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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사설] 트럼프 "북핵·미사일 실험 원치 않을 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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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이 15일 김정은과 핵 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저 (핵·미사일) 실험을 원치 않을 뿐"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1차 정상회담 직전 "북의 핵무기를 이른 시일 내 없앨 것"이라고 장담하고도 실제 없앤 건 북핵이 아니라 한·미 연합훈련이었다. 북핵 협상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북핵 신고와 검증, 그 시한이다. 그런데 2차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트럼프는 이 기본 원칙을 강조하기는커녕 북의 핵실험만 막으면서 대선용으로 이를 과대 포장할 궁리만 하고 있다. 이러다 북은 정말 핵보유국이 된다. 인도·파키스탄이 전부 그랬다.

미·북 회담을 총괄해온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3일 '대북 제재 완화'를 처음 언급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북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당근책일 수 있지만 고철이나 다름없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이 맞교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 비핵화 선전을 믿지 않는 미국 내 여론을 감안해 미국의 독자 제재는 건드리지 않고 한국의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우회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한 번 구멍이 뚫리면 제재 둑은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북 비핵화가 사기로 드러나도 되돌릴 수 없다.

최근 미 정보 수장들과 군 사령관이 한목소리로 "김정은은 핵을 포기 안 할 것"이라고 증언했다. 김정은은 이런 미국의 실무 책임자들을 회피하고 충동적인 성격에 자기과시욕이 비정상적으로 강한 트럼프를 직접 상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실무협상 없이 백지상태로 트럼프를 만나 국내 정치적 궁지에 몰린 그를 요리하겠다는 것이다. 황당한 쇼였던 1차 싱가포르 회담이 바로 그 경우였다. 이번에도 2차 회담이 불과 열흘 앞인데 미·북 간에 비핵화에 관한 구체적 협상은 완전히 백지상태다. 곧 열린다는 한 차례 실무협상이 전부라고 한다. 반면 TV를 위한 의전 협상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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