷰

"미북회담 前 한·미·일 공조 필요… 日, 한국에 보복조치는 소탐대실"

조선일보

미국 방문을 마친 문희상 국회의장이 17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입국 절차를 밟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은 17일 자신의 '일왕(日王) 사죄 요구' 발언에 대한 일본의 반발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고 그럴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한·미·일이 하나로 공조해야 할 상황에서 이런 일로 계속 다투는 건 서로 간의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와 일부 국민이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고 이야기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한·일 간의 역사 문제에 관한 제대로 된 화해를 위해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국왕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한 얘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봐도 일본을 대표한다는 사람의 상징적 사과 '미안합니다' 한마디면 된다는 것이었다"며 "사과의 주체를 따지자면 현직 총리인 아베 총리가 1순위, 그다음 2순위가 국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의장은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범죄를 갖고 지금도 유태인 묘지에 헌화를 하는 등 사과를 거듭함으로써 유럽연합(EU)을 이끄는 '리딩 스테이트(선도 국가)'가 된 것"이라며 "역사의 법정에서 전쟁이나 인륜에 관한 범죄는 시효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일본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해 화해를 이뤄야 '리딩 스테이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에 대해선 "아버지하고 참 다른데 이해하기 어렵다"며 "나도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다 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했다. 고노 외무상의 아버지는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의 주인공인 고노 요헤이 전 관방상이다.

다만 문 의장은 "현재 국제 정세의 큰 흐름을 보면 이런 논란을 빨리 정리하고 한·일 관계가 미래 지향적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미·북 정상회담'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는데 한·일이 서로 다투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북·중·러가 한 묶음이라면 한·미·일이 한 묶음"이라고 했다.

일본 내에서 한국에 대한 취업 비자 제한 등 보복성 조치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선 "소탐대실하는 것으로 애들 장난 같은 얘기"라며 "일본에서도 뜻이 있고 역사를 제대로 보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서대문형무소에서 무릎까지 꿇었던 하토야마 전 총리처럼 진심 어린 성찰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여러 채널을 통해 물밑 접촉을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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