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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① 재계 "탄력근로 정유 6개월·건설 1년으로"…노동계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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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력근로제 진통 / 탄력근로 4대 쟁점 ◆

매일경제

이철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이 19일 새벽 2시께 서울 광화문 S타워 경사노위 아카데미룸에서 브리핑을 하면서 피곤한 듯 머리에 손을 얹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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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진통을 겪은 탄력근로제 논란의 불씨는 지난해 7월 시행한 '주 52시간 근무제 의무화'다. 문재인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공약에 따라 개정된 근로기준법 제51조에 따르면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에선 계절적인 이유로 일감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등 매주 근로시간을 52시간 이내로 맞출 수 없는 사업장이 많다.

이 때문에 노조위원장 같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거치면 특정한 '단위기간' 기준 주 평균 52시간을 준수하면 된다는 단서도 근로기준법은 달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초기 이 단위기간은 3개월이다.

문제는 6개월의 주 52시간 근로 의무화 위반사업주 처벌기간이 올해 1월 1일 종료되면서다. 세밑부터 불씨는 본격적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건설업과 정유업종을 중심으로 3개월이라는 단위기간 제약으로는 주 52시간제를 준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기업경영 애로사항으로 지목돼온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제약 문제를 정부와 청와대, 여당도 외면하기 어려웠다.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독일, 프랑스 같은 선진국처럼 단위기간을 6개월이나 1년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회 논의를 거쳐 단위기간을 3개월로 정한 근로기준법 제51조 2항을 개정하면 된다. 하지만 노사 간에 평행선을 달리는 사안이라 국회 논의가 공전할 수밖에 없었다.

노사정 협의체에서 절충안을 먼저 찾아오면 국회에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가 지난해 11월 22일 출범했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여부·방안을 논의할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라는 산하 위원회 1차 회의가 지난해 12월 20일 처음 열렸다.

이후 지난 18일까지 열린 8차례 회의에서 노사정은 뚜렷한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단위기간 확대, 도입 요건 완화, 건강권 보호, 오남용 방지 방안 등 4가지 쟁점에 대한 노사 이견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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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사노위 논의가 마무리됨에 따라 국회는 늦어도 3월 말까지 쟁점을 좁혀 근로기준법 개정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 위반사업주 처벌 유예기간이 올해 1월 1일부로 종료됐지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가 해를 넘기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와 주 52시간 근로 준수가 맞물린 사업장은 처벌이 3월 말까지 추가 유예됐다.

먼저 현행 3개월의 단위기간 확대 여부를 놓고 경영계는 최소 6개월 이상으로 단위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대정비' 작업이 잦은 정유업종의 경우 최소 6개월 이상, 준공일을 맞춰야 하는 건설업종은 1년으로 각각 단위기간을 연장해야 주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감이 몰릴 때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무를 하되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적거나 없는 기간에 근무시간을 줄이면 된다는 얘기다.

반면 노동계는 제도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경영계가 입증해야 단위기간 연장 논의가 가능하다고 맞섰다. 국내 실태조사 결과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는 기업이 많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주요 선진국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길게 잡고 있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 관행이 한국보다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지목했다.

정유업계의 정비기간 문제는 정비기간 자체를 늘리면 해결 가능하고 계절업종의 경우 교대제 개편, 신규 채용, 일시적 기간제 채용 활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경영계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미리 연장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쟁점은 도입 요건 완화다. 노사 간 별도 합의가 없으면 주당 근로시간은 40시간으로 제한된다. 노사 합의로 주 52시간이 가능하며, 주 평균 52시간을 계산하는 3개월 이내의 단위기간을 설정하는 것 역시 노조 대표자와 회사가 합의해야 한다. 경영계는 근로자 유형별로 상황이 다른 만큼 노조 단위가 아니라 개별 근로자와 회사 간 합의만으로 탄력근로를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로 노동계가 문제 삼는 쟁점은 건강권 보호와 오남용 방지 방안이다. 노동계는 외국 사례를 제시하며 연속휴식권 보장 등을 통한 과로사 방지 방안 마련 필요성을 주장했다. 재계와 정부는 만성과로 인정 기준(12주간 1주 평균 60시간 근로) 활용으로 건강권 보호 문제는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연장·야간 근로시간에 따른 수당을 일일이 지급하는 실무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포괄임금제가 사측의 임금 감소 수단으로 오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초과노동에 대한 임금 미지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노동계는 8차례에 걸친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서 포괄임금제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인 '최저한의 노동조건 법정화' 원칙에 배치되는 임금 제도라는 이유에서다. 노동시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등에 대한 법정노동시간 준수 의무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탄력근로제로 대응할 수 없는 산업현장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한시적 인가연장근로 보완을 의제로 꺼내 들었다. 유연근무제의 일종인 선택적 시간근로제는 1개월 이내의 정산기간을 평균해 1주 평균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1주나 1일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근무제도다. 이 정산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자는 게 경영계 주장의 핵심이다. 탄력근로제로 대응할 수 없는 산업현장의 근로시간 사각지대 이슈를 보완하자는 취지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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