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얼마전 ‘에어맵 코리아’라는 걸 내놨다. 이름 그대로 대한민국의 ‘공기지도’로 전국 각지의 대기질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어플리케이션이다.
대기질을 알려주는 앱이나 사이트는 이미 넘쳐난다. 그런데도 애어맵코리아는 지금까지 나온 대기질 정보들에 비해 더 차별화된 느낌을 준다. 우선 대기질을 측정하는 측정소의 갯수가 다른 시스템들보다 훨씬 많다. 현재 전국 2000개소의 자체 측정망에서 10분단위로 측정이 이뤄지고 있다. 많아야 몇백개 정도 수준의 측정소에서 측정이 이뤄지는 다른 미세먼지 관측 시스템에 비하면 KT의 측정소가 월등히 많다. 그렇다보니 측정결과도 좀 다르게 나타난다. 한 구(區) 안에서도 동별로 공기질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 1월의 경우 서울시 전역에서 다른 미세먼지 측정시스템과 에어맵코리아의 측정 결과가 동일하게 나타난 곳은 15%에 불과했다고 한다.
측정된 값에 적절한 빅데이터 분석을 덧붙여 활용도를 높인 것도 눈에 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그간은 보이지 않던 사실이 많이 보였다고 한다. 예컨데 도로가 넓고 차량통행이 많으면 대기질이 더 나쁠 것 같지만, 그보다는 지나가는 차량의 속도나 주정차된 차량의 대수등이 해당지역의 공기질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다. 또 도시지역에 비해 산간지역의 경우가 미세먼지가 나쁜 날에도 활동하는 사람의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산속이면 미세먼지 걱정은 덜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에어맵코리아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결과물이 아니다. 그보다는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더 눈에 띈다.
KT는 측정 센서를 공중전화 박스나 전신주에 달았다. 현재 2000여개 수준은 센서를 향후 1만개 수준까지 늘려 정밀화 할 계획인데, 이때는 KT작업자들의 작업모에 센서를 달게된다. 전국각지에서 일하고 있는 KT작업자들의 안전모에 손바닥 만한 센서를 더해 작업환경도 측정하고 동시에 이정보를 미세먼지 정보로도 활용한다는 이야기다. 빅데이터 분석에도 무선통신 이용자들의 활동정보가 활용됐다. 단순히 "공기질이 나쁘다"가 아니라, "나쁜데 사람들이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의 분석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가진 내부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볼 방법이 없을까,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는게 뭘까를 고민하다 이런 솔루션이 나왔다”는게 KT측의 설명이다.
에어맵코리아에 들어간 비용은 총 100억원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가지는 심각성에 비하면 그리 많은 돈이 들었다고 볼 수도 없다. 예산이 8조원에 육박하는 환경부, 3800억원 대의 기상청이 미세먼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에 비하면 KT의 접근 방식은 더 유연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보인다.
“KT가 잘하고 정부나 지자체는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작업모에 딸린 센서와 기상청 측정소의 측정품질에도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안다. 아직 완벽한 솔루션도 아니다. 다만 KT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만큼은 정부도 눈여겨 보면 좋을 듯 하다.
앞으로 우리가 살게될 복잡계-초연결 사회에서 닥칠 문제들은 여러가지 변수들이 뒤엉킨 것들일 것이다. 큰 고민해야하는 정부가 모든 문제마다 꼼꼼히 ‘신박한’ 솔루션을 내놓기 쉽지 않을 꺼다. 그래서 고민만 하기 보다는 눈을 밖으로 돌려야 하고, 감독하고 주관하려 하기 보다는 협력해야 한다. 좋은 솔루션은 의외로 밖에 있을 수 있다.
홍승완 미래산업섹션 4차산업팀장 s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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