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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질 나빠진 해외공사…“수주 줄고, 그마저도 그룹 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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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해외 건설 수주량이 작년보다 크게 줄어든 것도 모자라 수주 내용조차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수주를 거의 하지 못한 데다 잔여 수주 물량도 절반 이상이 국내 기업, 특히 그룹 계열사의 해외 공장 관련 공사에 그치고 있다.

2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 들어 2월 19일까지 33억5600만 달러어치 공사를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1억5400만 달러)보다 35% 줄어든 수치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에서 가장 많은 16억91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이어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각각 5억1000만 달러와 2억8000만 달러를 수주했고, 미국과 인도, 베트남에서도 1억 달러 이상의 공사를 따냈다.

공종별로는 건축이 20억3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토목공사가 7억6000만 달러, 산업설비는 4억5000만 달러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나머지는 전기와 통신 공사, 용역 등이다.

조선비즈

포스코건설이 시공하는 파나마 콜론 복합화력발전소 현장. /포스코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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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해외 수주를 가장 많이 한 곳은 GS건설이다. GS건설은 2월 19일까지 총 14억1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이어 삼성물산과 현대중공업이 각각 9억6000만 달러와 3억 달러를 수주했고, 하이엔텍과 리트코, 현대엔지니어링, 은성오엔씨,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등이 뒤를 이었다.

작년 해외 건설 수주 10위권 안에 들었던 SK건설과 쌍용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은 올해 아직 2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수주가 줄어든 것도 걱정이지만, 더 큰 문제는 신규 수주가 극히 적다는 점이다. 수주 통계에는 새로 계약한 것과 기존 계약 건의 공사비 증액분이 포함돼 있다. 현재까지 수주한 33억5600만 달러 중 올해 새로 계약된 건은 3.4%인 1억14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여기에 해외 수주이긴 하지만 사실상 국내 기업 물량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문젯거리다. 건설사들이 수주한 공사의 절반 이상이 국내 기업, 특히 그룹 계열사가 해외에서 짓는 공장 신설 일감인 것이다.

수주 1위인 GS건설의 수주량 14억1000만 달러 중 약 9억2000만 달러는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공장 건설과 베트남 하이퐁 공장 건설 건이다. 싱가포르에서 수주한 4억6000만 달러짜리 터널 공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국내 기업, 그것도 과거 한 몸이었던 LG그룹의 물량인 셈이다.

삼성물산의 수주도 마찬가지다. 7억 달러 규모의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 공장 건설을 비롯해 미국, 베트남, 인도 공장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공장, 삼성전기 필리핀 공장 등 삼성그룹 계열사 물량을 다 합하면 전체 수주액의 98.2%인 9억4600만 달러가 그룹 물량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체 수주 금액보다도 많은 7300만 달러가 그룹 계열사 물량이다. 과거 계약한 베트남과 알제리의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에서 오히려 마이너스 수주(계약 금액 감액)가 생기면서 전체 수주 금액은 6300만 달러에 그쳤다.

반면 대기업 중 현대중공업과 포스코건설은 전량 계열사와 무관한 수주여서 대조적이다. 현대중공업은 UAE 해상플랫폼 및 해저케이블 공사 등을 수주했고, 포스코건설은 파나마 복합화력발전소 등의 공사를 하고 있다.

해외건설업계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 세계 경기 침체 등이 겹친 탓에 발주량이 적은 것을 해외 수주 부진의 이유로 꼽는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경쟁국인 일본이나 중국 건설사들이 대대적인 금융 지원을 등에 업고 수주에 나서면서 수주 환경이 매우 불리해졌다"면서 "하지만 지난 2016년 해외 수주가 282억 달러로 저점을 찍은 이후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최근 6조원의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은 만큼 앞으로는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원 기자(tru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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