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원장, 보험산업 개선 약속했지만 3주 넘도록 발표 안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9월 보험 소비자 권익 개선을 위해 꾸린 보험산업 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가 별다른 성과없이 종료됐다. TF는 이달 초 보험 약관 용어 개선과 신계약비 지급 방식 전환 등 보험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만들어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TF 방안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협의가 길어지면서 보험산업 혁신안 발표 시점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여기에 금융위도 자체적으로 보험 약관 개선을 위한 TF를 구성하면서 금감원 TF가 막판에 힘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TF 관계자는 21일 "지난 달 말 금감원에 보험산업 개선안을 제출했고 이후 수정을 거쳐 이달 초 최종본을 건냈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이 TF 안을 두고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 박상훈 기자 |
TF는 소비자 친화적으로 보험약관을 작성하고, 보험사의 소비자 약관 이해도 조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모집수당·수수료 등 신계약비를 계약시 90%까지 지급해주는 관행을 개선해 일정 기간 나눠서 지급하는 방안도 담겼다. 신계약비 90%를 계약 성사 첫해 지급하다보니 수수료만 받고 떠나는 설계사가 많아 ‘고아 계약’을 양산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보험 상품 실질 수익률 공개의 경우 금감원이 내년부터 펀드나 보험 등 금융상품 가입자에게 금융회사의 수수료와 인건비 등을 떼고 실제로 받는 돈을 기준으로 한 실질 수익률을 안내하도록 하면서 이번 TF 방안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TF 관계자는 "윤 원장이 TF 첫 회의 때 강조한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둬서 방안을 마련했다. 시장에 작동할 수 있는 혁신안을 만들어야 해서 파격적인 제도 도입은 방안에 넣지 않았다"고 했다.
TF 방안이 제출된 지 3주 가까이 지났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은 아직 혁신안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내에서는 TF 혁신안이 금융위와 금감원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원장은 지난해 9월 외부 전문가들로 TF를 조직해 보험산업 전반의 문제점을 찾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당시 윤 원장은 TF 첫 회의에서 "보험산업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간 타성과 관행에서 벗어나 보험업무 전반에 걸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원장이 평소 보험산업의 개선을 강조했던 만큼 TF 활동에서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TF안이 윤 원장에게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금융위가 별도의 보험약관를 TF를 조직하면서 금감원 TF의 동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소비자 눈높이가 반영된 보험약관 개선을 주문했다.
이에 금융위는 금감원과 보험협회, 보험 소비자가 참여하는 보험약관제도 개선 TF를 구성했다. TF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주문한 거라 금융위가 TF 활동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결국 금감원 TF의 혁신안이 아닌 금융위 차원의 새로운 보험 약관 개선 방안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 TF의 혁신안을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여러 방향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며 "아직 발표 시점은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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